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어 맛보기: 기본 문법 구조

by Ryu Yuna

루마니아어는 로망스어 특유의 성·수 일치, 관사 사용 등 문법적 특성과 더불어, 동부 유럽 환경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한 여러 가지 고유 요소를 함께 지닌다. 이 글에서는 루마니아어 문법 전반을 개괄하면서, 명사와 관사, 동사 변화, 대명사·형용사, 그리고 문장 구조를 차례대로 살펴볼 것이다.

1. 명사와 관사

루마니아어 명사는 성(gender), 수(number), 그리고 격(case)에 따라 변화하며, 특히 다른 로망스어와 달리 정관사가 후치(명사 뒤)에 붙는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먼저, 명사의 성은 일반적으로 남성, 여성, 중성으로 구분된다. 중성 명사는 단수 형태에서 남성형으로 취급되다가, 복수 형태에서 여성형 규칙을 따르는 방식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un copil(남성 단수: “아이”), doi copii(복수: 아이들)처럼, 복수형이 여성형 규칙을 지니기도 한다.

관사는 부정관사정관사로 나뉘는데, 부정관사는 명사 앞에 붙고, 정관사는 명사 뒤에 붙는 후치 형태를 취한다.

  • 부정관사: un (남성/중성 단수), o (여성 단수) 예) un băiat (“어떤 소년”), o fată (“어떤 소녀”)
  • 정관사: 남성·중성 단수 -ul, 여성 단수 -a 등 예) băiatul (“그 소년”), fata (“그 소녀”)

구체적으로, 남성 단수 명사 băiat(“소년”)의 경우 정관사 -ul을 붙여 băiatul(“그 소년”)이 되며, 여성 단수 명사 fată(“소녀”)는 -a를 붙여 fata(“그 소녀”) 형태가 된다. 복수형 정관사 역시 성·수에 따라 -i, -le 등으로 다양하게 바뀐다.

  • un băiat (“어떤 소년”) → băiatul (“그 소년”)
  • o fată (“어떤 소녀”) → fata (“그 소녀”)
  • niște băieți (“몇몇 소년들”) → băieții (“그 소년들”)
  • niște fete (“몇몇 소녀들”) → fetele (“그 소녀들”)

이렇게 명사 뒤에 붙는 후치 정관사는, 주변 발칸 언어(알바니아어, 불가리아어 등)와도 공통점을 보이는 발칸 Sprachbund 현상 중 하나이기도 하다. 명사와 붙어 쓰이므로, 어순 측면에서 S(명사+정관사) - V - O 형태가 로망스어 내부에서도 독특하게 나타나는 편이다.

학습 시에는 성·수 규칙부정·정관사 어미 변화를 초반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중성 명사의 복수 형태가 여성형을 취하는 부분, 그리고 명사 끝에 붙는 정관사 형태(단수·복수)가 다채로워 예시 암기를 통해 감각을 익히는 것이 효과적이다.

2. 동사 변화

루마니아어 동사는 인칭(단수·복수)에 따라 굴절하며, 로망스어다운 시제(timp)법(mood) 체계를 지닌다. 동시에 발칸 지역의 언어 접촉 영향으로, 특정 시제·법(예: 부정사 대신 subjonctiv 사용 등)이 독특하게 변형되어 발전해 왔다.

2.1. 인칭·수에 따른 활용

기본적으로 1·2·3인칭(단수·복수) 구분에 따라 동사 어미가 바뀐다. 예를 들어, 규칙 동사 a vorbi (“말하다”)를 현재 시제에 적용해 보면:

  • eu vorbesc “나는 말한다”
  • tu vorbești “너는 말한다”
  • el/ea vorbește “그/그녀는 말한다”
  • noi vorbim “우리는 말한다”
  • voi vorbiți “너희(당신들)는 말한다”
  • ei/ele vorbesc “그들/그녀들은 말한다”

이처럼 각 인칭·수마다 다른 어미가 붙어, 한국어의 주어 대명사를 굳이 쓰지 않아도 동사 형태만으로 누가 동작을 하는지 구분이 가능하다.

2.2. 시제(Timp): 현재·미래·과거
  • 현재 시제 (prezent): 예) eu cânt (“나는 노래한다”), tu lucrezi (“너는 일한다”)
  • 미래 시제 (viitor): voi + 동사 현재, 또는 o să + 동사 부정사 형태 예) voi merge “나는 갈 것이다”, o să merg “(곧) 갈 것이다”
  • 과거 시제: 크게 복합 과거(perfect compus), 단순 과거(perfect simplu), 대과거(maimul trecut) 등이 존재 예) am vorbit “나는 말했다” (복합 과거, 일반적), vorbii “나는 말했다” (단순 과거, 문어·시적)

일상 생활에서는 복합 과거(am + 동사 과거분사)가 주로 쓰이고, 단순 과거(vorbii 등)는 문학·시적 표현에서만 제한적으로 나타난다.

2.3. 동사의 법(Mood)과 부정사 이슈

루마니아어 동사는 직설법(indicativ), 접속법(conjunctiv), 명령법(imperativ), 조건법(condițional), 부정사(infinitiv) 등으로 나뉘는데, 주변 발칸 언어의 영향으로 부정사를 잘 쓰지 않고 접속법을 자주 활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 “나는 ~하기를 원한다”라는 표현에서 a + 동사 형태 대신 să + 동사가 흔히 사용됨.

  • Vreau să merg “나는 가길 원한다” (직역: “나는 (내가) 가도록 원한다”)
  • Îmi place să citesc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이는 이탈리아어·프랑스어 등 서유럽 로망스어에서 부정사 to do 형태가 광범위하게 쓰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2.4. 불규칙 동사와 재귀 동사
  • 불규칙 동사: a fi(“있다/이다”), a avea(“가지다”), a merge(“가다”) 등 파생 형태가 변화무쌍하므로 초반에 별도 암기 필요
  • 재귀 동사: se 대명사와 결합한 형태, 예) a se spăla(“스스로 씻다”), a se uita(“서로 바라보다/주의하여보다”)

동사 사전 형태는 보통 a + 동사원형으로 표기되며, 활용형을 찾아볼 때, (불)규칙 패턴과 재귀 여부를 함께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루마니아어 동사는 인칭·수 변형, 시제(복합 과거·미래), 접속법 선호 등 로망스어의 일반적 속성과 발칸 특유 요소가 어우러진다. 시제·법별 변화를 꾸준히 익히고, 부정사 대신 접속법을 쓰는 문형에 친숙해지면, 실제 회화·독해에서 동사의 작동 원리를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3. 대명사·형용사

루마니아어에서 대명사(pronume)형용사(adjectiv)는, 명사와 마찬가지로 성(남·여·중성), 수(단·복수), 그리고 격(주·대, 속·여, 호격)에 따라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 이는 로망스어 특유의 일치(agreement) 체계를 유지하면서, 발칸 지역의 격 활용 요소도 일부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3.1. 대명사

루마니아어 인칭대명사는 보통 eu(1인칭 단수), tu(2인칭 단수), el/ea(3인칭 단수 남·여), noi(1인칭 복수), voi(2인칭 복수), ei/ele(3인칭 복수 남·여)로 이루어진다. 주격 형태 외에 소유격·목적격 등이 다른 형태로 굴절하기 때문에, 동사 목적어나 전치사 뒤에 쓰일 때는 일치 변화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 eu (주격: “나는”), mie (여격: “나에게”), pe mine (목적격: “나를”)
  • tu (주격), ție (여격), pe tine (목적격)
  • el (주격, 남성), lui (소유격 “그의”), pe el (그를)
  • ea (주격, 여성), ei (소유격 “그녀의”), pe ea (그녀를)

소유 대명사(“내 것”, “너의 것” 등)도, al/a/ai/ale 형태를 기반으로 명사의 성·수·격에 일치하도록 바뀐다. 예: cartea mea(“나의 책”, 여성 단수), caietul tău(“너의 공책”, 남성 단수).

3.2. 형용사

형용사는 수식하는 명사의 성·수·격에 따라 어미가 변한다. 남성 단수 형태, 여성 단수 형태, 복수 형태로 크게 구분되며, 이 복수 형태가 남·여 혼합 명사군에도 쓰인다. 예를 들어, bun(“좋은”) 형용사는 남성 단수 bun, 여성 단수 bună, 복수 buni/bune 등으로 분화한다.

  • un băiat bun (“어떤 좋은 소년”) → 남성 단수
  • o fată bună (“어떤 좋은 소녀”) → 여성 단수
  • doi băieți buni (“두 좋은 소년들”) → 남성 복수
  • două fete bune (“두 좋은 소녀들”) → 여성 복수

또한 정관사와 함께 올 때, 명사+형용사 어순에서 후치 정관사가 명사에 붙고, 형용사에 별도 관사(cel/cea/cei/cele)를 붙이는 구조도 존재한다. 예: băiatul cel bun(“그 좋은 소년”), fata cea bună(“그 좋은 소녀”). 이는 로망스어 중에서도 꽤 독특한 발칸적 요소이며, 문어체·격식체에서 자주 나타난다.

3.3. 일치(agreement)와 실전

루마니아어의 명사·대명사·형용사는 모두 성(남/여/중), 수(단/복), 격(주/목/소유/여/호격 등)에 따라 교차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이는 학습 초기에는 암기량이 많게 느껴지지만, 패턴을 파악하고 자주 쓰는 형용사·대명사부터 연습하다 보면 점차 익숙해진다.

루마니아어에서 대명사형용사는 명사와 마찬가지로 굴절 형태를 지니며, 성·수·격 일치 규칙이 까다롭지만, 이를 정확히 구사함으로써 문장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후치 정관사와 결합하여 형용사에 별도의 관사를 붙이는 구조는 로망스어 중에서도 루마니아어만의 특징이므로, 실전 예문으로 반복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4. 문장구조

루마니아어는 기본적으로 SVO(주어-동사-목적어) 어순을 취하지만, 로망스어권 특유의 인칭 어미가 발달해 있어 주어 대명사를 생략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Eu) merg la școală “(나는) 학교에 간다”는 merg la școală처럼 eu를 생략해도 무방하다. 또한 후치 정관사 명사가 등장하거나, 전치사구가 문두로 이동할 때 어순이 융통성 있게 변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대표적인 문장 구성은 다음과 같다:

  • SVO: Eu văd câinele. “나는 그 개를 본다.”
    (주어 eu + 동사 văd + 목적어 câinele)
  • VSO: Văd eu câinele. “내가 그 개를 본다.”
    (주어 강조 등 특정 맥락에서 가능)
  • OSV: Câinele îl văd eu. “그 개를 내가 본다.”
    (목적어를 문두로 내세워 강조. 대명사 îl로 중복 표시)

루마니아어 문장에서는 목적어가 대명사로 중복될 때가 흔하다. 예: Câinele îl văd eu (직역하면 “개(그 개)를 그를 본다 내가”)처럼, 목적어가 명사 + 대명사를 한 문장 안에서 함께 쓰여 강조되는 경우다. 이는 스페인어·이탈리아어 등 다른 로망스어와 비슷하면서도, 발칸 언어권의 목적어 강조 문법과도 통하는 면이 있다.

전치사la (장소·방향), pe (직접 목적어 표시 등), cu (함께), de (소유·출처), dintre (가운데서) 등 다양한 형태가 있으며, 목적어가 특정·분명할 경우, pe가 인칭 대명사·정관사 명사 앞에 붙는다(예: Văd pe Maria “나는 마리아를 본다”). 이는 스페인어·포르투갈어의 “a + 인칭 목적어”에 대응되는 특징으로, 목적어 명사가 구체적일 때 전치사를 쓰는 구조다.

부정문은 대체로 nu 한 단어로 표현되며, “nu am” “nu merg”처럼 동사 앞에 둔다. 의문문은 어순 변화 없이 문장 말에 억양(상승)만 주거나, 의문사(cine, ce, unde 등)가 문두에 올 수 있다. 예: Ce vrei? “무엇을 원하니?”, Unde mergi? “어디로 가니?”

루마니아어 문장 구조는 SVO를 기본으로 하지만, 문장 강조중복 목적어 대명사 삽입을 통해 어순이 유연하게 변할 수 있다. 또한 pe 전치사를 직접 목적어 앞에 붙이는 용법, 후치 정관사 명사와의 조합 등을 숙지한다면, 실제 회화나 독해에서 문장 해석이 한결 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