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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지 못한 문

by Ariel Da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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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닿은 등 제4부 — 들어가지 못한 문

아냐가 그 도시에 머물기로 한 다음 날, 가장 먼저 한 일은 광장 근처 빵집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빵집 주인은 도시 사정에 밝아 보이는 늙은 여자였다. 아냐는 어색하게 빵 하나를 사면서, 어제 광장에서 본 사람들을 물었다.

빵집 주인은 별 흥미 없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 사람들은 해마다 이맘때 이 도시를 지나가요. 봄이 시작될 즈음 와서, 일주일쯤 머물다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요. 묵는 곳은 강 건너 낡은 여관이고, 거기서 매일 오전에 연습한다고 들었어요. 누구든 볼 수는 있지만 다들 잘 안 가요. 가서 본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니까.

아냐는 빵을 받아 들고 빵집을 나왔다. 강을 건너는 다리는 멀지 않았다. 돌다리였고, 난간이 낮았으며, 그 아래로 회색 물이 천천히 흘렀다. 다리를 건너면서 아냐는 발걸음이 평소보다 빨라지는 것을 알아챘다. 무엇을 기대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여관은 빵집 주인이 말한 그대로였다. 낡았고, 간판이 비뚤어져 있었고, 일층 창문 너머로 어두운 식당이 보였다. 아냐는 여관 옆문 쪽으로 돌아갔다. 이런 곳에는 늘 연습 공간이 따로 있다는 것을, 회관에서 보낸 시간 덕분에 짐작할 수 있었다.

옆문 너머 작은 마당을 지나자 헛간처럼 생긴 건물이 있었다. 본래 마차를 두던 곳인 듯했다. 지금은 안이 비어 있었고, 한쪽 벽에 긴 막대가 가로로 걸려 있었다. 그 막대를 잡고 사람들이 같은 동작을 되풀이했다. 어제 광장에서 본 사람들이었다.

아냐는 헛간 문 옆에 서 있었다. 들어가지도 못하고 돌아서지도 못한 채로. 그때 안에 있던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 아냐를 발견했다. 막대를 잡고 있던 키 큰 남자였다. 그는 동작을 멈추지 않은 채로 아냐에게 짧게 손짓했다. 들어와도 된다는 뜻이었다.

아냐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 한쪽 구석에 앉았다. 회관에서 그랬던 것처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의자도 없었다는 것이다. 아냐는 그냥 바닥에 앉아 가방을 무릎에 올려놓고,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여덟 명이었다. 여자가 다섯, 남자가 셋. 모두 비슷한 옷을 입었지만 몸의 선은 저마다 달랐다. 누구는 더 길었고, 누구는 더 단단했고, 누구는 더 가벼워 보였다. 그러나 같은 동작을 시작하면 그 차이가 이상하게 어우러졌다. 같은 곳을 향해 가는 다른 길들처럼.

이 무리를 아냐는 눈의 도시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 겨울 회관에 들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 겨울 내내 아냐가 눈으로 좇던 한 사람은 그 안에 없었다. 손가락이 길고 눈이 회색이던 여자. 그 여자가 섰을 자리에는 아냐가 모르는 사람이 서 있었다. 무리는 같았지만 그 한 사람만 빠져 있었다. 어느 길에선가 무리와 다른 쪽으로 갈라졌으리라는 것을, 아냐는 묻지 않고도 알 것 같았다.

광장에서 보았던 그 작은 여자는 맨 왼쪽 끝에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더 어려 보였다. 아냐와 비슷한 나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머리는 어두운 갈색이었고, 옆모습이 또렷했으며, 손목에 가는 흰 천이 감겨 있었다. 어딘가 다친 자리인 듯했다.

연습이 끝난 뒤, 사람들은 저마다 가방을 챙겨 천천히 헛간을 빠져나갔다. 그 작은 여자는 가장 늦게까지 남았다. 막대 옆에 앉아 신발 끈을 풀고, 발에 감긴 천을 다시 매만지며. 아냐는 일어나 헛간을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러지 못하고 한참 더 앉아 있었다.

여자가 먼저 말을 걸었다. 어디서 왔어요. 발음이 조금 낯설었다. 이 도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아냐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아냐는 도시 이름을 말했다. 북쪽의, 눈의 도시. 여자는 그 이름을 들어 본 적 없는 것 같았지만,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리고 자기 이야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날 이후 아냐는 매일 오전 헛간으로 갔다. 사람들은 아냐에게 익숙해졌고, 더는 흘끔거리지 않았다. 작은 여자는 연습이 끝나면 가끔 아냐 옆에 앉아 함께 빵을 먹기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거의 말을 나누지 않았다. 말이 필요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여자의 이름은 일주일 뒤에야 알았다. 미라였다. 길지 않은 이름이었고, 아냐는 그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부르기 쉬웠고, 잊기 어려웠다.

미라는 아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씩 들려주었다. 한꺼번에가 아니라 며칠에 걸쳐, 한두 마디씩. 미라는 더 남쪽의 어느 도시에서 태어났고, 어렸을 때부터 이 무리와 함께 다녔다고 했다. 가족이 없지는 않았지만 거의 보지 못한다고 했다. 가족이라는 말을 할 때 미라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낮아졌고, 다음 말로 빠르게 넘어갔다. 아냐는 그 낮아지는 목소리를 알아챘지만 더 묻지 않았다. 묻지 않는 것이 더 다정한 순간이 있다는 것을, 아냐는 할머니에게서 배웠다.

미라는 손목이 자주 아팠다. 어렸을 때 한 번 크게 다친 자리라고 했다. 추운 날이면 그 자리에 가는 통증이 돌아왔고, 미라는 그때마다 흰 천을 한 겹 더 감았다. 어느 날 미라가 천을 감기 힘들어할 때, 아냐가 처음으로 손을 내밀었다. 제가 해도 돼요. 미라는 잠시 망설이다 손목을 내밀었다.

미라의 손목은 가늘었고, 피부 아래로 푸른 혈관이 비쳤다. 아냐는 천을 감으며, 제 손가락이 미라의 피부에 닿는 짧은 순간을 의식했다. 의식하지 않으려 했지만 의식되었다. 천을 다 감은 뒤 아냐는 손을 거두었고, 미라는 그 자리를 한 번 흔들어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좋아요. 잘 감네요.

그날 밤 아냐는 여관에서 자신의 손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손바닥, 손등, 손가락 마디. 미라의 손목에 닿았던 자리. 손은 손일 뿐이었지만, 그 손이 지니는 무게가 그날따라 조금 달라 보였다.

일주일이 지나자 무리는 다시 길을 떠날 채비를 시작했다. 마차가 정비되고, 짐이 꾸려졌다. 아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무리를 따라 더 남쪽으로 내려갈지, 아니면 처음 계획대로 어머니가 살았던 큰 도시로 곧장 갈지.

미라가 떠나기 전날 저녁, 아냐를 강가로 불러냈다. 두 사람은 다리 위에 나란히 서서 물을 내려다보았다. 물은 어두웠고, 다리 그림자가 그 위에 길게 드리워 있었다.

미라가 말했다. 우리는 결국 같은 도시로 가요. 가을이 되기 전에. 거기서 한 철을 보낼 거예요. 그 도시에 큰 극장이 있어요. 그 극장 무대에 한 번이라도 서는 게 우리 일이에요.

아냐는 그 도시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한때 살았던 도시였다. 아냐는 그것을 미라에게 말할까 망설이다 말하지 않았다.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미라가 이어 말했다. 만약 거기 오게 되면, 극장 뒤편 거리에 작은 카페가 하나 있어요. 푸른 차양이 있는 카페예요. 매일 오전에 거기서 시간을 보낼 거예요. 와도 되고, 오지 않아도 돼요. 다만 알려 주고 싶었어요.

아냐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미라는 더 말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다리 위에서 한참 더 서 있었고, 차가운 바람이 강의 수면을 잔잔하게 흔들었다.

다음 날 아침, 무리는 떠났다. 아냐는 광장 끝에 서서 마차가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는 마차였다. 미라의 얼굴도, 다른 누구의 얼굴도 창에 비치지 않았다. 아냐는 그것이 미라의 방식이라는 것을 알 것 같았다.

그러나 그날 오후, 아냐도 짐을 꾸려 길을 나섰다. 같은 방향이었지만 다른 길이었다. 아냐는 무리를 따라가지 않았다. 제 속도로, 제 길로, 어머니가 한때 살았던 그 도시로 향했다.

그 길은 또 한 달이 걸렸다. 아냐가 그 큰 도시에 닿은 것은 늦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도시는 아냐가 상상한 것보다 컸고, 시끄러웠고, 냄새가 복잡했다. 빵 냄새, 말 냄새, 강물 냄새, 그리고 알 수 없는 향기들. 아냐는 도시 한구석에 작은 방을 빌렸다. 창에서는 옆 건물의 회색 벽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처음 몇 주 동안 아냐는 어머니의 흔적을 찾는 데 시간을 썼다. 어머니의 편지에 적혀 있던 이름, 주소, 극장. 그러나 시간은 사람의 자국을 빠르게 지웠다. 어머니가 살던 작은 아파트는 이제 그 자리에 없었고, 어머니가 일하던 극장은 다른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으며, 어머니의 동료는 누구도 찾을 수 없었다. 아냐는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어쩌면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흔적은 바깥이 아니라 자신의 안에 있다는 것을.

여름이 깊어졌다. 도시는 더워졌고, 거리에는 더 많은 사람이 나왔다. 아냐는 작은 빵집에서 일을 시작했다. 새벽에 일어나 반죽을 하고, 오전에 빵을 굽고, 오후에는 가게에 서서 빵을 팔았다. 손은 늘 밀가루로 하얬고, 머리에는 늘 작은 천을 둘러맸다.

가을이 시작될 무렵, 아냐는 극장 뒤편 거리로 갔다. 푸른 차양이 있는 카페를 찾으려고. 카페는 미라가 말한 그대로 거기 있었다. 차양은 햇빛에 살짝 바랬지만 여전히 푸른색이었다. 카페 창 너머로 몇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아냐는 카페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날은. 다만 길 건너편에 서서 한참 그 푸른 차양을 바라보았다. 미라가 정말 거기 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무리가 이미 이 도시에 닿았을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차양은 거기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아냐에게는 충분한 첫걸음이었다.

다음 날 아냐는 다시 그 거리로 갔다. 그다음 날에도. 그다음 다음 날에도. 매번 길 건너편에 잠시 서 있다 카페에 들어가지 않은 채 돌아왔다. 빵집 일이 끝난 뒤, 오후 늦은 시간이었다. 미라가 말한 오전이 아니라.

아냐는 자신이 왜 들어가지 않는지, 왜 오전을 피하는지 알았다. 만나는 것이 무서웠다. 만나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까 봐 무서웠고, 만나서 너무 많은 것이 될까 봐 무서웠다. 만나지 않은 채로 매일 차양을 보러 가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더 견딜 만한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냐가 평소처럼 길 건너편에 서 있을 때, 카페 문이 열리고 누군가 나왔다. 미라였다. 미라는 길을 건너기 전에 잠시 멈춰 섰고, 길 건너편에 서 있는 아냐를 발견했다.

두 사람은 길을 사이에 두고 한참 그렇게 서 있었다. 마차가 지나갔고, 사람들이 지나갔고, 어떤 아이가 두 사람 사이를 뛰어다녔다. 그러나 아냐와 미라는 움직이지 않았다. 미라의 얼굴에는 놀라움도, 반가움도, 책망도 없었다. 다만 알고 있었다는 표정이었다. 언젠가 이 길에서 만나게 될 줄 알고 있었다는 표정.

미라가 먼저 손을 들어 보였다. 아냐도 손을 들어 보였다. 미라는 천천히 길을 건너와 아냐 앞에 섰다. 가까이서 본 미라는 한 철 사이에 조금 야위었고, 손목의 흰 천은 새것으로 갈려 있었다. 그러나 눈은 같았다. 봄에 그 헛간에서 보았던 눈과 같은 눈이었다.

미라는 아냐의 손을 잡았다. 짧게, 손가락 끝에 힘을 한 번 주었다 놓았다. 그것이 다였다. 그러고는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는지는 둘 다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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