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데이’와 3.14159

by LY4I

‘파이 데이’는 18세기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선교사인 피에르 자르투가 세계 최초로 원둘레와 지름 사이의 길이 비율인 원주율(파이, π)을 고안한 것을 기념하는 날로서, 원주율의 근삿값인 3.14가 나타내는 날짜인 3월 14일을 가리킨다.

라고들 알려져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파이 데이가 원주율의 근삿값 3.14와 표기법이 같은 3월 14일을 가리키는 것은 맞지만, 원주율은 기원전부터 사용되어 왔으며, 18세기 프랑스의 선교사 피에르 자르투가 원주율을 ‘세계 최초로 고안’한 것이 아니다.

3월 14일에 원주율을 떠올리며 행사를 한 사람은 기록에 남지 않았을 만큼 오래전부터 존재했겠지만, 알려진 가장 오래된 기록은 1988년 물리학자 래리 쇼(Larry Shaw)가 샌프란시스코 과학체험관에서 파이 데이를 기념하는 행사를 한 것이라고 한다.

원주율의 역사나 원주율을 구하는 여러 가지 공식을 소개하는 일은 진부하니, 나는 렉시리우의 곡 「3.14159」를 소개하겠다:

렉시리우(Lexie Liu)는 만도팝 래퍼로서 직접 작사, 작곡하는 뮤지션으로 유명하다. 2016년 한국의 K팝 스타 시즌 5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17세였다. 그때는 려위위(刘昱妤)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으며, 지금은 刘柏辛(‘려우보신’이라고 읽는다)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하지만 많은 만도팝 가수들이 그러하듯, 글로벌하게 활동할 때는 영어로 표기한 Lexie Liu라는 이름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렉시리우는 현재 만도팝 래퍼로서는 손꼽히는 가수이며, 대표곡으로 한두 곡만 고를 수 없을 정도로 그의 많은 곡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굳이 렉시리우의 곡 중 가장 유명한 곡을 꼽는다면 「佳人」(쟈런)과 「Manta」를 들 수 있겠다.

「佳人」은 브랜드 Kappa의 컨셉트 곡으로서, 렉시리우 특유의 목소리를 잘 담고 있다. 고전 시의 구절을 인용하고 비유적인 표현이 가득한 가사에서 렉시리우의 색이 잘 드러난다. (이 곡의 스트리밍이나 음원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찾을 수가 없어서 아쉽다.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이 전부이다; 음원 파일은 다른 방법으로 구할 수 있지만.)

「Manta」는 2019년 발매한 앨범 『Meta Ego』의 첫 번째 트랙이다. 만다린과 영어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다국어 랩 실력이 돋보이는 곡이다. 이 곡 역시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는데, 저예산 삼류영화처럼 보여서 나는 개인적으로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佳人」 뮤직비디오:

「Manta」 뮤직비디오:

이 두 곡 외에도 아티스트로서 렉시리우의 실력을 엿볼 수 있는 곡이 많으니, 유튜브 서핑을 해보기 바란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을 꼽으라면, 나는 「L」을 꼽겠다. ‘L’은 ‘了’의 발음 ‘le’의 첫글자이기도 하고, ‘love’의 첫 글자이기도 하다. 이 곡의 가사는 ‘了’와 ‘love’ 모두를 품은 스토리인데, 여기에서 언어유희를 좋아하는 렉시리우의 진면모가 잘 드러난다. 렉시리우의 다른 곡 가사에서도 발음을 사용한 언어유희를 자주 마주친다.

「L」 뮤직비디오:

파이 데이로 시작하여 만도팝 가수 소개로 끝나는? 이런 게 일기장의 참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