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리만 적분, 리만-스틸체스 적분, 르베그 적분, 헨스톡-쿠르츠바일 적분, 다니엘 적분, 이토 적분을 살펴보았다. 그 과정에서 “크기를 재는 방법을 어떻게 정하고, 그 방법으로 무엇을 적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공유하고, 각각의 적분으로 그 질문에 답하였다. 그런데 수학에는 이 질문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적분’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이론이 있고, 또 한편으로는 이 질문과 같은 결이지만 앞의 글에서 다루지 않은 적분도 있다. 이 글에서는 이전의 글에서 다루지 않은 다양한 적분의 개념을 간략히 소개한다.
보크너 적분
르베그 적분은 실숫값 함수를 적분했다. 그런데 함숫값이 실수가 아니라 바나흐공간의 원소라면 어떨까?
측도공간 \((\Omega,\,\mathcal F,\,\mu)\)와 바나흐공간 \(X\)에 대해, 함수 \(f:\Omega\to X\)가 \(X\)-값 단순함수(유한 개의 \(x_i\in X\)와 가측집합 \(E_i\)에 대해 \(\sum x_i\mathbb 1_{E_i}\) 꼴인 함수)의 열 \(f_n\)으로 (거의 모든 곳에서) 근사되고 \[ \int_\Omega\|f_n-f\|_X\,d\mu\to0 \] 을 만족시키면, “\(f\)는 보크너 적분 가능(Bochner integrable)하다”라고 말하고 \[ \int_\Omega f\,d\mu:=\lim_{n\to\infty}\int_\Omega f_n\,d\mu \] 로 정의한다. (단순함수의 적분은 \(\sum x_i\mu(E_i)\)로 자명하게 정의된다.) \(X\)의 완비성 덕분에 이 극한의 존재성이 보장되며, 특히 이 적분의 값은 근사열의 선택과 독립적으로 정해진다. [살로몬 보크너가 1933년 논문 “값이 벡터공간의 원소인 함수의 적분”(Integration von Funktionen, deren Werte die Elemente eines Vektorraumes sind)에서 이 적분을 도입했다. \(f\)가 보크너 적분 가능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f\)가 강가측(strongly measurable, 단순함수의 거의 어디서나 극한)이고 \(\int_\Omega\|f\|_X\,d\mu < \infty\)인 것인데, 이것은 \(f\in L^1\)의 조건이 \(\int|f|\,d\mu < \infty\)였던 것과 정확히 같은 꼴이다.]
보크너 적분은, 지배수렴 정리를 포함하여, 르베그 적분이 가진 좋은 성질을 대부분 가지고 있다. 여기서는 흥미로운 성질 하나만 추가로 살펴보자. 함수 \(T:X\to Y\)가 유계선형연산자이면 \[ T\left(\int_\Omega f\,d\mu\right)=\int_\Omega Tf\,d\mu \] 가 성립한다. 적분이라는 극한 연산과 유계선형연산자의 순서를 바꾸어도 된다는 것인데, 이 사실은 확률과정이 바나흐공간에서 값을 갖는 경우(예를 들어 함수 자체를 값으로 갖는 확률과정)를 다루는 현대 확률론에서 요긴하게 쓰인다.
미분형식과 스토크스 정리
학부 과정의 다변수 미적분학에서 배우는 선적분, 면적분, 그리고 그 둘을 일반화하는 미분형식의 적분 \(\int_M\omega\)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았다. 지금까지 다룬 이론이 처음부터 물었던 질문은 ‘구간(또는 집합) 하나에 무게를 매기는 방법을 어떻게 정하는가’였다. 그 무게가 길이든, 측도든, 게이지든, 확률이든, 정의역 자체는 언제나 \(\mathbb R\)의 부분집합(또는 그 곱, 또는 확률공간)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다양체 \(M\)과 미분형식 \(\omega\)에 대하여 정의되는 \(\int_M\omega\)라는 적분이 던지는 질문은 전혀 다르다. 정의역 \(M\) 자체가 휘어 있고 방향을 가진 기하학적 대상이며, 그 위에서 ‘적분한다’는 것은 \(k\)형식이라는 대상을 \(M\)의 각 점의 접공간에 맞추어 대응시키는 일이다. 무게를 매기는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적분하는 공간의 기하 자체가 문제의 중심에 있다. 그러므로 미분형식의 적분은 지금까지 다룬 이론과는 다른 종류의 질문에 속한다.
이 방향에서 가장 중요한 정리는 스토크스 정리다. \[ \int_M d\omega=\int_{\partial M}\omega \] 그린 정리, 발산 정리, 고전적인 3차원 스토크스 정리, 그리고 미적분학의 기본정리와 그 완전한 형태까지 전부 이 등식의 특수한 경우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앞서 다룬 게이지 적분의 다차원 일반화(구간 대신 \(\mathbb R^n\)의 부분집합을 게이지로 세분하는 방식)를 사용하면, \(\omega\)가 미분가능하기만 하면 되고 그 도함수의 연속성이나 적분 가능성을 따로 요구하지 않는 훨씬 일반적인 형태로 스토크스 정리를 증명할 수 있다. [이런 고차원 게이지 적분을 흔히 ‘일반화된 리만 적분’이라고 부르며, 스트래들 보조정리를 사용하여 완전한 미적분학의 기본정리를 증명했던 것과 같은 구성적 방법이 고차원에서도 거의 그대로 사용된다.] 질문은 다르지만, 도구는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위너 적분과 경로적분
이토 적분을 다른 관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노버트 위너가 1923년에 구성한 위너측도(Wiener measure)는, 연속함수 전체의 공간 \(C([0,\,T],\,\mathbb R)\) 위에 정의된 확률측도로서, 좌표사상 \(\omega\mapsto\omega(t)\)가 정확히 브라운 운동이 되도록 만들어진 측도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이토 적분은 유한차원 공간이 아니라 경로 전체의 공간 위에서, 위너측도라는 (완전히 엄밀한, 가산가법적인) 측도에 대한 적분의 특수한 경우다. 앞서 살펴본 이토 적분을 구성하는 과정 전체가 사실은 이 무한차원 공간 위에서 르베그 적분 이론을 (상당한 손질을 거쳐) 되풀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리학에서는 이와 형태가 비슷하지만 성격이 전혀 다른 대상을 만난다. 리처드 파인만이 양자역학을 재구성하며 도입한 경로적분(path integral)은 \[ \int e^{iS[x]/\hbar}\,\mathcal Dx \] 꼴로 나타난다. (\(S[x]\)는 경로 \(x(\cdot)\)의 고전적 작용이고, \(\mathcal Dx\)는 ‘모든 경로에 대한’ 형식적인 적분 기호이다.) 위너측도가 진짜 가산가법적인 확률측도인 것과 달리, \(e^{iS/\hbar}\)라는 ‘무게’는 절댓값이 항상 \(1\)이면서 위상만 진동하므로, \(\mathcal Dx\)를 경로공간 위의 진짜 측도로 엄밀하게 구성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이다. [허수 지수 \(i\)를 \(-1\)로 바꾸는 위크 회전(Wick rotation)을 거치면 \(e^{-S/\hbar}\)라는, 절댓값이 오히려 감쇠하는 무게로 바뀌어 위너측도와 흡사한 진짜 측도를 구성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파인만의 경로적분은 계산 도구로서는 매우 유용하지만, 그 자체로는 일반적으로 ‘가산가법적인 측도에 대한 적분’이라는 엄밀한 의미를 갖지 못하므로, 종종 이 위크 회전을 거쳐 우회적으로 다루게 된다.] 즉 파인만의 경로적분은 물리학의 계산 도구로서는 매우 유용하지만, 수학적으로 정의해 온 의미에서 ‘적분’인 경우는 흔치 않다. 위너 적분과 파인만 경로적분은 겉모습이 닮았을 뿐, 하나는 엄밀한 측도론의 틀 안에 있고 다른 하나는 대체로 그 바깥에 있다.
비표준해석학에서의 적분
리만 적분은 ‘직사각형을 한없이 가늘게 쪼개서 더한다’라는 직관에서 출발했지만, 그 직관을 엄밀하게 다듬으려면 곧바로 극한과 \(\varepsilon\)-\(\delta\) 논법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런데 그 소박한 직관을 정말로, 문자 그대로 엄밀하게 되살리는 길이 하나 있다.
에이브러햄 로빈슨이 1960년대에 세운 비표준해석학(nonstandard analysis)은, 실수 체계 \(\mathbb R\)을 초실수(hyperreal) \({}^*\mathbb R\)이라는 더 큰 순서체로 확장한다. 이 초실수 안에는 \(0\)보다 크지만 어떤 양의 실수보다도 작은 무한소(infinitesimal)와, 그 역수인 무한대(infinite)가 실제로 존재한다. 이 확장 수체계를 사용하면 \([a,\,b]\)를 무한소의 폭을 가진 (초유한 개의) 소구간으로 ‘정말로’ 쪼개고, 그 리만 합을 계산한 뒤, 계산 결과에서 무한소만큼의 오차를 잘라 낸 표준부분(standard part)을 취하는 것만으로 리만 적분을 재구성할 수 있다. 극한이라는 절차 자체를 무한소라는 대상으로 대체하는 셈이다. 이 구성은 모형이론(초멱 구성; ultrapower construction)이라는 논리학의 도구에 기반하고, 완전히 엄밀하면서도 라이프니츠가 애초에 상상했던 방식에 훨씬 가깝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p\)진 해석학과 아델 적분
마지막으로 살펴보는 적분은 정수론으로 이어진다. 유리수 \(\mathbb Q\)를 완비화하는 방법은 통상적인 절댓값을 사용하는 것(그 결과가 \(\mathbb R\)이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수 \(p\)를 하나 고정시키고, 어떤 수를 \(p\)로 얼마나 많이 나눌 수 있는지로 ‘크기’를 재는 \(p\)진 절댓값을 사용하면 전혀 다른 완비화 \(\mathbb Q_p\)(\(p\)진수)를 얻는다. \(\mathbb Q_p\) 위에도 자연스럽게 평행이동에 대해 불변인 측도(하르 측도)가 존재하고, 그 위에서 이전까지 다룬 것과 같은 맥락을 가진 적분 이론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다. ‘크기’라는 말 자체를 실직선과는 완전히 다르게 정의했을 뿐, 측도와 적분을 구성하는 절차의 골격은 일치한다는 뜻이다.
모든 소수 \(p\)에 대한 \(\mathbb Q_p\)와 실수 \(\mathbb R\)을 한꺼번에 엮은 아델환(adele ring) \(\mathbb A_{\mathbb Q}\) 위에서의 아델 적분(adelic integration)은 정수론에서 강력한 도구로 쓰인다. 존 테이트가 1950년 프린스턴대학교 박사학위논문(“정수체 위의 푸리에 해석과 헤케의 제타함수”)에서, 리만 제타함수의 해석적 연속(continuation)과 함수방정식을 아델 위의 조화해석을 사용하여 다시 증명했다. 리만 자신의 고전적인 논증과 본질적으로 닮았으면서도, 모든 소수를 동등하게 다루는 이 관점은 이후 랭글랜즈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는 정수론의 핵심 도구가 되었다. ‘크기를 재는 방법’이 실수에서 \(p\)진수로, 그리고 그 둘을 합친 아델로 옮겨 가면서, 적분이라는 도구가 해석학의 이론을 정수론의 이론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더 읽을거리
지금까지 살펴본 적분을 더 깊이, 또는 더 넓게 공부하고 싶은 독자를 위해 볼 만한 자료를 추천한다.
- 리만 적분과 리만-스틸체스 적분을 공부하고 싶다면 Abbott의 “Understanding Analysis”(번역서: 해석학 첫걸음)를 권한다. 정의를 던지기 전에 그 정의가 왜 필요한지부터 짚어 주는 서술로 잘 알려져 있어 혼자 공부하기에 알맞다. Rudin의 “Principles of Mathematical Analysis”는 여전히 학부 실해석학의 기준점이지만, 압축된 문체 탓에 첫 책으로는 만만치 않다. 나중에 곁에 두고 참고할 고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측도론 전반을 공부하고 싶다면 Axler의 “Measure, Integration & Real Analysis”를 추천한다. 2020년에 나온 책으로 저자 홈페이지에서 전체를 무료로 볼 수 있고, 르베그 측도와 추상측도를 처음부터 나란히 다루는 구성이 이 글의 순서와도 잘 맞는다. Royden의 “Real Analysis”와 Folland의 “Real Analysis: Modern Techniques and Their Applications”는 수십 년간 대학원 초년 과정의 표준이었던 고전이니 나중에 참고서로 갖추어 둘 만하고, 더 방대하고 백과사전과 같은 참고서가 필요하면 Bogachev의 “Measure Theory”(전 2권)를 볼 만하다.
- 확률론을 측도론의 언어로 다시 살펴보고 싶다면 Durrett의 “Probability: Theory and Examples”를 권한다. 2019년에 나온 5판까지 꾸준히 개정되어 온 책이고 저자 홈페이지에서 무료 PDF로도 볼 수 있어, 고전이라기보다는 지금도 현역인 표준서에 가깝다. Williams의 “Probability with Martingales”는 더 얇고 개성 있는 문체로, 마팅게일 이론에 곧바로 파고들고 싶은 독자에게 알맞다.
- 헨스톡-쿠르츠바일 적분은 Bartle의 “A Modern Theory of Integration”이 사실상 유일하게 정평 있는 입문서다. 2001년 책이지만 관련 분야에서는 오히려 최근작에 속하고, 이 글에서 스케치만 한 증명의 전체 과정을 볼 수 있다.
- 확률미적분을 공부할 때 응용을 곁들여 부드럽게 시작하고 싶다면 Shreve의 “Stochastic Calculus for Finance II”를 권한다. 미적분학과 기초 확률론만으로도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조금 더 본격적으로 파고들고 싶다면 Le Gall의 “Brownian Motion, Martingales, and Stochastic Calculus”(브라운 운동, 마팅게일, 그리고 확률미적분)를 권한다. 2016년 책으로, 오래도록 표준이었던 Karatzas와 Shreve의 대학원 교재보다 훨씬 간결하고 덜 위압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Øksendal의 “Stochastic Differential Equations”(확률미분방정식)는 앞서 말한 두 책 사이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으며, 여전히 널리 읽히는 고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