풀밭의 두 사람도, 강가의 모녀도, 산의 노할미와 손녀도, 떠도는 사람도, 다 어디선가 계속 살고 있어. 우리가 안 보고 있을 뿐이지. 이야기 하나 더 해줄게. 짧은 이야기야. 옛날 사람 이야기는 아니고, 옛날 이야기 끝에 옛날 사람들이 서로한테 했던 말들 중에 손녀가 가장 좋아했다는 말 하나. 노할미가 손녀한테 마지막 겨울에 했던 말이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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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닿은 등 제5부 — 등을 맞대고 누운 밤 아냐와 미라가 함께 걸은 길은 강가로 이어졌다. 큰 도시의 강은 눈의 도시의 강과 달랐다. 더 넓었고, 더 탁했고, 더 많은 배가 떠 있었다. 두 사람은 강가의 낮은 돌담에 나란히 앉아 한참 강을 바라보았다. 미라는 이따금 손목을 어루만졌고, 아냐는 그 손짓을 곁눈으로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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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닿은 등 제2부 — 호흡이 내려가는 자리 겨울이 깊어지면서 극단은 도시의 낡은 회관 하나를 빌려 머물게 되었다. 한때 시청으로 쓰던 건물이었다. 천장이 높고 창이 길쭉했으며, 바닥은 오래된 참나무였다. 누군가 그 바닥을 거칠게 사포로 문지른 자국이 있었다. 미끄러지지 않으려는 것이었다고, 아냐는 나중에야 알았다. 아냐가 그 회관에 처음 들어간 것은 우연이었다. 할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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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켰다. 발레리나를 봤다. 주인공이 연습실에서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장면. 발목이 꺾일 것 같아도 표정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 나는 이불을 무릎까지 덮고 있었다. 몸은 따뜻했는데 손끝은 차가웠다. 강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몸으로 말하는 강함은 아닐 것이다. 나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편도 아니다. 조금만 무거운 걸 들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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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마침내 나란히 섰을 때, 말은 필요 없었다.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루안과 세린이 합쳐진 존재였고, 다른 하나는 그보다 먼저 같은 과정을 거친 존재였다. 몇 번째 순환이었는지, 얼마나 오래전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시스템을 벗어난 자들의 길, 규칙을 초월한 자들의 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