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어 맛보기: 문자와 발음

by Ryu Yuna

1. 그리스 알파벳과 표기 체계

현대 그리스어는 24자로 이루어진 그리스 알파벳을 사용한다. 이 알파벳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발전을 거듭해 왔으며, 오늘날에는 기본적으로 대문자소문자 형태가 각각 존재한다.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 흔히 보는 알파(Α, α), 베타(Β, β), 감마(Γ, γ), 델타(Δ, δ) 등도 원래 그리스 알파벳의 일부이다.

고대 그리스어에서는 폴리토닉(polytonic) 방식으로 다양한 강세 기호와 숨표를 사용하였으나, 현대 그리스어는 모노토닉(monotonic) 체계를 채택하여 단일 악센트(΄)만을 표기한다. 이에 따라 단어의 강세 위치를 표시할 때 악센트 기호를 사용하며, 숨표(‘호흡 기호’)나 복수의 강세 기호는 사라졌다.

그리스어 알파벳에는 특이한 점이 몇 가지 있다. 예를 들어 소문자 시그마(σ)는 단어 안이나 앞에서 쓰이지만, 단어의 마지막에 올 때는 ς로 적는다. 또한 우무라우트(διαλυτικά) 등 일부 보조 기호가 이중 모음 구분을 위해 쓰이기도 한다(예: ϊ, ϋ).

표기할 때는 대부분의 단어에서 강세가 있는 모음 위에 악센트를 붙인다. 예를 들어 άνθρωπος (사람), κόσμος (세계)처럼 명사·동사 등에 따라 지정된 음절에 강세가 표시된다. 이러한 악센트 표기는 단어 의미를 구분하거나 발음을 정확히 제시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현대 그리스어 철자법은 비교적 정형화되어 있으나, 역사적·어원적 표기 관습이 남아 있어 실제 발음과 철자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알파벳 한 글자가 일정한 음가를 가지므로 발음 규칙을 숙지하면 단어 읽기가 수월해진다.

2. 알파벳 이름과 발음

현대 그리스어는 자음 17개모음 7개를 기본으로 구분하며, 모두 24개의 알파벳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래 표는 대문자, 소문자, 알파벳 이름, 그리고 현대 그리스어 기준의 대략적인 발음(IPA)을 정리한 것이다.

대문자 / 소문자 알파벳 이름 발음 (IPA) 비고
Α / α 알파 (Alfa) [a] 모음
Β / β 베타 (Vita) [v] 현대 발음은 [v]
Γ / γ 감마 (Γάμμα) [ɣ] / [ʝ] 강세·모음 환경에 따라 달라짐
Δ / δ 델타 (Δέλτα) [ð] 영어 “th” (this) 유사
Ε / ε 엡실론 (Épsilon) [e] 모음
Ζ / ζ 제타 (Zíta) [z]
Η / η 이타 (Íta) [i] 모음, 고대 발음은 [ɛː]
Θ / θ 시타 (Thíta) [θ] 영어 “th” (thing) 유사
Ι / ι 요타 (Ióta) [i] 모음
Κ / κ 카파 (Káppa) [k]
Λ / λ 람다 (Lámda) [l]
Μ / μ 뮈 (Mi) [m]
Ν / ν 뉘 (Ni) [n]
Ξ / ξ 크시 (Xi) [ks]
Ο / ο 오미크론 (Ómikron) [o] 모음
Π / π 피 (Pi) [p]
Ρ / ρ 로 (Ro) [r] 둥근 혀끝의 탄음
Σ / σ (ς) 시그마 (Sígma) [s] 어말에서는 ς 사용
Τ / τ 타우 (Táf) [t]
Υ / υ 윕실론 (Ípsilon) [i] 모음, 과거엔 [y] 발음
Φ / φ 피 (Fí) [f]
Χ / χ 히 (Chí) [x] / [ç] 모음 환경에 따라 달라짐
Ψ / ψ 프시 (Psí)
Ω / ω 오메가 (Oméga) [o] 모음, 고대 발음은 장모음

위 표에서 볼 수 있듯이, 현대 그리스어에서 베타(Β, β)는 [v]로 발음되고, 델타(Δ, δ)는 [ð], 감마(Γ, γ)는 [ɣ] 또는 [ʝ]로 소리 난다. 또한 시그마(Σ)는 어말에서 ς 형태를 사용하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모음은 α, ε, η, ι, ο, υ, ω 7개이며, 각각 [a], [e], [i], [i], [o], [i], [o] 정도로 발음된다. 현대 그리스어에서는 에타(Η)입실론(Υ)이 모두 [i] 음가를 내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중복 모음 때문에 과거에는 이타주의(일종의 발음/표기 논쟁)도 존재했다.

그리스어 알파벳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철자법과 발음 면에서 긴 역사를 거쳐 형성된 문자 체계라고 할 수 있다. 각 알파벳의 현대적 음가와 소문자 표기법(특히 시그마의 ς 형태)을 숙지하면, 단어 읽기를 큰 어려움 없이 시작할 수 있다.

3. 강세와 억양

현대 그리스어는 단일 강세 기호(΄)를 사용하여 단어에서 한 음절을 강조한다. 이는 모노토닉(monotonic) 체계라 불리며, 고대 그리스어나 중세 그리스어에서 쓰였던 여러 복합 강세 기호와 숨표(호흡 기호)가 현대에는 사라졌다. 따라서 단어를 표기할 때는 음절 하나에만 악센트(΄)를 표시하며, 이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단어를 올바르게 발음할 수 있다.

그리스어 단어는 일반적으로 끝에서 세 번째 음절까지 강세가 올 수 있으며, 강세가 위치하는 음절에 따라 발음의 자연스러움과 의사소통 정확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άνθρωπος”(사람)에서 강세는 처음 음절(άν)에 놓이고, “γραφή”(글, 쓰기)에서는 뒤 음절(φή)에 강세가 온다.

문장 억양(intonation)은 의문문, 감탄문, 명령문 등에서 어말 톤이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양상으로 표현된다. 예를 들어 예/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의문문은 문장 끝에서 살짝 톤이 높아지고, 감탄문에서는 강세음절을 더욱 높이거나 길게 발음하기도 한다.

강세와 억양을 정확히 익히려면 악센트 위치문장 전체의 리듬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쓰기에서는 단어마다 악센트를 표기하지만, 듣기와 발화 연습을 병행하여 음성적 억양 패턴을 습득하는 것이 그리스어 학습에 큰 도움이 된다.

4. 발음 예시와 자주 혼동하는 발음

현대 그리스어에서 한국어 화자가 특히 유의해야 할 발음은 주로 Γ(γ), Δ(δ), Θ(θ), Χ(χ) 등이다. 이 문자들은 한국어나 영어에는 없는 소리이거나, 영어의 “th”와 혼동될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아래 예시를 통해 각 소리를 어떻게 구분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 γάλα” [ˈɣa.la] (우유)
    자음 γ는 [ɣ] 또는 [ʝ]로 발음되며, 영어의 [g]와 달리 숨이 약간 섞인 마찰음 느낌이 난다.
  • δρόμος” [ˈðro.mos] (길)
    자음 δ는 [ð]로 발음되며, 영어 “this, that”의 “th”와 유사하다.
  • θέλω” [ˈθe.lo] (원하다)
    자음 θ는 [θ]로 발음되며, 영어 “thin, bath”의 “th”와 비슷하다.
  • χαρά” [xaˈra] (기쁨)
    자음 χ는 [x]나 [ç]로 발음된다. 모음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후설음[x] 또는 전설음[ç]으로 바뀔 수 있다.

이 외에도 “ξ”([ks]), “ψ”()는 두 자음 소리가 결합된 형태이므로, “άξιος”(가치 있는)나 “ψάχνω”(찾다)를 발음할 때 [ak.si.os], [psax.no]처럼 자연스럽게 연결해야 한다.

자음 ρ([r]) 역시 한국어의 ‘ㄹ’과 달리 혀끝이 더 또렷이 떨리는 탄음에 가깝다. 어떤 화자는 약하게 굴리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혀가 한 번 탄성을 주어 [r]을 만들어 내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어 화자는 영어와 유사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소리(δ, θ 등)와, 새롭게 접하는 마찰음(γ, χ)에 주의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원어민 발음을 듣고 따라 해 보면서, 각 문자의 고유 음가를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