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고요했다. 그러나 그 고요함은 단순하지 않았다. 바람이 창문 틈으로 스며들며 귓가를 간질이고, 나는 스크린 속에 떠오르는 한 목소리를 따라갔다. 『佳人』의 첫 소절이 울렸다. 꿈결을 걷는 듯한 목소리와 반복되는 가사가 나를 사로잡았다. 어둠 속에서 그 목소리는 내 손바닥 위로 떨어지는 빛처럼 섬세하고도 확고했다.
刘柏辛, 화면의 한 귀퉁이에 떠오른 이름은 나에게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그러나 곡이 끝날 때쯤, 나는 이미 그 이름을 되뇌고 있었다. 려보신, Lexie Liu. 그는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아니었다. 그는 목소리로 세계를 직조하고, 그 직조 속에 나를 가뒀다. 나는 더 많은 곡을 찾아나섰다.
『MANTA』는 두 번째였다. 이번에는 돌처럼 단단했다. 악마 물고기의 이름을 딴 이 곡에서 그는 세상과 맞서며 춤추는 듯했다. 그러나 그 곡은 너무 강렬해 나를 완전히 녹이지 못했다. 마치 태양 아래에서 발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가 진정으로 다시 빠져든 곡은 『了』이었다. 이 곡은 『L』이라는 부제목을 달고, 사랑을 찾아 헤매던 여정을 끝내고 마침내 너에게 안착하겠다는 암시로 나를 사로잡았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몽환적이면서도 감미로웠다. “love, love, love, love”가 반복되며 사라질 때, 그 끝에서 나는 “了”라는 울림을 들었다. 사랑의 길 끝에서 더는 방황하지 않겠다는 다짐처럼, 그의 목소리는 따뜻하고 단호했다.
『Penrose』는 나를 미로 속으로 데려갔다. 끝없는 계단을 올라가면서도 내려가고 있는 기묘한 감각. 그 속에서 그의 목소리는 방향을 제시하려 하지 않았다. 단지 미로의 벽에 부딪히고 반사되며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그는 길의 끝을 약속하지 않았다. 대신, 그 끝없는 순환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도록 북돋아 주었다.
그리고 『3.14159』. 원주율을 나타내는 숫자의 나열이 끝나지 않는 것처럼 우리의 삶에서 매순간 마주하는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그의 노래는 이처럼 끝을 알 수 없는 긴 여정을 힘차게 응원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나아가라고. 그의 목소리는 그 순간 나에게 말을 거는 듯했다. “멈추지 마. 이 숫자와 함께 계속 나아가.”
마지막으로, 『i wanna tell u』. 이번에는 그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고 가까웠다. 그 속삭임은 단순한 사랑 노래를 넘어선 진심이었다. 마음속 깊은 곳의 언어를 꺼내어 세상에 던지는 듯했다. 그 고백은 곧 나의 고백이 되었다. 그의 노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전하는 용기를 주었다.
현 시점에서 刘柏辛이 내놓은 가장 최근 앨범은 2023년 『The Happy Star』라는 이름의 앨범이다. 나는 새로운 앨범을 기다리며 그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다. 『佳人』은 아직 정식 트랙으로 포함되지 않았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언제나 그의 대표곡이다. 『佳人』의 첫 소절이 흘러나올 때마다 나는 다시금 그의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刘柏辛의 노래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그것은 한밤중 어둠 속에서 나를 찾아오는 설렘이다. 그의 목소리는 깊고도 섬세하게 내 안에 스며들어,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감정과 생각을 깨운다.
January 9th,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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