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réversible
(2002, Gaspar Noé)
설명 없는 역행 전개가 다소 불친절하지만, 적절한 불친절함이 오히려 영화의 매력을 높인다, 원래 우리 삶은 불친절하니까. 메인 캐릭터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같은 시선에서 촬영한 롱테이크 샷은 관객을 철저하게 관찰자로 만들면서도 스토리에 깊게 몰입하도록 만든다. 지나치게 폭력적이면서도 지나치게 현실적인 연출로 인하여 숨이 막힌다.
시작 후 24분 무렵 피에르(알렉스의 전 남자친구, Albert Dupontel)가 소화기로 테니아(강간범, Jo Prestia)의 얼굴을 박살내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장면이 무척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며 역순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전말이 드러나면서 등장하는 장면들이, 피는 흘리지 않지만, 오히려 더욱 잔혹하고 비인간적이다. 영화가 끝날 무렵 마르쿠스(알렉스의 현 남자친구, Vincent Cassel)와 알렉스(마르쿠스의 여자친구, Monica Bellucci)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아름답지만 슬프고, 관객에게는 잔혹하다.
이 영화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원래 삶은 잔혹한 거야. 잔혹한 삶의 현장에는 죽어가는 사람과 죽이는 사람, 그리고 관조하는 사람이 있어. 당신은 때로는 관조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죽이는 사람이기도 하며, 죽는 사람이기도 해. 하지만 기억해, 당신 옆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것 같은 사람도 감정이 없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영원한 행복은 존재하지 않아, 영원한 불행도 존재하지 않아. 비극과 희극은 하나야.”
2024년에 개봉했어도 파장을 일으킬 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결론은 … 견딜 수 있다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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