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품사 개요
타갈로그어(필리피노)에서 사용되는 주요 품사는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대명사, 접사(affixes) 등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다른 언어들처럼 품사별로 고유한 역할이 있으나, “초점(Focus) 체계”와 같은 독특한 문법 구조로 인해 일괄적인 서구식 품사 분류와는 다른 관점이 필요하기도 하다.
예를 들어, 한국어나 영어에서는 동사가 주어의 인칭이나 시제에 따라 형태가 변하는 정도이지만, 타갈로그어 동사는 문장 내 ‘행위자(주체)’가 초점이 되는지, ‘대상(목적어)’이 초점이 되는지, 또는 위치·수단·간접 목적어가 초점이 되는지 등에 따라 활용 형태가 크게 달라진다. 이 때문에 동사를 파악하기 위해선 초점(역할중심) 표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kumain “(누군가) 먹다”
Actor Focus 동사: Kumain ako ng mansanas. “나는 사과를 먹었다.”
Object Focus 동사: Kinain ko ang mansanas. “나는 그 사과를 먹었다.”
명사나 대명사의 경우에는 “ang”, “ng”, “sa” 등의 표지(이른바 marker)를 통해 문장에서의 역할(주어, 목적어, 장소/방향 등)을 구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ang tao는 “그 사람”이라는 주어격 명사구가 되고, ng tao는 “사람을/사람의”라는 식으로 목적어나 소유격을 나타낸다.
형용사는 주로 ma-, mag- 등 접두사를 통해 형성되며, 부사는 문맥에 따라 동사나 형용사를 수식해 의미를 부연한다. 형용사는 “마른, 큰, 빨간” 같은 성질·상태를 나타내는 역할을 하고, 부사는 “빠르게, 천천히, 자주” 등의 동작 방식이나 빈도를 나타낸다.
- 형용사 예: malaki “큰”, maliit “작은”, maganda “아름다운”
- 부사 예: dahan-dahan “천천히”, madalas “자주”
대명사는 1인칭(ako, ko), 2인칭(ikaw, ka, mo), 3인칭(siya, niya) 등으로 나뉘며, 격 표지와 결합해 주격·목적격·소유격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복수형 우리(“kami” / “tayo”), 너희(“kayo”), 그들(“sila”) 등도 있다. 한국어와 달리 존댓말·반말 구분은 없지만, 2인칭 대명사 “kayo”가 때때로 존경 표현으로 쓰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접사(affixes)는 타갈로그어 문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사 초점을 바꾸거나 시제·상·태를 나타내고, 형용사·부사를 만드는 데에도 쓰인다. 예를 들어 um-, mag-, in-, i- 등은 동사 초점을 결정하며, ma-, ka-, maka- 등의 접두사로 형용사나 부사 역할이 형성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타갈로그어 품사는 명사·동사·형용사·부사·대명사 등으로 구분되지만, 초점 체계와 접사 활용에 큰 비중이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뒤이어 초점 동사 체계, 대명사와 격, 어순과 조사 파트를 살펴보며 실제 문장에서 어떻게 품사들이 작동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2. 초점(역할중심) 동사 체계
타갈로그어(필리피노)는 동사가 문장의 초점을 결정짓는 독특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를 흔히 “초점(Focus) 동사 체계”라고 부른다. 이 체계에서는 동사의 접사(affix)가 어떤 문장 성분을 강조하거나 주된 역할로 설정하는지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행위자 초점(Actor Focus)인지, 목적어 초점(Object Focus)인지, 혹은 장소 초점(Location Focus)인지 등에 따라 동사 형태가 달라진다.
이는 타갈로그어 문장을 이해하고 구성할 때 핵심이 되는 요소로, 영어·한국어와 달리 주어 개념이 꼭 행위자(주체)에만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즉, “누가/무엇이 문장의 주인공인가?”라는 관점보다는 “동사가 특정 성분을 문장 핵심으로 표시했느냐?”에 따라 어형과 문장 구조가 변한다.
- Actor Focus (행위자 초점):
Kumain ang bata ng tinapay.
“그 아이가 빵을 먹었다.” - Object Focus (목적어 초점):
Kinain ng bata ang tinapay.
“그 빵을 (아이)가 먹었다.”
위 예시에서 kumain은 Actor Focus 동사로, “ang bata”가 ‘먹는 행위’를 주도하는 주체로 표시된다. 반면 kinain은 Object Focus 동사이며, 여기서 초점은 “ang tinapay”에 놓인다. 둘 다 결국 “아이가 빵을 먹었다”는 의미를 지니지만,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문장 내에서 “ang”이 붙는 명사구가 달라진다.
주요 동사 초점 접사(affixes)
타갈로그어에는 다양한 접사가 있어, 동사가 어느 초점을 취하는지 보여준다. 자주 쓰이는 몇 가지 형태는 다음과 같다:
-
Actor Focus: um-, mag- (시제·상에 따라 변형됨)
예: um + kain → kumain, mag + luto → magluto (“요리하다”, 행위자에게 초점) -
Object Focus: in-, i-
예: in + kain → kinain, i + luto → iluto (“요리되다/요리하다”, 목적어에 초점) -
Location Focus: an-
예: lutuan → “(무엇을) 요리하는 곳, (냄비·장소 등)” -
Benefactive Focus: i- / ipag-
예: ipagluto → “~를 위해 요리하다” (행위가 수혜자에게 초점)
-
Magluto ang nanay.
“엄마가 요리한다.” (행위자 초점) -
Niluto ng nanay ang hapunan.
“엄마가 저녁 식사를 요리했다.” (목적어 초점) -
Lutuan mo ako ng isda.
“나를 위해 생선을 좀 요리해 줘.” (수혜자/장소 초점 문맥에 따라 해석)
이처럼 타갈로그어 동사 활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문장 성분을 강조할 것인가?”이다. 마치 영어에서 수동태를 써서 목적어를 강조하는 방식과도 조금 유사한 면이 있지만, 타갈로그어는 더 체계적으로 Actor Focus, Object Focus, Location Focus 등을 구분한다.
한국어 화자 입장에서는 생소하지만, 기본 패턴을 익히고 나면 오히려 “무엇을 주제로 삼아 말할 것인가”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어지는 파트에서 대명사와 격, 그리고 어순과 조사를 통해 문장 전체 구조를 더욱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3. 대명사와 격
타갈로그어(필리피노)에서 대명사(pronouns)는 문장 속에서 주어(Actor), 목적어(Object), 소유격(Possessive), 또는 장소·방향(Oblique) 등을 표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활용된다. 특히 ang, ng, sa와 결합하여 주격·목적격·소유격 등을 구분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대명사는 인칭(person)과 수(number)에 따라 구분된다. 영어의 “I, you, he/she, we, they”와 달리, 타갈로그어에는 1인칭 복수가 포함형(inclusive, tayo)과 배제형(exclusive, kami)으로 나뉜다는 점이 특징이다. “tayo”는 듣는 이를 포함하는 “우리”, “kami”는 듣는 이를 포함하지 않는 “우리”를 가리킨다.
인칭 | 주격 (ang) | 목적/소유격 (ng) | 부정관계/방향 (sa) | 설명 |
---|---|---|---|---|
1인칭 단수 | ako | ko | akin | “나, 나를, 나에게” 등 |
2인칭 단수 | ikaw / ka | mo | iyo | “너, 너를, 너에게” 등 |
3인칭 단수 | siya | niya | kanya | “그/그녀, 그를/그녀를, 그에게/그녀에게” |
1인칭 복수 (포함형) |
tayo | natin | atin | 화자+청자 포함 “우리” |
1인칭 복수 (배제형) |
kami | namin | amin | 화자+제3자(청자 제외) “우리” |
2인칭 복수 | kayo | ninyo | inyo | “너희들” (존칭으로 단수 '당신' 의미도 가능) |
3인칭 복수 | sila | nila | kanila | “그들/그녀들, 그들을/그녀들을, 그들에게/그녀들에게” |
위 표에서 주격(ang)
형태는 문장에서 주어 혹은 초점이 되는 대명사에 사용되고,
목적/소유격(ng)
형태는 동사의 대상이나 소유를 나타낼 때,
부정관계/방향(sa)
형태는 장소·방향, 혹은 구체적 목적어가 아닐 때 사용된다.
- Ako ay kumakain. “나는 먹고 있다.” (주격 형태 ako)
- Kumakain ako ng mansanas. “나는 사과를 먹는다.”
- Kumain siya ng tinapay. “그/그녀가 빵을 먹었다.”
- Ninyo ba ito ginawa? “너희(당신들)가 이걸 만들었니?” (목적·소유격 ninyo)
- Magandang umaga sa inyo. “너희(당신들)에게 좋은 아침이다.” (방향/관계 sa inyo)
특히 2인칭 복수 kayo는 경우에 따라 존칭 2인칭 단수로 쓰이기도 한다. 즉 상대를 높여 부를 때 “당신” 의미를 갖는다. 한국어 화자 입장에서는 존댓말·반말 체계를 구분하지 않는 타갈로그어 특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대명사·격 체계를 동사 초점(Focus) 구조와 결합해 문장을 만들 때, 각 대명사가 어떤 역할(행위자, 수혜자, 대상, 소유자 등)을 하는지 살펴보면 타갈로그어 문법 전반을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다.
4. 어순과 조사
타갈로그어(필리피노)는 문장에서 동사가 가장 먼저 오는 형태(VSO)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초점(역할중심) 동사 체계에 따라 주어(초점 명사구)와 기타 성분이 앞뒤로 자유롭게 배치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는 “동사 – (주어) – (기타 성분)”의 어순을 취하는 것이 흔하지만, 대화나 상황에 따라 “주어 – 동사 – 목적어” 형태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ang”, “ng”, “sa” 등 조사(marker)가 어떤 명사구에 붙어 그 문장 성분을 표시하느냐이다.
4.1. 조사(marker) ang, ng, sa
타갈로그어에서 “ang”, “ng”, “sa”는 명사구가 문장 내에서 어떤 역할(주어/초점, 목적어/소유, 장소/방향 등)을 하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표지다. 예를 들어 “ang tao”는 초점이 된 명사(주격) “그 사람”을 의미하고, “ng tao”는 목적어 또는 소유자를 나타내는 “사람을/사람의”가 된다. “sa tao”는 “사람에게/사람의 곳에” 같은 장소·방향·간접 목적 역할을 가진다.
- Ang pamilya ay kumakain. “그 가족이 식사 중이다.”
- Nakita ko ang aso. “나는 그 개를 보았다.” (개가 문장 초점)
- Kinuha ng bata ang laruan. “아이(가) 그 장난감을 가져갔다.” (ng bata → 행위자이지만 초점이 아님)
- Nagbigay siya sa akin ng regalo. “그/그녀가 나에게 선물을 줬다.” (sa akin → 간접 목적어)
이렇게 문장 내 명사구가 무슨 기능을 하는지, 어디에 초점이 놓이는지는 조사(marker)와 동사 형태(초점 체계)의 결합으로 결정된다.
4.2. 기본 어순(VSO)와 변형
전통적으로 타갈로그어 문장은 동사(Verb) – 주어(Subject) – 기타 성분(Object 등) 순서로 제시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Kumain ang bata ng tinapay” (그 아이가 빵을 먹었다)에서 Kumain이 맨 앞에 오고, 초점인 ang bata가 그 뒤에, 그리고 ng tinapay가 목적어나 기타 성분 역할로 이어진다.
하지만 일상 회화나 특정 맥락에서는 주어를 앞세우기도 한다. 예: “Ang bata ay kumain ng tinapay”처럼. 이는 화자가 특히 ‘그 아이’를 강조하거나, 뒤이어 동사의 상태 등을 부연 설명하려 할 때 자주 쓰인다.
- Kumanta siya sa entablado. “그/그녀가 무대에서 노래했다.” (V-S-O)
- Siya ay kumanta sa entablado. “그/그녀가 무대에서 노래했다.” (S-V-O) - 말하는 사람이 ‘그/그녀’를 강조
4.3. 소유·목적어, 장소·방향 표지
Ng
와 sa
조사는 여러 맥락에서 쓰인다.
ng는 목적어, 소유, 혹은 행위자(초점이 아닐 때)를 표시하고,
sa는 장소나 방향, 간접 목적어, 특정 전치사적 기능을 수행한다.
- Galing sa probinsya “시골(지방)에서부터 왔다.”
- Uminom ng tubig “물을 마셨다.”
- Kapatid ng guro “선생님의 형제자매”
- Lumapit sa kanya “그/그녀에게 다가갔다.”
4.4. 주격 조사(ang, si)와 고유명사
사람 이름 앞에는 종종 si
가 주격 조사로 쓰인다.
예를 들어 “Si Maria ay kumanta” (마리아가 노래했다)처럼,
고유명사(사람 이름) 주어에는 si를 붙이고,
복수 이름일 땐 sina를 사용한다 (Sina Maria at Jose ay kumanta).
- Si Pedro ay tumakbo. “페드로가 달렸다.”
- Sina Ana at Luis ay nagluto. “아나와 루이스가 요리했다.”
종합해 보면, 어순 자체는 크게 자유로운 편이지만, 조사(marker)를 통해 누가/무엇이 초점인지, 어느 명사구가 주격·목적격·방향·소유인지가 명확하게 구분된다. 이 덕분에 타갈로그어 화자들은 다양한 순서를 통해 의도를 표현할 수 있으며, 듣는 이도 조사를 통해 문장 구조를 파악한다.
따라서 타갈로그어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점 동사 체계와 함께 ang, ng, sa 같은 조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를 숙지하는 것이다. 이를 이해하면 상당히 유연하게 문장을 구사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