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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리 이야기

by Ariel Da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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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리가 한 자리라는 건 사실 옛날 사람들도 다 알지는 못했어. 풀밭 사람은 풀밭만 봤고, 강가 사람은 강가만 봤고, 산 사람은 산만 봤어. 자기 자리만 보면서 평생 살아도 사는 데 지장이 없으니까, 굳이 다른 자리를 안 봤어. 그런데 가끔, 아주 가끔, 세 자리가 한 자리라는 걸 알아본 사람이 있었어. 그런 사람은 한 자리에 못 있고 자꾸 돌아다녔어. 풀밭에 살다가 강가로 가고, 강가에 살다가 산으로 가고. 그런 사람을 옛날 사람들은 떠도는 사람이라고 불렀어. 떠도는 사람은 마을에 속하지 않았어. 어느 자리에도 속하지 않았어. 다만 어느 자리에 가도 며칠 묵을 수는 있었어. 사람들이 떠도는 사람을 좀 무서워하면서도 내쫓지는 않았거든. 떠도는 사람은 다른 자리의 소식을 가져오니까. 그게 마을 사람들에게 가끔 필요했어.

그 한 자리 이야기에 떠도는 사람이 한 명 나와.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아. 알려져 있지 않은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자기 이름을 어디서도 말하지 않았어. 어느 자리에서는 이렇게 부르고, 어느 자리에서는 저렇게 부르고 했는데, 그 사람은 어느 이름에도 대답을 했어. 모든 이름에 대답하니까 자기 이름이 따로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어. 강이 자리마다 다르게 불리는 거랑 비슷했어.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 사람이 강의 일부 같다고 했어. 강이 사람의 모양을 잠깐 빌려서 돌아다니는 거 아니냐고.

떠도는 사람은 늙지도 젊지도 않았어. 어느 자리에서 봤을 때는 젊어 보였고, 다른 자리에서 봤을 때는 늙어 보였어. 옷도 자리마다 좀 달랐어. 풀밭에서는 풀밭 옷을 입었고, 강가에서는 강가 옷을 입었고, 산에서는 산 옷을 입었어. 누가 옷을 줬는지는 모르겠어. 자기가 가는 자리마다 옷이 자연스럽게 생겼어.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처음에는 그 사람이 자기 자리 사람인 줄 알았어. 며칠 지나야 알았어. 아, 이 사람 우리 자리 사람이 아니구나. 알아도 안 내쫓았어. 그 무렵에는 이미 그 사람이 마을의 누구랑 이야기를 한참 한 뒤였거든. 사람들은 한참 이야기한 사람을 잘 내쫓지 못해.

그 떠도는 사람이 어느 늦가을에 풀밭에 들어왔어. 노인이 죽고 나서 한참 뒤였어. 두 아이는 이제 아이가 아니었어. 큰 쪽은 머리에 흰 가닥이 보이기 시작했고, 작은 쪽은 어깨가 단단해져 있었어. 둘은 여전히 같은 집에 살았어. 모포는 따로 펴기도 하고 같이 펴기도 했어. 그건 그날그날 둘이 알아서 정했어. 정한다기보다는 그날의 공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 둘 사이의 공기는 이제 둘 다 잘 읽었어. 노인이 말한 이름 없는 바람을 둘이 같이 익혀 가는 중이었어.

떠도는 사람이 두 사람의 집 문을 두드렸을 때, 큰 사람이 문을 열었어. 떠도는 사람이 말했어. 하룻밤만. 큰 사람이 잠깐 그 얼굴을 봤어. 떠도는 사람의 얼굴은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본 적이 없는 얼굴이었어. 큰 사람은 그 묘한 익숙함이 좀 마음에 걸렸지만, 들어오라고 했어. 작은 사람이 부엌에서 나왔어. 떠도는 사람을 보고 작은 사람도 비슷한 표정을 지었어. 아는 사람 같은데, 아는 사람이 아니야. 두 사람은 잠깐 눈을 맞췄어. 둘 다 같은 걸 느꼈다는 게 그 눈빛으로 전해졌어.

떠도는 사람은 그날 밤 풀밭의 두 사람과 같이 죽을 먹었어. 좁쌀에 마른 풀잎을 넣어 끓인 죽이었어. 떠도는 사람이 말했어. 이 죽 어디서 먹어 본 것 같아요. 큰 사람이 물었어. 어디서. 떠도는 사람이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어. 강가에서. 강가의 어머니가 자기 딸한테 끓여 주던 죽이랑 비슷해요. 그 죽은 좁쌀에 마른 물고기를 넣은 거였는데. 풀잎 자리에 물고기가 있었던 거 빼고는 같아요. 작은 사람이 물었어. 강가가 어디예요. 떠도는 사람이 말했어. 여기서 한참 가요. 풀밭이 끝나는 자리에서 산이 시작되고, 산을 한참 내려가면 강이 있어요. 강가에 마을이 있어요. 가운데 마을. 거기 한 어머니랑 딸이 살아요. 어머니는 손이 빨라요. 손이 너무 빨라서 마을 사람들이 좀 무서워해요. 딸은 손이 안 떨려요. 그 모녀가 물고기를 손으로 잡아요.

큰 사람이 그 말을 들으면서 가만히 있었어. 작은 사람이 물었어. 그 모녀를 만났어요. 떠도는 사람이 말했어. 만났어요. 며칠 묵었어요. 그 집 천장이 한 군데 새서, 비 오는 날 양동이를 받쳐 놓는 자리가 있어요. 양동이가 떨어지는 빗물 소리에 맞춰 약간 흔들리는 거. 그게 그 집의 소리예요. 작은 사람이 그 말을 듣고 좀 웃었어. 양동이가 흔들리는 소리. 그게 자기들이 본 적도 없는 자리의 소리인데, 듣고 있으니까 자기 집의 소리처럼 익숙해졌어. 큰 사람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어. 그쪽은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어요. 떠도는 사람이 잠깐 가만히 있다가 말했어. 어머니의 머리를 빗는 걸 봤어요. 딸이 어머니의 머리를 빗는데, 천천히 빗더라고요. 어머니의 손이 빠르니까, 딸이 어머니의 손을 좀 늦춰 주려고 천천히 빗는 게 아니라, 딸이 그렇게 빗는 게 익숙해진 손인 것 같았어요. 어디서 익혔는지 모르겠지만.

작은 사람이 그 말을 들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자기 머리에 손을 댔어. 자기 머리는 누가 빗어 준 지 오래됐어. 노인이 살아 있을 때는 노인이 가끔 빗어 줬는데, 노인이 죽은 뒤로는 자기가 자기 머리를 빗었어. 가끔 큰 사람이 빗어 주기도 했지만, 큰 사람의 손은 빗질에 안 맞았어. 큰 사람의 손은 빗질보다는 다른 데 잘 맞는 손이었어. 작은 사람은 자기 머리를 천천히 빗어 줄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고, 그날 처음 생각했어. 강가의 어머니에게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자기랑 상관없는 일인데도 어쩐지 좀 따뜻했어.

떠도는 사람이 또 말했어. 산에도 갔다 왔어요. 큰 사람이 물었어. 산에는 누가 있어요. 떠도는 사람이 말했어. 한 할머니가 있어요. 산 중턱에 혼자 살아요. 마을 사람들이 그분한테 뭘 봐 달라고 가끔 올라와요. 그분이 보이는 만큼 말해 줘요. 답이 항상 맞는 건 아닌데, 마을 사람들이 원망하지 않아요. 그분이 자기가 답을 안다고 한 적이 없거든요. 작은 사람이 물었어. 그 할머니는 혼자 살아요. 떠도는 사람이 말했어. 혼자 살아요. 그런데 손녀가 있어요. 진짜 손녀는 아니고, 그분이 그렇게 부르는 아이예요. 마을의 어느 집 셋째 딸인데, 다섯 살 때부터 그 집을 좋아해서 자꾸 올라간대요. 지금은 열한 살이래요. 곧 열두 살이고. 그 아이가 산을 두 가지로 본대요. 가까이서 본 산이랑 멀리서 본 산을 둘 다 본대요.

큰 사람이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한참을 가만히 있었어. 큰 사람은 원래 한참 가만히 있는 사람인데, 그날의 한참은 평소보다 더 길었어. 작은 사람이 큰 사람의 표정을 봤어. 뭐 생각하는 표정이었어. 떠도는 사람도 큰 사람을 봤어. 떠도는 사람은 큰 사람의 표정에서 뭘 읽었는지 그냥 기다렸어. 큰 사람이 한참 만에 말했어. 두 가지로 본다는 거. 그게 어려운 거예요. 떠도는 사람이 말했어. 어려운 거죠. 큰 사람이 또 말했어. 어려운 걸 어린 애가 한다는 게 좀 무서워요. 떠도는 사람이 말했어. 무섭죠. 그 할머니도 그걸 좀 무서워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 아이를 더 오래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았어요. 자기가 가기 전에.

작은 사람이 물었어. 그 할머니 아파요. 떠도는 사람이 잠깐 가만히 있다가 말했어. 손이 좀 떨려요. 약초 다듬는데 손이 떨려서, 그 아이가 받아서 다듬더라고요. 그 할머니는 그게 좀 좋으면서도 좀 슬픈 표정이었어요. 어느 쪽이 더 큰지는 그분도 모르는 것 같았어요.

세 사람은 그 밤에 한참을 이야기했어. 떠도는 사람이 강가와 산의 이야기를 했고, 풀밭의 두 사람이 자기 자리의 이야기를 했어. 풀밭의 두 사람도 떠도는 사람한테 노인 이야기를 했어. 노인이 어떻게 두 사람을 키웠는지, 노인이 어떻게 갔는지, 노인이 마지막으로 가르쳐 준 게 무엇이었는지. 떠도는 사람이 듣다가 말했어. 풀밭의 노인이랑 산의 할머니랑 좀 비슷하네요. 큰 사람이 말했어. 그런가요. 떠도는 사람이 말했어. 자기가 답을 안다고 안 한 거. 보이는 만큼만 말한 거. 그게 비슷해요. 작은 사람이 물었어. 강가의 어머니는요. 떠도는 사람이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어. 강가의 어머니는 좀 달라요. 그분은 말이 별로 없어요. 보이는 것도 별로 안 말해요. 다만 손이 빨라요. 그분은 손으로 다 해요. 손으로 답을 해요. 작은 사람이 말했어. 그래도 비슷한 것 같아요. 자기가 다 안다고 안 하는 거. 그게 셋 다 같네요.

떠도는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어. 셋이 같은 자리에서 온 거 같죠. 큰 사람이 물었어. 같은 자리예요. 떠도는 사람이 말했어. 모르겠어요. 그런데 제가 세 자리를 다 다녀 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요. 풀밭이랑 강가랑 산이 다른 자리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한 자리인 것 같다고. 자리만 좀 달리 보일 뿐, 거기 사는 사람들이 닮은 데가 있어요. 안 닮은 데도 많지만, 닮은 데가 있어요. 큰 사람이 물었어. 닮은 게 뭐예요. 떠도는 사람이 잠깐 가만히 있다가 말했어. 자기를 두 가지로 보는 거. 가까이서도 보고, 멀리서도 보는 거. 그게 닮은 것 같아요. 풀밭의 두 분도 그러시잖아요. 자기가 자기를 보는 거. 옆 사람을 통해서 자기를 다시 보는 거. 그게 두 가지로 보는 거잖아요. 강가의 모녀도 그래요. 어머니가 딸을 통해서 자기를 보고, 딸이 어머니를 통해서 자기를 봐요. 산의 할머니와 손녀도 그렇고요.

작은 사람이 물었어. 그쪽은 어떻게 봐요. 떠도는 사람이 잠깐 가만히 있었어. 그러다 말했어. 저는 잘 못 봐요. 옆에 사람이 없으니까. 자기를 보려면 옆에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떠도는 사람한테는 옆에 사람이 잠깐만 있어요. 며칠 묵으면 떠나야 하니까. 그래서 저는 자기를 잘 못 봐요. 다만 사람들이 자기를 보는 걸 옆에서 봐요. 그게 제 일이에요. 큰 사람이 그 말을 듣고 좀 마음이 움직였어. 떠도는 사람이 좀 외롭게 보였어. 큰 사람은 외로움을 잘 알아보는 사람이었거든. 자기가 한때 그랬으니까. 작은 사람이 옆에 있게 되기 전까지, 큰 사람도 비슷한 외로움이 있었어. 큰 사람이 말했어. 며칠 더 묵어요. 떠도는 사람이 그 말을 듣고 잠깐 가만히 있었어. 그러다 말했어. 그래도 돼요. 큰 사람이 말했어. 돼요. 작은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어.

떠도는 사람은 그 풀밭에 닷새를 묵었어. 닷새 동안 두 사람의 일을 좀 도왔어. 양 우리를 손봤고, 장작을 패는 걸 도왔고, 두 사람이 미뤄 두었던 빗장을 고쳤어. 떠도는 사람은 손이 야무진 사람이었어. 어느 자리에서 무슨 일이든 좀 할 줄 아는 사람이었어. 그게 떠도는 사람이 오래 떠돌 수 있는 이유였어. 어느 자리에 가도 자기 몫의 일을 했으니까.

닷새째 되는 날 저녁에 떠도는 사람이 말했어. 내일 갈게요. 두 사람은 별 말을 안 했어. 떠도는 사람이 떠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둘 다 알았어. 떠도는 사람은 한 자리에 오래 못 있어. 그게 그 사람의 자리야. 다만 작은 사람이 한 가지를 물었어. 강가로 가요. 산으로 가요. 떠도는 사람이 말했어. 모르겠어요. 가다가 정할 거예요. 가다가 정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작은 사람은 잘 몰랐는데, 그래도 더 묻지 않았어. 떠도는 사람의 일은 그 사람의 일이었어.

다음 날 새벽에 떠도는 사람이 떠났어. 떠나기 전에 두 사람한테 작은 주머니를 하나씩 줬어. 큰 사람의 주머니에는 산에서 가져온 돌 하나가 들어 있었어. 작은 사람의 주머니에는 강가에서 가져온 모래 한 줌이 들어 있었어. 떠도는 사람이 말했어. 한 자리에서 다른 자리의 것을 가지고 있으면, 가끔 두 자리가 한 자리인 게 보여요. 그러려고 드리는 거예요. 큰 사람이 그 돌을 손에 쥐었어. 작은 사람이 그 모래를 손바닥에 펴 봤어. 모래는 풀밭의 흙이랑 색이 좀 달랐어. 더 밝았어. 강가에서 햇볕을 오래 받은 모래라서 그렇대.

떠도는 사람은 그 새벽에 풀밭을 가로질러 갔어. 풀밭 끝에서 산이 시작되는 자리까지, 두 사람이 한참을 봤어. 떠도는 사람의 모습이 점점 작아져서, 결국 점이 되고, 점도 안 보이게 됐어. 큰 사람이 말했어. 또 올까. 작은 사람이 말했어. 모르겠어. 와도 오고 안 와도 안 와. 큰 사람이 말했어. 그러네. 둘은 집으로 돌아왔어. 그 가을은 그렇게 좀 다르게 끝났어. 닷새 사이에 세 자리가 다 들어왔다 나갔으니까.

떠도는 사람은 그 뒤로 산으로 갔어. 산 중턱의 노할미를 보러 갔어. 노할미는 그때 이미 손녀와 함께 있었어. 떠도는 사람은 그 집에 또 며칠을 묵었어. 묵으면서 풀밭의 이야기를 노할미와 손녀에게 들려줬어. 풀밭의 두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노인이 어떻게 갔는지, 노인이 마지막에 가르쳐 준 게 뭐였는지. 노할미가 듣다가 말했어. 우리랑 비슷하네. 손녀가 물었어. 뭐가 비슷해. 노할미가 말했어. 자기가 답을 안다고 안 한 거. 보이는 만큼만 가르친 거. 그게 비슷해. 손녀가 고개를 끄덕였어. 떠도는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어.

떠도는 사람은 노할미에게도 작은 주머니를 줬어. 주머니에는 풀밭의 풀 한 줌이 들어 있었어. 노할미가 그 풀을 받아서 한참을 봤어. 그러더니 말했어. 풀이 색이 좀 다르네. 떠도는 사람이 말했어. 풀밭의 풀이에요. 산의 풀이랑 좀 달라요. 노할미가 말했어. 풀이 자리마다 다르구나. 떠도는 사람이 말했어. 자리마다 달라요. 그런데 풀은 풀이에요. 노할미가 말했어. 그래. 풀은 풀이지. 그게 풀의 좋은 점이야. 자리마다 달라도 풀은 풀이라는 거. 손녀가 옆에서 그 말을 들으면서, 풀밭의 풀과 산의 풀을 둘 다 만져 봤어. 만져 보니까 정말 좀 달랐어. 풀밭의 풀은 좀 더 길고 부드러웠고, 산의 풀은 좀 더 짧고 단단했어. 그런데 둘 다 풀이었어. 풀이라는 건 그렇게 같으면서도 다른 거였어.

떠도는 사람은 산에서 또 닷새쯤 묵었어. 묵으면서 노할미와 손녀의 일을 좀 도왔어. 약초를 같이 다듬고, 장작을 같이 패고, 손녀가 자주 가는 마당에 작은 의자 하나를 만들어 줬어. 손녀가 산을 보는 자리에 둘 의자였어. 손녀가 그 의자에 앉아서 산을 두 가지로 보는 게, 떠도는 사람이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풍경이었어. 떠도는 사람은 그 모습이 좀 마음에 남았어. 어디서 본 적이 있는 풍경 같았어. 풀밭의 노인이 마당에 앉아 풀밭을 보던 모습이랑 좀 비슷했고, 강가의 어머니가 강을 보던 모습이랑도 비슷했어. 세 자리의 사람들이 다 비슷한 자세로 자기 자리를 보고 있었어.

떠도는 사람이 산에서 내려와서 강가로 갔어. 강가의 모녀를 다시 만났어. 그때는 강가의 모녀가 셋이서 살고 있었어. 떠도는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는 셋이었고, 그 다음에 갔을 때는 둘이었고, 그 다음에 또 갔을 때 다시 다른 사람이 와서 셋이 되어 있었어.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는 떠도는 사람도 잘 몰랐어. 강가 사람들의 일은 강가 사람들이 알아서 했어. 다만 셋이 됐다는 게 좀 따뜻해 보였어. 떠도는 사람이 어머니에게 풀밭과 산의 이야기를 해 줬어. 어머니가 들었어. 다 듣고 나서 어머니가 말했어. 셋 다 어디 가도 별 차이 없겠네. 떠도는 사람이 물었어. 무슨 뜻이에요. 어머니가 말했어. 풀밭에서 살아도, 강가에서 살아도, 산에서 살아도. 사람이 사는 모양은 결국 비슷하다고. 옆에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랑 자기를 두 가지로 보고, 그러다 누구는 가고, 누구는 남고. 어디 살아도 그런 거 아니냐고. 떠도는 사람이 말했어. 그렇네요. 어머니가 말했어. 그래서 어디 살아도 돼. 자리는 별로 안 중요해. 옆에 누가 있는지가 중요하지.

떠도는 사람은 그 말을 마음에 담고 강가를 떠났어. 그 다음에 어디로 갔는지는 옛날 이야기에 안 나와. 풀밭으로 다시 갔는지, 산으로 다시 갔는지, 아니면 다른 자리로 갔는지. 다만 어느 자리에서도 떠도는 사람을 다시 본 사람이 있다고 해. 풀밭의 두 사람도 다시 봤고, 산의 노할미와 손녀도 다시 봤고, 강가의 셋도 다시 봤어. 떠도는 사람은 가끔 돌아왔어. 닷새쯤 묵었다 또 떠나고, 한참 있다 다시 돌아오고. 떠도는 사람이 돌아올 때마다 세 자리의 사람들은 그 사람한테 다른 자리의 소식을 들었어. 풀밭 사람은 강가와 산의 소식을 들었고, 강가 사람은 풀밭과 산의 소식을 들었고, 산 사람은 풀밭과 강가의 소식을 들었어. 그렇게 세 자리가 한 자리가 되어 갔어. 한 자리에 있던 게 아니라, 떠도는 사람을 통해서 한 자리가 된 거야.

그 떠도는 사람도 결국은 어디선가 갔어. 어디서 갔는지는 아무도 몰라. 풀밭에서 갔다는 사람도 있고, 강가에서 갔다는 사람도 있고, 산에서 갔다는 사람도 있어. 셋 다 맞을 수도 있어. 떠도는 사람은 한 자리에서 안 갔으니까, 세 자리에서 다 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아. 어쩌면 세 자리가 한 자리니까, 어디서 갔든 한 자리에서 간 거야.

세 자리의 사람들은 떠도는 사람이 다시 안 오는 걸 한참 뒤에 알았어. 어느 가을이 됐을 때, 풀밭의 두 사람이 서로 말했어. 그 사람 안 오네. 산의 손녀가 노할미에게 말했어. 그 사람 안 와요. 강가의 어머니가 자기 딸에게 말했어. 그 사람 이번에도 안 와. 셋이 다 같은 가을에 같은 말을 했어. 누가 누구에게 알린 게 아닌데, 같은 가을에 같은 말이 세 자리에서 나왔어. 그게 떠도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남긴 일이었어. 자기가 안 오는 걸 세 자리 사람들이 같은 가을에 같이 알아채게 한 거. 그게 자리 셋을 한 자리로 묶는 마지막 매듭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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