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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못한 편지

by Ariel Da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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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닿은 등 제3부 — 읽지 못한 편지

겨울 한가운데를 지나던 어느 날, 여자는 처음으로 아냐에게 무언가를 가르쳤다. 가르쳤다고 하기엔 너무 작은 것이었다. 의자에 앉은 아냐에게 다가와,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고 이렇게 말했을 뿐이다. 어깨가 너무 올라가 있어요. 숨을 쉴 때 어깨가 따라 올라가지 않게 해 봐요. 가슴 아래로 숨이 내려가야 해요.

아냐는 그날 처음으로 자신의 호흡을 의식했다. 한 번도 의식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숨을 들이쉴 때 어디가 부풀고, 내쉴 때 어디가 비는지. 여자의 손은 아냐의 어깨에 잠시 더 머물다 천천히 떨어졌다. 손이 떠난 자리에 따뜻함이 남았다. 아냐는 그 자리에 손을 올려 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 뒤로 여자는 가끔 아냐에게 작은 것을 알려 주었다. 등을 펴는 법, 발끝에 무게를 싣는 법, 시선을 멀리 두는 법. 큰 동작은 가르치지 않았다. 사람이 서 있는 법, 사람이 제 몸 안에 머무는 법. 그런 작은 것이었다. 아냐는 자신이 무엇을 배우는지 알지 못했지만, 회관을 나설 때마다 등이 조금 곧아진 것을 느꼈다.

어느 날 여자가 아냐에게 물었다. 어머니가 살아 계신가요. 아냐는 고개를 저었다. 여자는 더 묻지 않았다. 잠시 후, 의자에 앉아 발에 천을 감으며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라는 말은 어렵지요. 죽은 어머니도, 살아 있는 어머니도 다 어려워요. 둘 다 어딘가는 떠나 있어요.

아냐는 그 말을 그때는 다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여자의 어머니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살아 있으면서 떠나 있다는 게 무엇인지는, 시간이 더 흐른 뒤에야 짐작할 수 있었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 회관에 다른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극단 사람들이었다. 봄이 오면 다시 길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회관에는 옷가지가 쌓이고, 작은 무대 장치가 들어오고, 누군가는 바닥을 다시 닦았다. 아냐가 의자에 앉아 여자의 동작을 바라보던 그 고요한 두 시간은 점점 짧아졌고, 끝내 사라졌다.

여자는 더는 혼자 연습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움직였고,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자세를 바꿨고, 같은 장면을 여러 번 되풀이했다. 아냐는 여전히 회관에 갔지만,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점점 어색해졌다. 다른 사람들이 아냐를 흘끔거렸다. 그 시선은 친절하지 않았다. 누구네 아이인지, 무엇을 하러 왔는지 묻는 시선이었다.

여자는 그것을 알아챘다. 어느 날 연습이 끝난 뒤, 여자는 외투를 입고 아냐와 함께 회관을 나왔다. 두 사람은 강가를 따라 걸었다. 강은 아직 얼어 있었지만, 가장자리에서는 얼음이 조금씩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봄이 오는 신호였다.

여자가 말했다. 우리는 곧 떠나요. 다음 도시로, 그다음 도시로. 봄과 여름은 길 위에서 보낼 거예요. 가을이 오면 더 남쪽으로 내려가고, 다음 겨울은 다른 데서 보내겠지요.

아냐는 강의 얼음을 바라보며 걸었다. 발이 시렸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여자가 곧 떠난다는 걸 알면서도, 아냐는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

여자는 잠시 후 이어 말했다. 회관에 자주 오지 않아도 돼요. 우리가 떠난 뒤에도. 회관은 회관일 뿐이에요. 거기서 본 것은 거기 두고 가도 괜찮아요.

아냐는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았다. 여자는 아냐가 자신을 너무 깊이 들이지 않기를 바랐다. 떠나는 사람이 남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다정한 말이었다. 그러나 아냐는 그 다정함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그날 밤, 아냐는 처음으로 어머니의 신발을 신어 보았다. 발에 맞지 않았다. 너무 작아 발가락이 코끝에 닿았고, 발등이 조였다. 그래도 아냐는 한참 그렇게 앉아 있었다. 어머니의 발이 들어 있던 자리에 제 발을 넣고, 신발 안쪽의 어둠을 발끝으로 더듬으며.

신발 안쪽에 어머니의 땀이 마른 자국이 있었다. 어머니가 그 안에서 흘린 모든 시간이 작은 얼룩이 되어 남아 있었다. 아냐는 그 자국을 손가락으로 만져 보았고, 그제야 처음으로 울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한 번도 울지 않던 아냐가, 그 작은 얼룩 앞에서 울었다.

봄이 왔다. 강이 풀렸고, 거리의 눈이 녹았고, 자작나무 가지에 작은 잎이 돋기 시작했다. 극단은 떠날 채비를 마쳤다. 마차에 짐이 실리고, 말들에게 새 편자가 박혔고, 사람들은 저마다 외투 안에 따뜻한 옷가지를 챙겨 넣었다.

떠나기 전날, 여자가 아냐의 집을 찾아왔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할머니가 문을 열어 주었고, 여자는 짧게 인사한 뒤 아냐를 찾았다. 아냐는 부엌에서 빵을 자르고 있었고, 칼을 든 채로 여자를 맞았다.

여자는 작은 꾸러미를 내밀었다. 천에 싸여 있었고,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았다. 아냐는 그것을 받았지만 풀어 보지 않았다. 풀어 보면 여자가 떠난다는 것이 진짜가 될 것 같았다.

여자가 말했다. 잘 지내요. 그리고 너무 자주 뒤를 돌아보지 말아요. 뒤를 돌아보는 건 한 번이면 충분해요.

여자는 그렇게 말한 뒤 떠났다. 아냐는 문 앞에 서서 여자가 거리 끝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여자는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제가 한 말을 제가 먼저 지키려는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 마차들이 도시를 떠났다. 아냐는 강가에 서서 마차들이 다리를 건너는 모습을 보았다. 마차는 세 대였고, 세 번째 마차의 작은 창에 잠시 누군가의 얼굴이 비쳤다 사라졌다. 누구의 얼굴인지 아냐는 확인하지 못했다. 확인하려 하지도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아냐는 비로소 꾸러미를 풀었다. 안에는 두 가지가 들어 있었다. 하나는 작은 천 가방이었다. 그 안에는 발끝을 단단하게 하는 데 쓰는 송진 가루가 들어 있었다. 또 하나는 짧은 편지였다. 외국어로 적혀 있어 아냐는 읽을 수 없었다.

아냐는 그 편지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글자 모양은 낯설었지만, 글자들이 종이 위에 놓인 모양새는 어머니의 편지 묶음에 있던 것과 비슷했다. 같은 언어인 것 같았다. 어머니가 남쪽의 큰 도시에서 무대에 올랐을 때 함께 일하던 사람들의 언어. 어머니가 가끔 혼자 있을 때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던 언어.

아냐는 그 편지를 어머니의 신발과 함께 비단 천에 싸서 두었다. 언젠가 그 언어를 배우게 되면 읽어 보리라. 그러나 그것은 아직 먼 훗날의 일이었다.

그해 여름, 아냐는 처음으로 회관에 다시 갔다. 회관은 비어 있었다. 천장은 여전히 높았고, 창은 여전히 길쭉했고, 바닥의 거친 결도 그대로였다. 아냐는 회관 한가운데 서서, 여자가 서 있던 자리에 제 발을 가만히 올려놓았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한 발을 들어 올렸다. 여자가 하던 것처럼 정확하지는 않았다. 다만 천천히, 제 호흡을 의식하면서. 어깨가 따라 올라가지 않게, 시선을 멀리 두면서.

회관에는 아무도 없었다. 누구도 아냐를 보지 않았다. 그러나 아냐는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어머니였을지도, 여자였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둘 다였을지도 모른다.

여러 해가 흘렀다. 시간은 눈의 도시에서도 흘렀고, 아냐는 자랐다. 할머니는 점점 작아졌고, 아냐는 점점 커졌다. 그것이 시간이 하는 일이었다. 누군가는 작아지게 하고, 누군가는 커지게 하는 일.

아냐가 열아홉이 되던 해,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봄에 시작된 기침이 여름에 깊어졌고, 가을이 되자 할머니는 더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마지막 며칠 동안 할머니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지만, 아냐가 곁에 앉을 때마다 손을 뻗어 아냐의 손을 잡았다. 할머니의 손은 가벼웠고, 마디가 굵었고, 오래 일한 사람의 손이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냐는 강가의 낮은 집에 혼자 남았다. 집은 아냐의 것이 되었지만, 아냐의 것이라는 감각은 좀처럼 자라지 않았다. 집은 여전히 어머니의 것이고 할머니의 것이었다. 아냐는 그 안에서 살아갈 뿐이었다.

겨울이 오기 전, 아냐는 한 가지를 결정했다. 도시를 떠나기로 했다. 어머니가 한때 무대에 올랐던 남쪽의 큰 도시로, 어머니의 편지에 적혀 있던 그 언어가 쓰이는 곳으로. 아냐는 거기서 무엇을 하게 될지 알지 못했다. 다만 가야 한다는 것은 알았다.

집을 정리하는 일은 오래 걸렸다. 어머니의 물건, 할머니의 물건, 아냐 자신의 어린 시절 흔적. 버릴 것과 가져갈 것을 가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아냐는 결국 가방 두 개에 들어갈 만큼만 추렸다. 옷 몇 벌, 책 몇 권, 어머니의 편지 묶음, 그리고 어머니의 신발과 여자의 송진 가루와 읽지 못한 편지.

떠나는 날 아침, 아냐는 강가에 잠시 서 있었다. 강은 다시 얼어 가고 있었고, 가장자리에 얇은 얼음이 끼어 있었다. 아냐는 한 번만 뒤를 돌아보았다. 낮은 집, 그 위의 굴뚝, 그 너머의 회관이 보였다.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본 다음 아냐는 돌아섰다. 여자가 하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는 것은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남쪽으로 가는 길은 길었다. 마차에서 기차로, 기차에서 다시 마차로 갈아탔고, 여러 도시를 지났다. 아냐가 처음 가 보는 도시들이었다. 어떤 도시는 강이 넓었고, 어떤 도시는 시장이 컸고, 어떤 도시는 종소리가 자주 울렸다. 아냐는 도시마다 하루 이틀씩 묵으며 다음 차편을 기다렸고, 그동안 거리를 걸으며 그곳의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러던 어느 도시에서, 아냐는 우연히 한 광장에 들어섰다. 광장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그 한가운데 작은 임시 무대가 세워져 있었다. 누군가 음악을 연주했고, 그 음악에 맞춰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아냐는 가장자리에 서서 한참 바라보았다.

움직이는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 아냐의 눈에 들어왔다. 키가 크지 않은, 머리를 단단하게 묶어 올린 여자였다. 회관의 그 여자는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여자가 발을 들어 올리고 내리는 모습은 어딘가 익숙했다. 같은 종류의 정확함이었다.

아냐는 그 자리에 한참 서 있었다. 가방이 무거웠고 다리가 아팠지만,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음악이 끝나고 사람들이 박수를 친 뒤에도 아냐는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광장이 비어 가고, 임시 무대가 분해되고, 사람들이 흩어진 뒤에도.

그날 밤 아냐는 그 도시의 작은 여관에서 잤다. 다음 날 아침, 남쪽으로 가는 표를 한 장 사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대신 그 도시에 며칠 더 머물기로 했다. 광장에서 본 사람들이 어디서 연습하는지, 어디서 묵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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