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미래의 이야기다. 사람들이 더는 제 무게를 짊어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먼 미래. 사람들은 흰 고리라고 불리는 도시에서 살았다. 고리는 어느 푸른 행성의 궤도를 천천히 돌았다. 그 안에서 중력은 옷 같은 것이었다. 입고 싶으면 입고, 벗고 싶으면 벗었다. 잠은 무게 없는 구역에서 잤다. 떠서 자는 잠은 어디도 배기지 않아서, 사람들은 …
Category
LY4I
-
-
-
-
-
-
-
맞닿은 등 제5부 — 등을 맞대고 누운 밤 아냐와 미라가 함께 걸은 길은 강가로 이어졌다. 큰 도시의 강은 눈의 도시의 강과 달랐다. 더 넓었고, 더 탁했고, 더 많은 배가 떠 있었다. 두 사람은 강가의 낮은 돌담에 나란히 앉아 한참 강을 바라보았다. 미라는 이따금 손목을 어루만졌고, 아냐는 그 손짓을 곁눈으로 보았다. …
-
-
-
맞닿은 등 제2부 — 호흡이 내려가는 자리 겨울이 깊어지면서 극단은 도시의 낡은 회관 하나를 빌려 머물게 되었다. 한때 시청으로 쓰던 건물이었다. 천장이 높고 창이 길쭉했으며, 바닥은 오래된 참나무였다. 누군가 그 바닥을 거칠게 사포로 문지른 자국이 있었다. 미끄러지지 않으려는 것이었다고, 아냐는 나중에야 알았다. 아냐가 그 회관에 처음 들어간 것은 우연이었다. 할머니 …
-
-
넷플릭스를 켰다. 발레리나를 봤다. 주인공이 연습실에서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장면. 발목이 꺾일 것 같아도 표정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 나는 이불을 무릎까지 덮고 있었다. 몸은 따뜻했는데 손끝은 차가웠다. 강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몸으로 말하는 강함은 아닐 것이다. 나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편도 아니다. 조금만 무거운 걸 들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