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파벳과 표기 체계
현대 타갈로그어(필리피노)에서는 주로 라틴 알파벳을 사용한다. 필리피노 표준 철자는 영어 알파벳과 대부분 동일하며, 일반적으로 26글자를 기본으로 삼는다. 다만, 고유명사나 차용어 표기에 따라 Ññ, Ng 같은 추가 표기도 쓰이기도 한다.
A B C D E F G H I J K L M N Ñ Ng O P Q R S T U V W X Y Z
역사적으로는 바야바인(Baybayin)이라는 고유 문자 체계가 존재했지만, 스페인 식민 지배 이후 점차 라틴 알파벳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일상적 사용은 크게 줄었다. 최근 들어 문화 운동의 일환으로 바야바인을 복원·보급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실생활에서는 여전히 라틴 알파벳이 주된 표기 수단이다.
필리핀 정부가 공식 발표한 필리피노 알파벳에는 스페인어와 영어 차용어 표기를 고려해 K, C, Q, X, Z 등도 포함되어 있다. 일부 글자는 스페인어 발음 규칙을 이어받아 독특한 소리값을 갖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R 발음은 때때로 혀끝을 더 강하게 굴리는 경향이 있으며, C는 스페인어식 [k] 발음 또는 [s] 발음(차용어 경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여기서 Ñ는 주로 스페인어 차용어에서 나타나는 발음으로, [ɲ]음(‘니’에 가까운 소리)으로 발음된다. 또한 ng은 자음 하나로 인식되어 [ŋ] 소리를 나타내는데, “bangon”(일어나다), “kantang”(노래의) 같은 단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영어에서 차용한 단어 역시 표기를 영어식 그대로 유지하기도 하고, 필리피노 식으로 바꿔 쓰기도 한다. 예컨대 “computer”를 “kompyuter”로, “taxi”를 “taksi”로 표기하는 식이다. 그 외에도 문자 표기 방식은 상당히 유연해서 구어체, SNS, 메시지 등에서는 축약·변형된 철자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타갈로그어의 문자는 오늘날 라틴 알파벳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역사적·문화적으로 바야바인을 간간이 접할 수 있지만 실생활 사용은 드물다. 철자법은 영어·스페인어의 혼합된 특징을 보이므로, 철자와 발음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초기 학습의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2. 모음과 자음
타갈로그어(필리피노)는 일반적으로 라틴 알파벳을 기본으로 사용하며,
영어식 이름으로 각 문자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다만, Ñ
와 Ng
는
타갈로그어에서 별도의 문자로 인식되며 고유한 이름이 존재한다.
아래 표는 대문자/소문자, 문자의 이름,
그리고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발음(IPA)를 간단히 정리한 것이다.
모음 (Vowels)
대문자/소문자 | 문자의 이름 | 발음 (IPA) |
---|---|---|
A / a | “에이” (ey) | [a] |
E / e | “이” (ee) | [e ~ ɛ] |
I / i | “아이” (ay) | [i] |
O / o | “오우” (oh) | [o ~ ɔ] |
U / u | “유” (yu) | [u ~ ʊ] |
자음 (Consonants)
대문자/소문자 | 문자의 이름 | 발음 (IPA) |
---|---|---|
B / b | “비” (bi) | [b] |
C / c | “씨” (si) | [k] 또는 [s] |
D / d | “디” (di) | [d] |
F / f | “에프” (ef) | [f] 또는 [p] |
G / g | “지” (dji) | [g] |
H / h | “에이치” (eytch) | [h] |
J / j | “제이” (dzey) | [dʒ] |
K / k | “케이” (key) | [k] |
L / l | “엘” (el) | [l] |
M / m | “엠” (em) | [m] |
N / n | “엔” (en) | [n] |
Ñ / ñ | “에нь에” (enye) | [ɲ] |
Ng / ng | “엔-지” 또는 “응” | [ŋ] |
P / p | “피” (pi) | [p] |
Q / q | “큐” (kyu) | [k] |
R / r | “아르” (ar) | [r] |
S / s | “에스” (es) | [s] |
T / t | “티” (ti) | [t] |
V / v | “브이” (vi) | [v] 또는 [b] |
W / w | “더블유” (dobolyu) | [w] |
X / x | “엑스” (eks) | [ks] 또는 [s] |
Y / y | “와이” (way) | [j] |
Z / z | “지” 또는 “제트” (zi/zet) | [z] 또는 [s] |
위에서 보듯이, 대다수 자음은 영어식 발음과 이름을 공유한다.
Ñ
(enye)는 주로 스페인어 기원 차용어에 사용되며 [ɲ] 소리를 나타낸다.
Ng
는 타갈로그어에서 독립된 자음으로 인식되며, 하나의 글자로 [ŋ] 소리를 표현한다.
F, V, Z 등은 필리핀의 지역 방언 영향으로 [p], [b], [s] 등으로 바뀌어 발음되기도 하며, C, Q, X 등은 차용어에서만 주로 쓰인다. 이처럼 표준 필리피노 알파벳은 다양한 언어적 배경을 반영하고 있어, 실제 발음은 화자·지역·단어 기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3. 강세와 억양
타갈로그어(필리피노)는 기본적으로 음절 단위가 비교적 간단하고, 강세(stress)가 낱말 의미를 구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필리핀의 여러 지역 언어와 마찬가지로, 단어에서 강세가 놓이는 음절 위치에 따라 뜻이 바뀌거나 다른 단어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상적인 표기에서는 강세를 따로 표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사전이나 교재 등에서는 아귀(Acute) 혹은 툴딕(tuldík)을 사용해 강세를 표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basa, basâ처럼 철자는 같아 보이지만 강세와 모음의 길이에 따라 ‘읽다’, ‘젖다’ 등의 전혀 다른 의미가 나타날 수 있다.
- basa [ˈbasa]: “읽다(동사)” 또는 “읽는 상태”
- basâ [bɐˈsaʔ]: “젖은, 젖다(형용사 혹은 상태)”
타갈로그어 강세는 보통 어말 음절 혹은 끝에서 두 번째 음절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실제 발음에서 강세가 놓인 음절은 약간 길게 발음되거나, 음높이가 살짝 상승하기도 한다. 특히 문장 단위 발화에서, 강세는 화자의 의도나 감정 표현에도 관여하여 강조하고 싶은 낱말이나 구절에 강세를 주기도 한다.
문장 억양(intonation) 측면에서는, 의문문에서 문장 마지막 음절이 살짝 올라가는 경우가 흔하며, 감탄문이나 명령문에서는 어말 억양이 높아져서 강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평서문에서는 어말 톤이 부드럽게 내려가거나 유지되는 반면, 의문문에선 마지막 단어가 살짝 상승하여 질문 의도를 나타낸다.
- Kumain ka na? (의문문) “너 먹었니?” → 마지막 단어 ‘na’를 높여 발음
- Kumain ka na. (평서문) “너 먹었어.” → 마지막 단어 ‘na’를 낮추거나 유지
위와 같은 억양 차이는 타갈로그어 구어체에서 매우 자연스럽게 나타나므로, 원어민 음성을 많이 들어보면서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단어 차원에서는 사전적 강세를 인지하고, 문장 차원에서는 상황 및 감정 표현에 따른 억양 변화를 유심히 살펴보면 보다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타갈로그어 발화를 구사할 수 있다.
4. 발음 예시와 자주 혼동하는 발음
타갈로그어를 처음 배우는 한국어 화자들은 몇 가지 소리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스페인어 차용어 및 영어 차용어가 뒤섞이면서, 글자 표기와 실제 발음이 달라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아래는 대표적인 혼동 사례들이다.
1) F / P 소리
필리핀 현지 발음에서는 [f] 소리를 [p]로 바꿔 말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coffee”를 “kape”로, “fork”를 “pork”처럼 들리게 발음하기도 한다. 일부 화자는 차용어를 영미권 스타일로 [f]에 가깝게 발음하지만, 또 다른 화자들은 [p]로 바꿔 말하는 편이다.
- 필리피노(“Filipino”) → “Pilipino”
- 필리핀(“Philippines”) → “Pilipinas”
2) V / B 소리
V 역시 [v]와 [b] 사이에서 혼동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영어식 발음을 지향하는 화자는 “van”을 [væn]에 가깝게 발음하지만, 현지에서는 [ban] 정도로 바뀌기도 한다.
- van → “ban”
- video → “bidyo” (철자를 “bidyo”로 바꾸기도 함)
3) C / K / S 표기 및 발음
C는 영어에서처럼 [k] 또는 [s]로 소리 날 수 있다.
스페인어 기원을 가진 단어인 경우 [k]로 읽히는 일이 많고,
영어 기원의 단어라면 [s] 발음도 자주 나타난다.
다만 타갈로그어 고유 단어에는 원래 C
가 없고, 대부분 차용어에서 발견된다.
- “casa” (스페인어) → [ˈka.sa] “집”
- “celphone” (영어 차용 형태) → [ˈsel.foʊn] 또는 [ˈsɛl.fun]
4) Ñ / Ng 소리
Ñ
는 [ɲ]로, 스페인어에서 차용된 특별 글자다.
Ng
는 하나의 자음으로 [ŋ] 소리를 나타내며, 단어 첫머리에도 올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어 화자 입장에선 “응” 소리로 이해하면 된다.
- Ñ → piñata [piˈɲa.ta], “피냐타”
- Ng → ngiti [ŋiˈti], “미소”
5) 모음 O / U, E / I 구분
타갈로그어 모음 O
와 U
, E
와 I
가
특정 문맥에서 서로 바뀌어 쓰이거나 (오-우, 에-이)
강세에 따라 소리 폭이 변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salamat po” (감사합니다)에서 po
는 [po] 또는 [pu]에 가깝게 들릴 수도 있다.
- pito (일곱) → [ˈpi.to] 또는 [ˈpe.to]
- kain (먹다) → [ˈka.in] 단, 강세·억양에 따라 [kaˈin]처럼 들릴 수 있음
결국 이러한 발음 차이는 지역 방언, 언어 접촉, 개인적 습관 등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문어(文語)에서는 영어·스페인어식 표기를 최대한 유지하는 경향이 있으나, 구어(口語)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소리가 변형되기도 한다.
혼동하기 쉬운 소리들을 미리 파악해 두고, 원어민 발음을 많이 듣고 따라해 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학습 방법이다. 다음 단계로는 기본 문법 구조를 익히면서 점차 말하기·듣기 연습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