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품사 개요
현대 그리스어 문법은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대명사, 전치사, 접속사 등으로 품사를 구분한다. 그리스어는 굴절어(inflectional language)의 특성을 지니고 있어, 명사와 형용사는 성(남성·여성·중성)과 격(주격·소유격·목적격 등)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고, 동사 역시 인칭과 수, 시제, 태에 맞추어 활용(form)한다.
이 같은 굴절 체계는 한국어나 영어와 비교해 훨씬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격 표지를 통해 문장에서 명사나 대명사가 어떤 역할(주어, 목적어 등)을 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으며, 동사가 시제·태에 따라 규칙적으로 변하는 양상을 파악하면 오히려 문장 구조를 유연하게 이해하고 구성할 수 있다.
명사는 기본적으로 남성·여성·중성 세 가지 성을 가지며, 이를 관사와 함께 학습하면 어느 성에 속하는지 파악하기가 쉽다. 동사는 현재·과거·미래 시제를 비롯해 완료나 미완료 구분 등을 포함하여 다채로운 형태를 취하며, 능동·중간/수동 태를 구별한다. 형용사는 명사와 같은 성·수·격 변화를 하여 수식 대상과 일치하며, 부사는 주로 동사나 형용사를 수식하여 정도·방식을 표현한다.
대명사는 인칭(1·2·3인칭), 수(단수·복수), 격(주격·목적격·소유격 등)에 따라 다른 형태를 가지고, 전치사는 명사구와 결합해 시간·장소·방향·원인 등을 나타낸다. 접속사는 문장과 문장을 연결하거나 문장 속에서 다른 절을 도입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스어의 문법 체계는 굴절 형태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품사가 문장 속에서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기능한다. 이후 단원에서 이러한 명사·관사 체계, 동사 변화, 어순 등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2. 명사와 관사 체계
현대 그리스어에서 명사는 성(남성, 여성, 중성), 수(단수, 복수), 격(주격, 소유격, 목적격 등)의 변화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 이러한 굴절 특성은 관사(정관사, 부정관사)와 결합할 때 더욱 분명해지며, 문장 내에서 명사가 어떤 역할(주어, 직접 목적어, 간접 목적어 등)을 하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그리스어의 정관사는 남성·여성·중성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를 가지며, 단수·복수, 격에 따라서도 변형된다. 예를 들어 ο (오), η (이), το (토)는 각각 남성·여성·중성 명사에 쓰이는 단수 주격 정관사이다. 복수나 목적격, 소유격 등으로 바뀌면 οι (이), τους (투스) 같은 형태가 등장할 수 있다.
- ο άνθρωπος (o ánthropos) “그 사람 (남성 단수 주격)”
- η γυναίκα (i gynaíka) “그 여자 (여성 단수 주격)”
- το παιδί (to paidí) “그 아이 (중성 단수 주격)”
- οι άνθρωποι (i ánthropi) “그 사람들 (남성 복수 주격)”
부정관사는 남성 단수 주격에서 ένας, 여성 단수 주격에서 μία(또는 μια), 중성 단수 주격에서 ένα 등의 형태를 사용한다. 이는 영어의 a/an, 독일어의 ein/eine 등과 유사한 기능을 하며, 명사를 특정하지 않을 때 쓰인다.
- ένας άνθρωπος (énas ánthropos) “어떤 사람 (남성 단수)”
- μία γυναίκα (mía gynaíka) “한 여성 (여성 단수)”
- ένα παιδί (éna paidí) “한 아이 (중성 단수)”
명사 자체도 성과 격, 수에 따라 어미가 변한다. 예를 들어, 남성 명사는 보통 -ος, -ης, -ας 등으로 끝나고, 여성 명사는 -η, -α 등으로, 중성 명사는 -ο, -ι, -μα 등으로 끝나는 경우가 흔하다. 격 변화에 따라 이 어미들이 바뀌며, 관사와 함께 성·수·격 일치를 이루어 문장에서 명사의 역할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리스어 명사를 학습할 때는 정관사·부정관사를 포함하여 각 성별·격별 변화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사의 형태를 정확히 익히면 명사의 성과 격을 빠르게 인지할 수 있고, 복잡해 보이는 굴절 구조도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3. 동사 변화
현대 그리스어 동사는 인칭(Person)과 수(Number)에 따라 활용될 뿐 아니라, 시제(Tense), 상(Aspect), 태(Voice)의 변화도 나타난다. 이러한 굴절 특성은 한국어 화자가 접했을 때 비교적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규칙적인 활용 패턴을 파악하고 예외 동사를 구분하면 점차 익숙해질 수 있다.
시제는 크게 현재, 과거, 미래가 있으며, 동사 어간에 따라 완료상(perfective)과 미완료상(imperfective)을 구분하기도 한다. 그리스어에서는 부정과거(aorist)와 미완료과거(imperfect) 시제처럼 동사의 어간 자체가 변형되어 시제와 상을 함께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태(Voice) 측면에서는 능동태, 중간태(수동태)의 구분이 있다. 현대 그리스어에서 중간태와 수동태 형태가 어느 정도 합쳐져 있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활용어미로 구별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예를 들어 능동형 동사와 중간/수동형 동사가 어미에서 차이를 보임으로써 “행위자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행위”나 “수동적 상황”을 표현한다.
-
“θέλω” (나는 원한다) → 현재 시제 1인칭 단수 능동
[θé.lo] -
“ήθελα” (나는 원했다) → 미완료 과거 시제 1인칭 단수 능동
[ˈi.θe.la] -
“θα θέλω” (나는 원할 것이다) → 미래 시제 1인칭 단수 능동
[θa ˈθe.lo] -
“θέλομαι” (수동형, 드물게 쓰임) → 자기 자신에 대한 소망(이해·관심 표현 등 특정 맥락)
[ˈθe.lo.me]
인칭·수 변화는 주로 동사 어미에서 나타난다. 1·2·3인칭(단·복수)에 따라 -ω, -εις, -ει, -ουμε, -ετε, -ουν과 같은 어미가 붙는 것이 대표적 예시이다. 예를 들어 μιλάω(나는 말한다), μιλάς(너는 말한다), μιλάει(그는 말한다), μιλάμε(우리는 말한다), μιλάτε(너희는/당신들은 말한다), μιλούν(그들은 말한다) 형태로 변화한다.
규칙 동사는 크게 α형, ε형 등 몇 가지 어간 유형으로 분류되며, 각각 시제·태 변화를 비교적 일정한 패턴으로 이행한다. 그러나 불규칙 동사도 적지 않아, 예외 활용형을 따로 암기하거나 사용 빈도가 높은 동사부터 숙지하는 방식이 유용하다.
그리스어 동사는 시제·상·태의 복합 활용을 통해 문장에서 다양한 의미 뉘앙스를 표현한다. 인칭·수에 따른 동사 어미 변화를 바탕으로 동작이 어떤 주체(1인칭·2인칭·3인칭)에 의해 수행되는지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다음 단계로는 동사 활용표를 참고해 규칙·불규칙 변화를 익히고, 실제 회화나 텍스트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해 보는 학습이 중요하다.
4. 형용사와 부사
현대 그리스어에서 형용사는 명사와 마찬가지로 성(남성·여성·중성), 수(단수·복수), 격(주격·목적격·소유격 등)에 따라 변화한다. 형용사는 수식하는 명사의 형태에 일치하도록 굴절하며, 이를 통해 문장 속에서 명사의 성·수·격 정보를 추가로 나타낼 수 있다.
예를 들어, “καλός”(좋은)의 남성 단수 주격 형태는 “καλός”, 여성 단수 주격 형태는 “καλή”, 중성 단수 주격 형태는 “καλό”가 된다. 복수형 역시 각각 “καλοί”, “καλές”, “καλά” 등으로 바뀌며, 격에 따라 어미가 달라질 수 있다.
-
Ο καλός άνθρωπος (o kalós ánthropos)
“그 좋은 사람”(남성 단수 주격) -
Η καλή γυναίκα (i kalí gynaíka)
“그 좋은 여성”(여성 단수 주격) -
Το καλό παιδί (to kaló paidí)
“그 좋은 아이”(중성 단수 주격)
형용사의 비교급·최상급 형태 역시 존재하며, 예를 들어 “καλύτερος”(더 좋은, 비교급), “καλύτερη”, “καλύτερο” 등이 명사의 성·수에 맞춰 굴절한다. 최상급은 “ο καλύτερος”(가장 좋은)처럼 정관사와 함께 쓰이는 경우가 흔하다.
부사는 동사, 형용사, 다른 부사를 수식하거나 문장 전체를 한정하는 역할을 한다. 부사는 한국어처럼 굴절하지 않으며, 동사 시제나 주체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καλά”는 “잘”이라는 뜻의 부사로, “잘 지낸다”, “잘 만든다” 등의 맥락에서 쓰인다.
- Τρέχω γρήγορα “나는 빠르게 달린다.” (γρήγορα: 빠르게)
- Μιλάει πολύ καλά ελληνικά “그(녀)는 그리스어를 매우 잘 말한다.” (πολύ: 매우, καλά: 잘)
형용사와 달리 부사는 성·수·격 일치가 없으므로, 단어 형태가 비교적 단순하다. 일부 부사는 형용사 어간에서 파생되는 경우가 많으며, “-α”나 “-ως”와 같은 접미사가 부사 형태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καλός”(형용사 좋은) → “καλά”(부사 잘)처럼 어근이 유사하게 연결되는 예가 있다.
형용사는 명사와 일치하는 복잡한 굴절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부사는 굴절 없이 간단한 형태로 동사나 다른 요소를 수식한다. 그리스어를 학습할 때는 이러한 형용사의 성·수·격 일치 규칙과 부사의 파생·용법을 구분해 익히는 것이 좋다.
5. 어순과 문장 구조
그리스어 문장의 기본 어순은 대체로 SVO(주어-동사-목적어)라 할 수 있으나, 굴절어 특성상 주어나 목적어의 역할이 격 변화를 통해 명시되므로, 실제 회화나 문장에서는 자유 어순이 상당히 널리 사용된다. 주어가 생략되거나, 목적어가 문두로 도치되기도 하며, 이는 문맥에서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나는 사과를 먹는다”는 기본적으로 “Εγώ τρώω το μήλο” (Eghó tróo to mílo)와 같이 쓸 수 있지만, 주어 εγώ(“나”)가 이미 문맥상 명확하다면 동사와 목적어만으로 “Τρώω το μήλο”라고 표현해도 무방하다. 또한 목적어에 강조를 두고 싶다면 “Το μήλο τρώω”와 같이 순서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의문문의 경우, 영어처럼 문두에 Wh- 의문사가 오는 형태는 아니지만, τι(무엇), ποιος(누가), πού(어디서) 같은 의문사가 문장 맥락에 따라 앞쪽에 배치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무엇을 먹습니까?”는 “Τι τρως;” (Ti tros?)와 같이 표현하며, 동사 형태와 어조로 의문문임이 드러난다.
부정문을 형성할 때는 주로 δεν이나 μην 같은 부정어를 동사 앞이나 근처에 놓는다. 예컨데 “Δεν πηγαίνω”는 “나는 가지 않는다”의 의미가 된다. 명령문에서 부정 표현을 사용할 때는 μην이 흔히 사용된다.
전치사는 명사구 앞에 위치하면서 시간·장소·방향 등 다양한 의미를 나타내며, 명사의 격 변화를 수반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σε는 “~에(위치)”, “~에게(방향)” 등을 나타내며, 이에 맞춰 명사가 목적격 형태로 쓰이게 된다.
그리스어 문장 구조는 겉보기에는 SVO를 기본으로 하나, 풍부한 굴절 덕분에 비교적 자유로운 어순을 가능하게 한다. 문맥·초점·강세 등에 따라 어순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그리스어 구문 학습에서 중요한 특징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