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스라엘 공식 언어로서의 위상
현대 히브리어는 이스라엘의 공식 언어 중 하나로, 국가 행정·교육·방송·출판 등 공적인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전부터 이어진 히브리어 부흥 운동 덕분에, 이미 20세기 초 팔레스타인 지역에 이주해 온 유대인 공동체가 서로 다른 언어적 배경을 극복하고 공통어로 히브리어를 적극 수용했다.
오늘날 이스라엘 내 학교와 대학교에서는 모든 과목(일부 예외 과목 제외)을 히브리어로 교육하며, 공공기관과 법원, 국회(크네셋)에서도 히브리어가 업무상 주요 언어로 자리 잡고 있다. 텔레비전, 라디오, 인터넷 방송 등의 미디어 역시 대다수가 히브리어를 기반으로 제작된다. 해외 콘텐츠도 히브리어 자막·더빙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는데, 이 과정에서 새로운 표현이나 차용어가 히브리어화되기도 한다.
물론 이스라엘에는 아랍어도 공식 언어(또는 준공용어)로서 중요한 위치를 지니고 있으며, 영어 등 외국어도 관광·비즈니스·학술 영역에서 널리 통용된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국민의 대다수가 모어(母語) 혹은 제1언어로 히브리어를 사용하고, 일상 생활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언어라는 점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지닌다.
각종 국제 행정 문서나 외교 무대에서도, 이스라엘 대표단은 히브리어를 공식적으로 구사할 수 있으며, 유엔 등 국제 기구에서도 이스라엘 대표가 히브리어 발언을 하면 통역이 뒤따르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는 한 세기 전만 해도 일상 언어로 거의 사멸 상태에 있던 히브리어가 국가 운영과 국제 무대에서 당당히 쓰이는 주류 언어로 되살아났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히브리어는 이스라엘 사회와 국가 정체성을 결속하는 근간으로서 기능한다. 다문화·다언어 배경의 이스라엘인이 공동체 안에서 효율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그리고 대외적으로도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언어로서 히브리어가 확고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2. 해외 디아스포라와 히브리어를 향한 관심
히브리어는 이스라엘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 디아스포라(Diaspora) 공동체에서도 중요한 언어로 자리매김해 왔다. 종교 의식(예: 토라 낭독, 기도문)이나 문화 행사를 통해 히브리어 전통이 이어져 왔고, 현대에는 이스라엘과의 교류, 교육 프로그램, 청소년 교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히브리어 학습 열기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지의 대형 유대인 공동체에서는 유대 교육 기관, 주말 히브리 학교(Hebrew School) 등을 운영하여, 자녀들이 종교적·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히브리어를 가르친다. 여기서는 성경 히브리어와 현대 히브리어가 혼합된 교재가 쓰이기도 하며, 학생들이 이스라엘을 방문하거나 태그릿(Taglit) 프로그램 등에 참여해 실제 현지 언어를 체험하도록 장려한다.
또한 종교·문화적 배경이 없는 일반인이라도, 성경 원문 연구, 중동학 연구, 이스라엘 IT·스타트업 시장 진출 등의 이유로 히브리어를 배우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스라엘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주목받게 되면서, 현지와 직접 소통하기 위해 인터내셔널 비즈니스맨과 연구자들도 히브리어를 학습하는 사례가 흔해졌다.
예전에는 이디시(Yiddish)나 라디노(Ladino) 같은 유대계 언어가 디아스포라 유대인 사이에서 교류 수단으로 쓰이기도 했지만, 20세기 중반 이후 현대 히브리어가 부흥하면서, 종교와 정체성을 넘어 국가 언어로서의 히브리어가 더 폭넓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최근에는 인터넷 강의, 화상 수업, 학습 앱 등이 발달하여, 이스라엘 지역 학교나 문화원에 직접 가지 않고도 온라인 히브리어 코스를 수강할 수 있다. 유대인 디아스포라뿐 아니라, 성서학·고전학·비즈니스·외교적 관심을 지닌 세계인이 이러한 플랫폼을 통해 히브리어를 접하며, 현대 히브리어 사용 인구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내뿐 아니라 해외 유대인 공동체와 비유대인 학습 수요도 히브리어 학습 열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종교·역사적 의미와 함께 실용적·학술적 필요에 의해,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현대 히브리어가 꾸준히 공부되고 있다는 점은 히브리어가 단순히 지역적 언어가 아닌 국제적 관심사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3. 신조어와 인터넷 환경
현대 히브리어는 끊임없이 신조어를 만들어 내면서 발전해 왔다. 고대 성서 히브리어에는 존재할 수 없었던 현대 문물과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고유의 어근(삼자음 뿌리)에 새로운 모음·접두사·접미사를 붙이거나, 외래어를 받아들여 히브리어 표기로 재구성한다. 예컨대 “컴퓨터”는 מחשב(machshev)이라는 신조어로 만들어졌는데, 이는 “חשב”(생각하다)라는 뿌리에 특정 빈야님을 적용해 “생각하는 기계”라는 뜻을 부여한 사례다.
인터넷·SNS 환경이 확산되면서, 영어 차용어가 더욱 빠른 속도로 유입되고 있다. 그 중에는 하이픈, 아포스트로피, 영어 로마자 등을 섞어 일종의 히브리어-영어 혼용체를 쓰는 경우도 흔하다. 예를 들어 “פרסומת”(pirsumet, 광고) 대신 “Ad”라고 적거나, “לייק”(Like)라는 식으로 영어 단어를 히브리어 방식으로 표기하는 일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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לכתוב פוסט (likhtov post)
“포스트를 쓰다” (영어 “post”를 히브리어 문장에 삽입) -
לעשות לייק (la‘asot like)
“좋아요(Like)를 누르다”
히브리어 아카데미(Academy of the Hebrew Language) 등 공식 기관은 새로운 기술·용어에 맞추어 순수 히브리 뿌리를 기반으로 한 용어를 제정하려 노력한다. 예컨대 스마트폰, 이메일 등 영어식 표현이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가운데, 히브리식 신조어(예: טלפון חכם, “현명한 전화기”)를 권장하기도 하지만, 대중이 얼마나 받아들이느냐는 또 다른 문제로 남는다.
SNS와 모바일 메신저에서는 영어 약어(LOL, OMG 등)나 이모티콘·이모지 문화가 그리스어나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확산되고 있으며, 히브리어 문장을 쓰다가도 알파벳 전환으로 로마자·숫자를 섞는 일이 잦다. 이 과정에서 히브리어 고유 어근을 로마자로 표기하기도 하고, 전혀 새로운 인터넷 은어가 생겨나는 등 혼종적 언어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현대 히브리어는 신조어 창조와 외래어 차용을 통해 빠르게 변모하고 있고, 인터넷과 SNS에서 영어 혼용, 줄임말·이모지 사용이 활발하여 언어적 경계가 유연해졌다. 이는 히브리어가 과거 종교·문학 언어에서 벗어나 디지털 시대의 실용 언어로 자리매김했음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4. 전망과 과제
현대 히브리어는 역사적으로 “사멸 상태에 있던 언어가 부활”한 유례없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 언어는 이스라엘 국가 운영과 디아스포라 공동체에 의하여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으며, 첨단기술 분야와 문화산업 등에서 새로운 수요와 함께 신조어와 혼종적 표현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급속한 변화는 몇 가지 과제를 수반한다:
- 언어 순수성 vs. 실용성 : 히브리어 아카데미 등 공인 기관은 가능한 한 히브리 뿌리를 활용하여 새 용어를 만들고자 하지만, 대중들은 영어·아랍어 등 외래어 차용을 더욱 쉽고 편리하게 받아들인다. 이 괴리를 조정하는 일이 필요하다.
- 고대 성서 히브리어와의 단절 : 종교와 역사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현대 구어에서 쓰이지 않는 표현·문법이 점차 소멸될 우려가 있다. 고전 문헌 연구와 현대 언어생활의 균형이 요구된다.
- 디지털 시대의 BiDi 이슈 : 컴퓨터·인터넷에서 오른→왼 쓰기를 지원하는 기술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혼합 문서(히브리어+영어/한국어 등) 처리 시 레이아웃이 꼬이거나 깨지는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이스라엘 내에서는 교육·공공 정책을 통해 언어 순화를 장려하면서도, 해외 차용을 완전히 막지는 않고 일상 생활의 언어적 다변화를 인정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성서 히브리어와 현대 히브리어를 일정 비율로 가르쳐, 언어 정체성·역사를 계승하는 동시에 실용적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게 하는 식이다.
앞으로도 히브리어는 중동 정세, 국제 관계, 디아스포라 공동체의 언어 유지 등 여러 환경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미 충분히 성숙된 국가 언어이자, 글로벌 디지털 시대를 맞이해 빠른 속도로 새 어휘와 문화 요소를 흡수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도 역동적인 발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