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유한차원 공간에서의 브라우어 부동점 정리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무한차원 바나흐 공간에서는 닫힌 단위 공이 컴팩트 집합이 아니므로, 단순히 “유계이고 닫힌 볼록 집합”이라는 조건만으로는 부동점의 존재를 보장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율리우스 샤우더(Julius Schauder)는 브라우어의 아이디어를 무한차원으로 확장했다. 핵심은 정의역 자체가 컴팩트 볼록집합인 경우이거나, 혹은 정의역은 닫힌 볼록집합이더라도 연산자의 상 \(T(C)\)가 상대적 컴팩트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정리는 타원형 편미분방정식이나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과 같은 비선형 문제의 해의 존재성을 증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글에서 \(X\)는 바나흐 공간을 나타낸다.
정리 1. (샤우더 부동점 정리 - 기본형)
\(K\)가 바나흐 공간 \(X\)의 공집합이 아닌 부분집합이라고 하자. 또한 \(K\)가 볼록한 컴팩트 집합이라고 하자.
만약 \(T : K \rightarrow K\)가 연속함수라면, \(T\)는 \(K\) 내에서 적어도 하나의 부동점을 가진다.
이 정리는 브라우어 부동점 정리의 직접적인 일반화이다. 하지만 응용 측면에서는 집합 \(K\) 자체가 컴팩트인 경우보다, \(K\)는 단지 닫혀 있고 유계이면서 연산자 \(T\)가 좋은 성질(컴팩트성)을 가지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다음의 형태가 더 자주 사용된다.
정리 2. (샤우더 부동점 정리 - 연산자형)
\(C\)가 바나흐 공간 \(X\)의 공집합이 아닌 닫힌 볼록집합이라고 하자.
만약 \(T : C \rightarrow C\)가 연속이고 \(T(C)\)가 \(X\)에서 상대적 컴팩트 집합이면, \(T\)는 \(C\) 내에서 적어도 하나의 부동점을 가진다.
이 정리를 증명하는 핵심 아이디어는 “유한차원 근사(finite dimensional approximation)”이다. 무한차원 공간의 컴팩트 집합은 유한차원 공간으로 아주 가깝게 근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브라우어 부동점 정리를 적용하는 것이다.
증명
여기서는 정리 1의 증명의 개요를 살펴보자. \(K\)가 컴팩트 집합이므로, 임의의 \(\varepsilon > 0\)에 대하여 유한한 \(\varepsilon\)-그물 \(\{x_1,\, \ldots,\, x_n\} \subset K\)를 잡을 수 있다. 이 점들의 볼록껍질 \[K_\varepsilon = \operatorname{conv}\{x_1,\, \ldots,\, x_n\}\] 를 생각하자. \(K\)가 볼록하므로 \(K_\varepsilon \subset K\)이고, \(K_\varepsilon\)는 유한차원 부분공간 안의 컴팩트 볼록집합이다.
이제 \(K\) 위에서 정의된 연속함수 \(P_\varepsilon : K \to K_\varepsilon\)를 적당히 구성하여 모든 \(x \in K\)에 대해 \[\|P_\varepsilon(x)-x\|<\varepsilon\] 가 되게 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여 \[F_\varepsilon = (P_\varepsilon \circ T)|_{K_\varepsilon} : K_\varepsilon \to K_\varepsilon\] 를 정의하자. \(F_\varepsilon\)는 유한차원 공간의 컴팩트 볼록집합 \(K_\varepsilon\)에서 자기 자신으로 가는 연속함수이므로, 브라우어의 부동점 정리에 의해 어떤 \(x_\varepsilon \in K_\varepsilon\)가 존재하여 \[F_\varepsilon(x_\varepsilon)=x_\varepsilon\] 를 만족한다. 즉, \[P_\varepsilon(T(x_\varepsilon))=x_\varepsilon\] 이다.
이제 \(\varepsilon = 1/n\)으로 두고 얻는 수열 \(\{x_{1/n}\}\subset K\)를 생각하자. \(K\)의 컴팩트성에 의해 이 수열은 어떤 점 \(x^* \in K\)로 수렴하는 부분수열을 가진다. 또한 \[\|x_{1/n}-T(x_{1/n})\| \le \|x_{1/n}-P_{1/n}(T(x_{1/n}))\|+\|P_{1/n}(T(x_{1/n}))-T(x_{1/n})\| < \frac{1}{n} \] 이므로, 부분수열에 대해 극한을 취하면 \(x^*=T(x^*)\)를 얻는다. 따라서 \(T\)는 \(K\) 안에서 부동점을 가진다.
바나흐의 축소 사상 원리는 미분방정식 \(y' = f(t,\, y)\)에서 \(f\)가 립시츠 연속일 때 해의 유일성과 존재성을 보장한다(피카르-린델뢰프 정리). 샤우더의 부동점 정리를 사용하면, \(f\)가 단순히 연속이기만 해도 해가 존재함을 보일 수 있다. (단, 유일성은 보장되지 않는다.)
정리 3. (페아노의 정리)
\(f(t,\, y)\)가 \((t_0,\, y_0)\) 근방의 직사각형 영역에서 연속이라고 하자. 그러면 초깃값 문제 \(y' = f(t,\, y), \,\, y(t_0) = y_0\)는 \(t_0\)의 적당한 근방에서 적어도 하나의 해를 가진다.
증명
문제를 적분방정식 \(y = Ty\)로 변환한다. \[(Ty)(t) = y_0 + \int_{t_0}^t f(s, y(s)) \, ds .\] 구간 \[I=[t_0-\delta,\, t_0+\delta]\] 위의 바나흐 공간 \(X=C(I)\)를 최대 노름 \(\|\cdot\|_\infty\)와 함께 생각하자.
\((t_0,\,y_0)\)를 포함하는 직사각형에서 \(f\)가 연속이므로, 충분히 작은 직사각형 \[R=[t_0-\delta,\, t_0+\delta]\times [y_0-b,\, y_0+b]\] 를 잡아 \[M=\sup_{(t,y)\in R}|f(t,y)|<\infty\] 가 되게 할 수 있다. 또한 \(\delta>0\)를 충분히 작게 잡아 \(M\delta\le b\)가 되게 하자. 이제 \[C=\{y\in C(I): \|y-y_0\|_\infty\le b\}\] 를 생각하면, \(C\)는 \(X\)의 닫힌 볼록집합이다.
\(y\in C\)이면 모든 \(t\in I\)에 대해 \((t,y(t))\in R\)이므로 \[|(Ty)(t)-y_0| = \left|\int_{t_0}^t f(s,y(s))\,ds\right| \le M|t-t_0| \le M\delta \le b\] 이다. 따라서 \(T(C)\subset C\)이다.
이제 \(T\)가 컴팩트함을 보이자. \(y\in C\)에 대해 \[|(Ty)(t)|\le |y_0|+M\delta\] 이므로 \(T(C)\)는 일양 유계이다. 또한 임의의 \(t_1,t_2\in I\)에 대해 \[|(Ty)(t_1)-(Ty)(t_2)| = \left|\int_{t_1}^{t_2} f(s,y(s))\,ds\right| \le M|t_1-t_2| \] 이므로 \(T(C)\)는 동등 연속이다. 따라서 아첼라-아스콜리 정리에 의해 \(T(C)\)는 \(X\)에서 상대적 컴팩트 집합이다.
결국 \(T:C\to C\)는 정리 2의 가정을 만족하므로, 샤우더 부동점 정리에 의해 어떤 \(y\in C\)가 존재하여 \(Ty=y\)를 만족한다. 이 \(y\)는 적분방정식의 해이고, 따라서 초깃값 문제의 해가 된다.
보기 4. (해의 유일성이 보장되지 않는 예)
초깃값 문제 \[y' = \sqrt{|y|}, \qquad y(0)=0\] 를 살펴보자. 함수 \(\sqrt{|y|}\)는 \(y=0\)에서 립시츠 연속이 아니지만 연속이다. 따라서 페아노의 정리에 의해 적어도 하나의 해는 존재한다.
실제로 \(c\ge 0\)마다 다음과 같이 정의한 함수 \[y_c(t)= \begin{cases} 0, & t\le c,\\[4pt] \dfrac{(t-c)^2}{4}, & t\ge c \end{cases}\] 는 초깃값 문제의 해가 된다. 특히 \(c=0\)이면 \[y_0(t)= \begin{cases} 0, & t\le 0,\\[4pt] \dfrac{t^2}{4}, & t\ge 0 \end{cases}\] 이고, \(c>0\)인 경우도 모두 서로 다른 해를 준다. 따라서 이 초깃값 문제는 해는 존재하지만 유일하지는 않다. 샤우더 부동점 정리는 이처럼 해의 존재는 보장하지만, 유일성은 보장하지 않는다.
샤우더 부동점 정리는 강력하지만, “볼록 집합을 자기 자신으로 보낸다”라는 조건, 즉 \(T(C) \subset C\)라는 조건을 확인하는 것이 까다로울 때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 해의 ‘유계성(a priori bound)’만으로 존재성을 보장하는 정리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다음 글에서 다룰 셰퍼의 부동점 정리(Schaefer’s fixed point theorem)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