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켰다. 발레리나를 봤다.
주인공이 연습실에서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장면. 발목이 꺾일 것 같아도 표정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 나는 이불을 무릎까지 덮고 있었다. 몸은 따뜻했는데 손끝은 차가웠다.
강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몸으로 말하는 강함은 아닐 것이다. 나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편도 아니다. 조금만 무거운 걸 들어도 어깨가 뻐근해진다. 그래도 마음의 세계는 단단해질 수 있지 않을까. 맞으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단단함이면 충분할 것 같기도 한데.
피가 튀고, 음악이 깔린다. 카메라가 천천히 돈다. 주인공의 손목이 보인다. 가늘지만 힘이 있었다. 목소리 톤이 낮게 깔릴 때 귀가 쫑긋해졌다. 멋있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그냥 계속 보게 되었다.
문득, 자신을 향해 약해지는 게 세상을 향해 강해지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순 같지만. 버티는 것만이 강함은 아닐 것 같다. 무너질 자리를 미리 만들어 두는 것도 마음의 기술 아닐까.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다. 다른 영화 예고편을 보여주려는 창을 꺼버리고, 음악을 끝까지 들었다. 음악이 끝나자 방 안에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만 남았다. 일어나서 물을 한 잔 마셨다.
저녁을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그냥 계란을 두 개 풀어 볶았다. 식탁에 앉아 젓가락을 들기 전에 잠깐 손을 멈췄다. 오늘 본 장면들이 아직 눈앞에 남아 있었다. 나는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기보다, 무너지지 않고 하루를 마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라고 다시 생각했다.
설거지를 했다. 미지근한 물이 손등을 적셨다.
이를 닦는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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