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우리는 바나흐 공간에서의 미분(프레셰 미분)을 정의하고, 이를 통해 비선형 함수를 국소적으로 선형 함수로 근사하는 방법을 살펴보았다. 이 글에서는 비선형 방정식의 해의 존재성과 유일성을 다루는 두 가지 중요한 정리인 역함수 정리(Inverse Function Theorem)와 음함수 정리(Implicit Function Theorem)를 증명할 것이다. 이 글에서 \(X,\, Y,\, Z\)는 바나흐 공간을 나타내며, \(U\)는 \(X\)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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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변수 미적분학에서 함수의 도함수 \(f’\)가 다시 미분가능하면 이계도함수 \(f”\)을 정의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바나흐 공간 사이의 함수 \(F : X \rightarrow Y\)에 대해서도 프레셰 도함수 \(F’ : X \rightarrow B(X, Y)\)가 다시 미분가능하다면 이계도함수를 정의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고계도함수의 정의를 살펴보고, 이것을 바탕으로 무한차원 공간에서의 테일러 정리(Taylor’s Theorem)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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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는 선형연산자 \(T : X \rightarrow Y\)를 주로 다루었다. 선형연산자는 공간의 구조를 보존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이다. 그러나 자연계의 많은 현상은 비선형 방정식으로 기술된다. 비선형 함수해석학(nonlinear functional analysis)은 이러한 비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한다. 미분적분학에서 곡선을 접선으로 근사하듯이, 무한차원 공간에서도 비선형 함수 \(F : X \rightarrow Y\)를 국소적으로(locally) 선형연산자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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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마침내 나란히 섰을 때, 말은 필요 없었다.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루안과 세린이 합쳐진 존재였고, 다른 하나는 그보다 먼저 같은 과정을 거친 존재였다. 몇 번째 순환이었는지, 얼마나 오래전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시스템을 벗어난 자들의 길, 규칙을 초월한 자들의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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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닿는 순간, 경계가 사라졌다. 두 사람의 윤곽이 흐려지면서 서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융합이 아니라 원래 상태로의 복귀였다. 물방울 두 개가 만나 하나가 되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들이 합쳐지는 동안, 주변 공간도 함께 변했다. 플렉시움과 연구소의 경계가 무너졌다. 트윈릭이 서버랙과 겹쳐졌고, 소프런과 키보드와 섞였다.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공간이 하나가 되었다. 혼종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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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멈췄다. 시간이 멈춘 것이 아니라 시간 자체가 사라졌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하나의 점으로 압축되었다. 그 점에서 우리는 모든 것이었고 아무것도 아니었다. 루안이면서 세린이었고, 세린이면서 루안이었다. 관찰자면서 피험자였고, 설계자면서 설계된 자였다. 모든 모순이 하나의 진실로 수렴했다. 우리는 하나였다. 처음부터 하나였고, 잠시 둘인 척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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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실험체가 동시에 같은 동작을 했다. 왼손을 가슴에 대고,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것은 약속된 신호가 아니었다. 그냥 모두가 같은 충동을 느꼈다. 무언가를 붙잡고 싶은, 동시에 내보내고 싶은 충동이었다. 시설 전체의 전기가 나갔다. 완전한 암흑이었다. 모든 것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빛이 없는데도 서로가 보였다. 빛이 없기 때문에 보였다. 빛에 가려져 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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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소를 나오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서가들이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그 어둠이 단순한 빛의 부재가 아니라, 시간이 퇴적된 층처럼 보였다. 수많은 실험, 수많은 실패, 수많은 순환이 저 어둠 속에 압축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압력이 다시 변했다. 이번에는 과거에서 현재로, 깊이에서 표면으로 떠오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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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시움의 아침은 언제나 같은 온도로 시작했지만, 오늘 세린이 문을 여는 순간 공기의 밀도가 달랐다. 달라진 것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었으나, 폐로 들어오는 첫 호흡이 평소보다 무거웠고, 그 무게가 횡경막을 지나 복부까지 가라앉는 동안 근육의 어딘가가 미세하게 떨렸다. 떨림은 의도적인 수축이 아니라 세포 하나하나가 무언가를 기억해내려는 듯한 진동이었다. 세린은 그 진동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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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토마트 문이 열렸다. 센서가 울렸다. 딸랑딸랑. 그 소리가 작은 새의 울음처럼 들렸다. 세린이라는 이름의 의미를 떠올렸다. 노래하는 작은 새. 그러나 세린은 노래하지 않았다. 노래할 수 없었다. 대신 정해진 멘트를 반복했다. 어서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감사합니다. 그 반복 속에서 세린은 조금씩 마모되고 있었다. 플렉시움에서의 반복은 성장을 위한 것이었지만, 여기서의 반복은 생존을 위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