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많은 의견이 있다. 살아가는 동안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삶의 근본적인 목적을 ‘남김’에 두기도 한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남기고, 자신이 얻은 것을 이어가는 것. 그것은 흔히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진다. 자신이 지닌 것을 후대에 물려주는 일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 걸쳐 존재하는 행위다. 자연의 이치는 그렇게 단순하고 아름답다.
나는 문득 생각한다. ‘남김’이라는 것이 반드시 혈연의 경계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할까? 내가 가진 사랑과 경험,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물려주는 일이 반드시 유전자의 형태로만 가능할까? 복잡하고 아름다운 삶의 층위 속에서, 나의 흔적은 물리적인 형태가 아니더라도 세상에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남기는 것은 단지 나의 자손을 통해서가 아니라, 나와 연결된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들어 있지 않을까.
내가 만난 사람, 내가 건넨 말, 그리고 함께 나눈 시간은 마치 바람처럼 사람들의 마음속에 머물며 흔적으로 남는다. 그 바람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자리잡고, 그들의 삶의 순간마다 다시 불어온다. 그것이 하나의 씨앗처럼 작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면, 그것도 내가 남긴 흔적이 아닐까.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감을 주는 일, 그들의 삶에 작은 빛이 되는 일이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남김’이다.
삶은 흘러가는 것이다. 모든 존재는 찰나의 시간 속에 머물다 지나간다. 인간도, 우리가 애써 가꾸어 온 세상도, 결국엔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허무한 일일까? 한때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보다 먼저 사라진 종들처럼, 인간 또한 하나의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은 다른 생명에게, 혹은 시간과 공간 속에 무엇인가를 남길 것이다. 인간의 관점에서 의미 없어 보일지라도, 우주의 시선에서 보면 존재 자체로 소중하다.
삶의 철학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나는 안다. 누군가는 자신의 혈연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누군가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에 기여하며 살아간다. 그것은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고 평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모든 삶의 형태는 저마다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내가 선택한 길은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남기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감을 주며 살아가고 싶다. 그것이 사랑과 희망, 그리고 작은 변화의 씨앗이 되어 누군가의 삶 속에서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렇게 나는 나의 방식으로 세상 속에 나를 남기고, 또 다른 연결을 만들어가고 싶다.
January 10th,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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