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베그 적분을 정의한 과정을 되짚어 보자. 먼저 측도를 정의하고, 그 측도 위에 적분을 구성하였으며, 그 적분이 이루는 공간을 살피고, 측도 자체를 추상화하였다. 즉 측도가 먼저 정의되고 적분은 그 위에 얹히는 개념이었다.
이 순서를 거꾸로 뒤집을 수 있을까? 측도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로 몇 개의 공리를 사용하여 적분이라는 연산 자체를 규정하고, 그 공리로부터 측도를 파생시키는 것이다. 언뜻 보면 어색한 제안처럼 보인다. 적분은 “크기를 알고 그 크기로 가중합을 만드는” 연산인데, 크기(측도) 없이 적분을 먼저 정의한다는 것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퍼시 다니엘이 1918년에 바로 이 질문에 답하였다. [퍼시 존 다니엘이 1918년 논문 “적분의 일반적 형태”(A General Form of Integral)에서 이 이론을 제시했다. 다니엘은 논문 서두에서 라돈의 1913년 업적(라돈-니코딤 정리의 그 라돈이다)을 명시적으로 언급하며, 적분이라는 개념을 원소의 성질과 무관하게 완전히 추상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니엘은 훗날 콜모고로프와 독립적으로 확률과정의 존재를 보장하는 확장정리(다니엘-콜모고로프 확장정리)에도 기여했다.]
이 글에서는 다니엘의 방식으로 적분을 공리화하고, 이 구성이 측도론과 적분론에서 밟았던 르베그의 구성과 형태부터 닮아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이렇게 얻은 적분이 결국 어떤 측도에 대한 르베그 적분과 정확히 같다는 것을 살펴본다. 그 끝에서, 지금까지 만난 모든 적분이 사실 하나의 공리 체계가 서로 다른 출발점에 적용된 특수한 사례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다니엘의 공리
출발점이 되는 함수의 모임부터 정하자. 이 모임을 기초함수공간(elementary function space)이라고 부르고 \(L\)로 나타낸다.
다니엘 적분의 공리
집합 \(X\) 위의 실함수의 모임 \(L\)과, \(L\) 위에 정의된 범함수 \(I:L\to\mathbb R\)가 다음을 만족시킨다고 하자.
- \(L\)은 벡터공간이다: \(f,\,g\in L\)이고 \(a,\,b\in\mathbb R\)이면 \(af+bg\in L\)이다.
- \(L\)은 격자다: \(f,\,g\in L\)이면 \(\max(f,\,g)\in L\)이고 \(\min(f,\,g)\in L\)이다.
- \(I\)는 선형이다: \(I(af+bg)=aI(f)+bI(g)\).
- \(I\)는 양수다: \(f\ge0\)이면 \(I(f)\ge0\).
- (단조연속성) \(\{f_n\}\subseteq L\)이고 \(f_n\downarrow0\)(점마다 감소하며 \(0\)으로 수렴)이면 \(I(f_n)\to0\).
이때 \((L,\,I)\)를 다니엘 적분(Daniell integral)이라고 부른다.
(d)와 (c)를 결합하면 \(f\le g\)일 때 \(I(f)\le I(g)\)라는 단조성이 곧바로 나온다. (\(g-f\ge0\)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공리들 가운데 핵심은 (e)이다. 나머지 네 조건은 ‘적분처럼 행동한다’는 최소한의 요구일 뿐이지만, (e)는 유한한 연산을 무한한 극한으로 확장할 수 있게 해 주는 공리이기 때문이다. 이 공리가 없으면 \(L\) 바깥으로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가장 기본적인 예를 살펴보자. \(X=\mathbb R\)이고 \(L\)을 계단함수(유한 개의 구간 위에서 각각 상수인 함수) 전체의 모임으로 두면, \(L\)은 벡터공간이고 격자다. (두 계단함수의 합, 최댓값, 최솟값은 두 계단함수를 만드는 분할의 공통세련 위에서 다시 계단함수가 되기 때문이다.) \(\varphi=\sum_ic_i\mathbb 1_{I_i}\)에 대해 \[ I(\varphi)=\sum_ic_i\ell(I_i) \] 로 정의하면(\(\ell(I_i)\)는 구간의 길이를 나타낸다), 이것은 선형이고 \(0\) 이상인 값을 가진다. 단조연속성도 성립한다. [계단함수의 감소열이 \(0\)으로 점마다 수렴하면 그 적분값도 \(0\)으로 수렴한다는 사실은, 콤팩트 구간을 유한 개의 열린구간으로 덮는 하이네-보렐 정리 방식의 논증으로 확인된다. 여기서는 증명을 생략하지만, 콤팩트성을 사용하여 외측도가 구간의 길이와 일치함을 보인 논증과 정확히 같은 종류의 논증이다.] 그러므로 \((L,\,I)\)는 다니엘 적분이다. 이 예를 이 글에서 표준적인 예로 삼겠다.
상적분과 하적분
\(I\)는 현재 \(L\) 위에서만 정의되어 있다. 이것을 훨씬 넓은 함수공간으로 확장하는 절차가 이 절의 핵심이다. 첫 단계는 \(L\)의 함수를 증가시켜 극한을 취하는 것이다.
\(L\)의 증가열 \(\varphi_n\uparrow u\) (즉 \(\varphi_n\in L\)이 점마다 증가하며 \(u\)로 수렴하는 것이고, \(u\)는 \(+\infty\)라는 값도 가질 수 있다)의 극한으로 나타나는 함수 \(u\) 전체의 모임을 \(U\)로 나타내자. \(u\in U\)에 대해 \[ I(u):=\lim_{n\to\infty}I(\varphi_n) \] 으로 정의하고 싶은데, \(\varphi_n\)이 증가하므로 (c)와 (d)에 의하여 \(I(\varphi_n)\)도 증가하는 실수열이고, 따라서 이 극한은 \((-\infty,\,\infty]\)에서(즉 유한한 값이거나 \(+\infty\)로) 항상 존재한다. 그런데 이 정의가 의미를 가지려면, \(u\)를 나타내는 증가열의 선택과 무관하게 극한이 같아야 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단조연속성 공리가 사용된다.
상적분의 적정성 보조정리
\(\{\varphi_n\},\,\{\psi_n\}\subseteq L\)이 각각 증가하며 \(\varphi_n\uparrow u\), \(\psi_n\uparrow v\)이고 (점마다) \(u\le v\)라면 \[ \lim_{n\to\infty}I(\varphi_n)\le\lim_{n\to\infty}I(\psi_n) \] 이다.
증명은 다음과 같다. \(m\)을 하나 고정하고, \(n\to\infty\)일 때 \[ (\varphi_m-\psi_n)^+:=\max(\varphi_m-\psi_n,\,0) \] 을 생각하자. \(\psi_n\uparrow v\ge u\ge\varphi_m\)이므로 \(\varphi_m-\psi_n\downarrow\varphi_m-v\le0\)이고, 따라서 \((\varphi_m-\psi_n)^+\downarrow0\)이다. \(L\)이 격자이자 벡터공간이므로 \((\varphi_m-\psi_n)^+\in L\)이고, 단조연속성 공리에 의하여 \[ I\left((\varphi_m-\psi_n)^+\right)\to0\quad(n\to\infty) \] 이다. 그런데 항상 \(\varphi_m\le\psi_n+(\varphi_m-\psi_n)^+\)이 성립한다. (\(\varphi_m-\psi_n\le0\)인 점에서는 우변이 \(\psi_n\ge\varphi_m\)이고, \(\varphi_m-\psi_n > 0\)인 점에서는 우변이 정확히 \(\varphi_m\)이기 때문이다.) 양변에 \(I\)를 취하면 (단조성에 의하여) \[ I(\varphi_m)\le I(\psi_n)+I\left((\varphi_m-\psi_n)^+\right) \] 이고, \(n\to\infty\)로 보내면 \(I(\varphi_m)\le\lim_nI(\psi_n)\)을 얻는다. 모든 \(m\)에 대하여 이 부등식이 성립하므로, \(m\to\infty\)인 극한을 취하면 \(\lim_mI(\varphi_m)\le\lim_nI(\psi_n)\)이다.
이 보조정리를 \(u=v\)인 경우(\(\varphi_n\uparrow u\), \(\psi_n\uparrow u\), 같은 함수로 수렴하는 두 증가열)에 양쪽 방향으로 적용하면 \(\lim I(\varphi_n)\le\lim I(\psi_n)\)이면서 동시에 \(\lim I(\psi_n)\le\lim I(\varphi_n)\)이므로 둘이 같다. 즉 \(I(u)\)는 \(u\)를 나타내는 증가열의 선택과 무관하게 잘 정의된다. 이 논증에서 \((\varphi_m-\psi_n)^+\)이라는 오차가 \(0\)이 되도록 하는 데에 단조연속성 공리가 사용되었다.
이제 임의의 함수 \(f:X\to[-\infty,\,\infty]\)에 대해 상적분과 하적분을 정의한다. \[ -U:=\{-u:u\in U\} \] 로 두면 \[\begin{aligned} \overline I(f) &=\inf\{I(u):u\in U,\ u\ge f\},\\[6pt] \underline I(f) &=\sup\{I(l):l\in-U,\ l\le f\} \end{aligned}\] 로 정의된다. \(\overline I(f)\ge\underline I(f)\)가 항상 성립한다. (리만 적분의 상적분과 하적분이 이루던 구조와 정확히 같다.) 등호가 성립할 때 “\(f\)는 다니엘 적분 가능하다”라고 말하며 그 공통값을 \(I(f)\)로 나타낸다.
이 절차를 리만 적분과 르베그 측도의 구성과 나란히 놓고 보자. 리만 적분에서는 상합과 하합을 분할마다 정의하고 그 하한과 상한으로 상적분과 하적분을 정의하였다. 르베그 측도에서는 열린구간의 덮개마다 길이의 합을 정의하고 그 하한으로 외측도를 정의하였다. 여기서는 \(L\)의 증가열마다 극한값을 정의하고 그 하한(과 상한)으로 상적분과 하적분을 정의하였다. 세 구성 모두 형태가 똑같다. 유한한(또는 기초적인) 대상 위에서 자명하게 정의되는 양을 모아 놓고, 그 양의 극한 연산(상한 또는 하한)으로 정의역을 넓히는 것이다. 다니엘의 공리화가 하는 일은, 이 반복되는 패턴에서 정말로 필요한 최소한의 성질(선형성, 양수성, 단조연속성)만 남김으로써 적분을 추상화하는 것이다.
측도의 재구성
이제 이 글의 첫머리에서 던진 질문에 답할 차례이다. 측도는 어디에 있는가? 답은 뜻밖으로 간단하다. 집합 \(A\subseteq X\)의 지시함수 \(\mathbb 1_A\)가 다니엘 적분 가능할 때 \(A\)를 적분 가능한 집합이라고 부르고 \[ \mu(A):=I(\mathbb 1_A) \] 로 정의한다. 측도가 먼저 있고 그 측도로 지시함수를 적분해서 값을 얻던 이전까지의 순서가 완전히 뒤집혔다. 이제는 적분(그리고 그 적분이 만드는 상적분과 하적분의 극한)이 먼저 정의되고, 측도는 그 적분을 지시함수에 대입했을 때 나오는 결과가 된다.
이렇게 정의된 \(\mu\)가 정말로 측도인지 확인해야 한다. \(\mu(\varnothing)=I(0)=0\)은 \(I\)의 선형성에서 바로 나온다. \(A,\,B\)가 서로소인 적분 가능한 집합이면 \(\mathbb 1_{A\cup B}=\mathbb 1_A+\mathbb 1_B\)이므로 \(I\)의 선형성에 의하여 \(\mu(A\cup B)=\mu(A)+\mu(B)\)이다. 유한가법성은 이렇게 곧바로 얻어진다. 가산가법성은 조금 더 품이 들지만 근본적으로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서로소이고 적분 가능한 집합의 열 \(\{A_n\}\)에 대해 \[ \mathbb 1_{A_1\cup\cdots\cup A_n}=\sum_{k=1}^n\mathbb 1_{A_k} \] 는 \(n\)에 대해 증가하며 \(\mathbb 1_{\bigcup_nA_n}\)으로 수렴한다. 상적분과 하적분을 구성할 때 살펴본, 증가열의 극한을 다루는 도구(적정성 보조정리, 단조연속성 공리)를 사용하면 \[ \mu\left(\bigcup_nA_n\right)=\sum_n\mu(A_n) \] 을 얻는다. [엄밀하게는 \(\overline I\)와 \(\underline I\)에 대한 단조수렴정리(앞서 증명한 것과 같은 이름, 같은 뜻의 정리이지만 이번에는 다니엘의 공리로부터 새로 증명해야 한다)를 먼저 증명해야 하는데, 그 증명 역시 상적분의 적정성 보조정리와 똑같은 방식, 즉 단조연속성 공리를 사용하여 오차를 작게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즉 \(\mu\)는 진짜 측도, 그것도 앞서 정의했던 것과 같은 성질(가산가법성)을 갖는 측도다.
표준적인 예로 돌아가 보자. \(L\)이 계단함수, \(I\)가 그 계단함수의 넓이라면, 이 절차로 얻는 \(\mu\)는 무엇일까? 구간 \([a,\,b]\)의 지시함수는 그 자체로 계단함수이므로 \(\mu([a,b])=I(\mathbb 1_{[a,b]})=b-a\)이고, 카라테오도리의 구성으로 얻은 르베그 측도도 정확히 같은 값을 가진다. 두 구성의 결과가 구간에 대하여 일치하고 둘 다 (각자의 방식으로) 가산가법적이므로, 사실 \(\mu\)는 다름 아닌 르베그 측도 그 자체임이 밝혀진다. 측도를 구성하는 순서가 완전히 바뀌었지만 결과는 같다.
다니엘-스톤 정리
앞 절의 관찰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정리로 확인할 차례이다. 다만 조건이 하나 더 필요하다. \(f\in L\)일 때 \(\min(f,\,1)\in L\)도 성립해야 하는데, 이런 \(L\)을 스톤 격자(Stone lattice)라고 부른다. [이 조건이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min(f,1)\)을 만들 수 있어야 \(f\)의 한곗값 집합(예를 들어 \(\{f > a\}\))에 대응하는 지시함수류를 \(L\)의 극한으로 근사할 수 있고, 그래야 \(L\)의 함수들이 결국 하나의 \(\sigma\)-대수에 대해 가측이 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이 조건이 없으면 \(L\)이 충분히 풍부하지 않아 적절한 측도공간을 얻지 못할 수 있다.] 계단함수 공간은 스톤 격자다. (계단함수와 상수함수 \(1\)의 최솟값은 여전히 계단함수이기 때문이다.)
다니엘-스톤 정리 (Daniell-Stone theorem)
\((L,\,I)\)가 다니엘 적분이고 \(L\)이 스톤 격자라고 하자. 그러면 \(X\) 위의 측도공간 \((X,\,\mathcal M,\,\mu)\)가 존재하여, \(L\)의 모든 함수가 \(\mathcal M\)-가측이고, 다니엘 적분 가능한 모든 함수 \(f\)가 \(\mu\)에 대해 (앞서 정의한 뜻에서) 르베그 적분 가능하며 \[ I(f)=\int_Xf\,d\mu \] 이다.
완전한 증명은 이 글의 범위를 넘으므로, 여기서는 개요를 살펴보자. 앞 절에서 구성한 \(\mu(A)=I(\mathbb 1_A)\)를 사용하여, \(\mathcal M\)을 (적당한 국소적 조건을 붙인) 적분 가능한 집합이 생성하는 \(\sigma\)-대수로 잡는다. \(L\)의 함수가 \(\mathcal M\)-가측이라는 사실은, 스톤 조건이 보장하는 절단(truncation) 연산, 즉 \(f\in L\)의 값을 특정 한곗값 이하가 되도록 하여도 여전히 \(L\)에 머무른다는 사실을 반복하여 활용하면, \(\{f > a\}\)와 같은 한곗값 집합의 지시함수를 \(L\)-함수의 극한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데서 나온다.
마지막으로, 다니엘 적분 가능한 함수 \(f\)에 대해 \(I(f)=\int f\,d\mu\)라는 등식은, 양변이 똑같은 절차, 즉 \(L\)(또는 단순함수)에서 시작하여 단조극한을 취하는 절차로 구성되었다는 사실로부터 나온다. 상적분 \(\overline I(f)\)를 정의하는 \(L\)의 증가열은 그 자체로 (지시함수의 유한 선형결합, 즉 단순함수의 증가열과 극한값이 같은) \(\mu\)에 대한 단순함수 근사열로 볼 수 있으므로, 앞서 구성한 적분과 다니엘의 상적분은 같은 극한인 셈이다. [마셜 스톤이 1948년 논문 “적분에 관한 노트 III”(Notes on Integration III)에서 이 스톤 조건과 정리의 현재 형태를 정리했다. 다니엘의 1918년 원논문에는 이 조건이 정확히 이런 형태로 제시되지 않았는데, 스톤의 정리를 거치고 나서야 다니엘의 구성과 르베그의 구성이 정확히 같은 이론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파생되는 관점
측도가 적분에 의하여 구성되는 이 관점은 확률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확률론을 다룬 글(확률론과 르베그 적분)에서는 콜모고로프를 따라 확률측도 \(P\)를 먼저 공리로 놓고, 기댓값 \[ \mathbb E[X]=\int X\,dP \] 를 그 측도 위의 적분으로 정의하였다. 그런데 브루노 데 피네티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데 피네티가 1937년 앙리 푸앵카레 연구소에서 한 강연(“예견 가능성, 그 논리적 법칙과 주관적 근원”, Prévision, ses lois logiques, ses sources subjectives)에서 이 관점을 제시했다. 이 강연은 모리스 프레셰의 초청으로 이루어졌는데, 프레셰는 앞서 콜모고로프의 선구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언급된 인물이다.] 데 피네티는 ‘예견값’(prevision)이라고 부른 기댓값 \(\mathbb E[X]\)를 원초적인 개념으로 놓고, 사건 \(A\)의 확률을 \[ P(A):=\mathbb E[\mathbb 1_A] \] 로, 즉 예견값의 특수한 경우로 정의하였다. 확률이 기댓값을 사용하여 정의되는 것이다. 이 순서가 의미를 가지려면 예견값 자체가 몇 가지 자연스러운 공리(선형성, 양수성 등 다니엘의 공리와 비슷한 조건)를 만족시켜야 하는데, 데 피네티는 이 공리를 ‘정합성’(coherence)이라는 이름으로, 내기에서 어느 쪽을 택해도 반드시 손해를 보게 만들 수 없다는 조건으로 정당화했다.
측도론에서 다니엘이 걸었던 길과 확률론에서 데 피네티가 걸었던 길은 형식적으로 같은 절차를 따른다. 둘 다 ‘크기(측도, 확률)’보다 ‘적분(범함수, 예견값)’을 더 근본적인 개념으로 취급하고, 크기는 그 적분을 지시함수에 대입하여 얻는 결과물로서 다룬다. 실제로 다니엘 적분을 유계가 아닌 함수까지 확장하는 최근의 연구는 데 피네티의 정합적 예견값 이론과 정확히 같은 수학적 틀 위에서 서술되기도 한다.
하나의 공리로 통합된 적분
이 글에서는 다니엘의 공리(벡터공간이자 격자인 기초함수공간 \(L\), 그 위의 양수인 선형범함수 \(I\), 그리고 단조연속성 공리)를 정의하고, 상적분과 하적분을 구성하여 \(I\)를 넓은 함수공간으로 확장하였다. 이 확장 절차가 리만 적분과 르베그 외측도의 구성과 같은 형태라는 점을 확인하였고, 지시함수의 적분으로서 측도를 재구성하였으며, 다니엘-스톤 정리를 사용하여 이렇게 얻은 적분이 결국 어떤 측도에 대한 르베그 적분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마지막으로 확률론에서 데 피네티가 걸었던, 기댓값을 원초적 개념으로 놓는 길이 다니엘의 방법과 같은 절차를 따른다는 사실도 살펴보았다.
지금까지 만난 적분을 다니엘의 언어로 다시 정리해 보자. 리만 적분은 \(L\)을 계단함수로 두고, \(I(\varphi)=\sum c_i\ell(I_i)\)로 두었을 때 얻는 다니엘 적분이다. 리만-스틸체스 적분은 똑같은 \(L\)을 사용하지만 \(I(\varphi)=\sum c_i\Delta\alpha(I_i)\)로 바꾸어 얻는 다니엘 적분이다. 르베그 적분은 이 글에서 직접 확인했듯 같은 \(L\)의 확장이다. 일반측도공간 위의 적분은, 그 측도로 만든 단순함수의 적분을 \(L\)로 삼아 얻는 다니엘 적분과 같다. 확률론에서 다룬 기댓값조차 \(L\)을 단순확률변수로 두고 \(I(\varphi)=\sum c_iP(A_i)\)로 두었을 때 얻는 다니엘 적분이다. 지금까지 서로 다른 얼굴로 만났던 적분들이 사실은 하나의 공리 체계를 서로 다른 출발점에 적용한 결과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적분의 개념을 통합하는 과정에서도 다루지 못한 부분이 남아 있다. 지금까지는 언제나 적분의 대상(피적분함수)이 무작위이든 아니든과 무관하게, 적분하는 기준(측도, 또는 \(L\) 위의 범함수 \(I\))이 항상 고정되고 결정론적이었다. 확률변수를 적분할 때도 확률측도 \(P\) 자체는 흔들리지 않는 배경이었다. 그런데 만약 적분하는 기준 그 자체가 무작위라면 어떨까? 예를 들어 브라운 운동처럼 그 자체가 확률적으로 요동치는 대상에 대해 적분을 정의하고 싶다면 어떨까? 브라운 운동의 표본경로는 거의 모든 구간에서 유계변동조차 아니어서, 리만-스틸체스 적분도 르베그-스틸체스 측도도 이 대상에는 적용할 수 없다. 무작위성 그 자체를 적분의 재료로 삼는 일, 그것이 다음 글(이토 적분과 확률적분)의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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