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리기

by Ariel Daley

이 더위 속에 땀 내가며 기호 뭉치를 보고 있단 말이지.
뜬금없는 상상을 해, 이것을 진지하게 공부해 볼까 하는.
더위가 언제 끝날지, 이 기호들이 언제 와닿을지,
어느 쪽도 모를 일이야.

깨닫지 못했던 장점을 발견했는데,
모호함을 견디는 힘, 그게 나에게 있는 것 같아.
잘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다 치고 조금 더 가 보는 일.

선택할 만한 별다른 여지가 없기에 불가피하게 견뎌왔던 시간,
그 시간의 짓누름을 참아가며
단단해진 모양이야.

덥다, 참으로 더워.
모호한 바다에 더위를 흘려보내자.

솔릭이라고 했던가.
어서 와. 다 녹아내리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