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7일 수요일, Wednesday.
드라마 ‘Wednesday (Addams)’ 첫 번째 시즌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인 웬즈데이가 첼로를 연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연주하는 두 번째 곡은 비발디의 사계 겨울의 1악장이다.
‘사계’는 비발디가 작곡하였으며, 1725년에 발표되었다. 오늘날 ‘사계’는 음악이 가진 무한한 표현력을 보여주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소리를 음악으로 풀어낸 비발디의 천재성은 수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으며, ‘사계’는 시간을 초월한 명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사계’는 각 계절을 주제로 하여 총 네 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의 곡은 다시 3악장으로 나뉘어, 총 12악장을 이룬다. 이는 한 해를 이루는 12개월과도 일치한다. 비발디가 처음부터 ‘사계’라는 제목으로 곡을 지은 것은 아니다. ‘사계’는 본래 ‘화성과 창의의 시도’라는 12곡의 협주곡 중 1번부터 4번까지의 곡이다. ‘화성과 창의의 시도’는 1725년에 발표된 후 한참 동안 주목받지 못하였다. 신부의 신분으로 가톨릭교회에서 일하던 비발디는 음악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았고, 교회를 떠난 후에도 후원자를 찾지 못한 채 쓸쓸하게 말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비발디의 천재성을 알아본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바흐는 비발디의 곡에 감명받았으며, 비발디의 악보를 편곡하여 가지고 있었다. 훗날 바흐의 곡을 연구하던 사람들이 바흐가 가지고 있던 비발디의 작품을 발견하였다. 1927년부터 300편이 넘는 비발디의 악보가 발견되었고, 그때부터 비발디의 곡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하였다. 특히 ‘화성과 창의의 시도’ 중 1~4번 곡이 유명해졌고, 그에 따라 많은 연주가가 이 부분만 별도로 연주하기 시작하였다. ‘화성과 창의의 시도’는 원래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진 곡의 모음이었고, 비발디는 그 중 첫 네 곡에 각 계절의 특징을 담았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사계’라고 부르는 총 12악장으로 구성된 곡이다.
‘사계’를 듣다 보면, 때로는 그저 아름다운 선율에 감탄하고, 때로는 그 이면의 깊은 의미를 탐구하며 생각에 잠기게 된다. 더 깊이 탐구할수록 계절의 변화를 더 섬세하게 느끼고, 자연을 묘사한 선율과 더 선명하게 대화할 수 있다. 물론 아무리 깊이 탐구더라도 비발디가 ‘사계’를 작곡하며 담고자 했던 목소리를 온전하게 들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비발디가 ‘사계’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에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생각에 잠겨 ‘사계’를 듣고 있는 시간은 살아 있는 비발디의 숨소리가 시간을 넘어 우리 귀에 들리는 시간이니까.
2024년 2월 7일, Ariel Da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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