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어 맛보기: 문자와 발음

by Ryu Yuna

루마니아어는 기본적으로 라틴 알파벳을 사용하지만, 몇 가지 특수 문자(디악리틱)를 포함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철자 규범은 역사적으로 한때 키릴 문자를 사용한 시기를 지나, 19세기 중반 이후 라틴 문자 체계가 정착되는 과정을 거쳐 확립되었다. 이 글에서는 루마니아어 알파벳과 발음 체계에 대해 살펴보자.

1. 루마니아어의 문자 특징

오늘날 루마니아어는 영어·프랑스어 등과 마찬가지로 로마자(라틴 알파벳)를 근간으로 하지만, ă, â, î, ș, ț 등의 디악리틱(diacritic) 문자를 별도로 포함한다. 예컨대 âî는 모두 [ɨ] 소리를 내며, ș(쉐시), ț(체츠)은 각각 [ʃ], [t͡s] 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특수 글자는 루마니아어의 발음 특색을 반영한 것으로, 중성 모음([ə], [ɨ])이나 치찰음([t͡s], [ʃ]) 등을 정확히 표기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과거에는 âî 표기 방식에 대한 논쟁도 있었으나, 현재는 주로 단어 첫머리·한가운데는 î를, 단어 내부에서도 â가 쓰이는 규칙 등으로 어느 정도 일원화되었다.

이처럼 디악리틱 문자를 포함한 라틴 알파벳을 채택함으로써, 루마니아어는 대다수 로망스어와 비슷한 문자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독자적 음운을 명확히 나타낼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슬라브어권 키릴 문자 사용 지역과의 대비점을 이루며, 루마니아가 문화·정치적으로 서유럽 로망스 커뮤니티와 연계성을 강조해 온 흐름과도 연관된다.

루마니아어는 라틴 문자ă, â/î, ș, ț 같은 특수 기호를 추가해 독특한 철자 규범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중성 모음, 특수 치찰음을 다른 로망스어와 구분되는 음가로 명확히 표기한다. 다음 절에서 구체적인 알파벳 목록과 발음을 표 형태로 살펴보겠다.

2. 라틴 알파벳 + 디악리틱

루마니아어는 총 31개 문자를 사용하며, 기본 라틴 알파벳(26자) + ă, â, î, ș, ț 의 5개 디악리틱 문자로 구성된다. 여기에 q, w, y, k 같은 글자는 주로 차용어나 고유명사에서만 사용되며, 루마니아어 고유 어휘에서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 편이다.

문자 이름 (루마니아어식) 발음 (IPA) 비고
A a a [a]
Ă ă ă [ə] 중성 모음(쉐와 비슷)
 â â [ɨ] 단어 내부 주로 사용, î와 동일 음가
B b be [b]
C c ce [t͡ʃ] (e, i 앞), [k] (a, o, u 앞) 철자 규칙: ce/ci → [t͡ʃe]/[t͡ʃi], ca/co/cu → [ka]/[ko]/[ku]
D d de [d]
E e e [e], [je] 단어 처음·모음 뒤에서 [je] 가능
F f ef [f]
G g ghe [ɡ] (a, o, u), [d͡ʒ] (e, i) ga/go/gu → [ɡa/ɡo/ɡu], ge/gi → [d͡ʒe]/[d͡ʒi]
H h haș [h]
I i i [i] 단어 끝에서 반모음/약화될 수 있음
Î î î [ɨ] 주로 단어 첫부분에서 사용, â와 동음
J j je [ʒ] 프랑스어 j와 유사
K k ka [k] 차용어/외래어에만 주로 사용
L l el [l]
M m em [m]
N n en [n]
O o o [o]
P p pe [p]
Q q qu [k], [kw] 차용어에서 사용. 보편적이지 않음
R r er [r] 가벼운 탄음
S s es [s]
Ș ș șe [ʃ] 디악리틱으로 'sh' 소리
T t te [t]
Ț ț țe [t͡s] 디악리틱으로 'ts' 소리
U u u [u]
V v ve [v]
W w dublu ve [v], [w] 차용어/외래어에서만
X x ics [ks], [gz] 주로 외래어
Y y igrec [i], [j] 외래어와 합성어. 희귀 사용
Z z zet [z]

위 표에서 보듯이, 핵심 디악리틱 문자는 ă([ə]), â/î([ɨ]), ș([ʃ]), ț([t͡s])이며, 루마니아어의 독특한 음운 구조를 반영한다. 또한 q, w, y, k 등은 공식 알파벳에 포함되지만, 루마니아어 고유 어휘에서 거의 쓰이지 않고, 대부분 차용어·고유명사에서 등장한다.

한편 âî는 실제로 동일 음가([ɨ])를 갖지만, 단어 위치철자 규범에 따라 구분해 쓰는 관행이 있다. 예) 단어 첫머리나 전체 단어가 [ɨ] 소리를 낼 경우 î, 단어 중간·끝에 오는 [ɨ]는 â 형태로 쓰는 식이다. 이는 역사적·어원적 이유로 분화된 표기이므로, 학습자가 적응해야 할 부분이다.

3. 모음 체계와 자음 발음

루마니아어 음운 체계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모음에 있다. 특히 ă([ə])와 â/î([ɨ]) 같은 중성 모음 음가가 다른 로망스어와 뚜렷이 구분되며, 자음 체계 역시 ș([ʃ])와 ț([t͡s]) 같은 특수 음을 포함한다.

3.1. 모음 체계
  • 기본 모음: a, e, i, o, u
    예) a([a]), e([e]), i([i]), o([o]), u([u])
  • 중성 모음 ă: [ə]
    “schwa”에 가깝게 발음되며, 일상 회화에서 매우 빈번하게 쓰임 (예: , rău 등)
  • â / î: [ɨ]
    발음은 동일하나, 철자법에서 단어 위치 등에 따라 구분해 쓴다. (예: în “~안에”, sâmbătă “토요일”)
  • 이중 모음: ea, ia, ie, io, iu 등 다양한 형태 존재. 예) fie([ˈfi.e]), gheață([ˈɡja.ʦə]) 철자 규칙과 실제 발음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

루마니아어 모음 중 ăâ/î는 한국어 화자가 특히 낯설어하는 소리이다. [ə]는 “어”/“으”의 중간쯤, [ɨ]는 발음 시 혀가 더 뒤로 놓이는 느낌으로, 반복 청취와 발화 연습이 필수적이다.

3.2. 자음 발음
  • ș / șe: [ʃ]
    영어 “sh”와 유사. 예) șase([ˈʃa.se]) “6”
  • ț / țe: [t͡s]
    “ts” 소리. 예) țară([ˈt͡sa.rə]) “국가/땅”
  • ce / ci: [t͡ʃe] / [t͡ʃi]
    영어 “ch” 유사. 예) ce([t͡ʃe]) “무엇?”, cine([ˈt͡ʃi.ne]) “누구?”
  • ge / gi: [d͡ʒe] / [d͡ʒi]
    영어 “j” 유사. 예) geam([d͡ʒam]) “창문”, ginecolog([d͡ʒi.ne.koˈloɡ])
  • h: [h]
    대체로 영어 “h”와 유사하지만, 일부어 위치에서 [x] 비슷하게 소리 낼 수도 있음

r은 가벼운 탄음([r])이며, l, m, n 등 기본 자음은 한국어·영어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t͡s], [d͡ʒ] 발음을 구분하지 않는 언어권(한국어 등) 출신 학습자들은, “ț”, “ce/ci”, “ge/gi”를 혼동하기 쉬우므로 단계별로 분리해 연습할 필요가 있다.

3.3. 어울림 규칙

루마니아어에서는 자음+모음 연결 규칙이 비교적 명확하고, 자음 군(cluster)이 많지 않아서 정확히 철자 규칙만 이해하면 음운 구성이 예측 가능한 편이다. 다만 e가 문두나 모음 뒤에 올 때 [je]로 변하는 음운 변화, i가 단어 끝에서 약화·반모음화되는 현상 등 세부 규칙이 존재한다.

한국어 화자는 특히 ă([ə])â/î([ɨ]) 발음을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초반에 두 음가를 어/으와 구분해 듣고, 거울 앞 발화·녹음 청취 등으로 교정해 나가는 학습 전략이 유효하다.

4. 강세·억양과 실생활 예시

루마니아어는 강세(stress)가 단어 발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대체로 단어의 마지막 혹은 끝에서 두 번째 음절에 위치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규칙이 일관적이지 않고 예외도 많아, 학습 초기에는 사전에서 강세 표시(‘)나 음성 자료를 참고하여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억양(intonation) 면에서는 로망스어 특유의 리드미컬한 발음 흐름을 유지하면서, 발칸 지역 언어의 억양패턴도 혼합된 형태를 띤다. 의문문, 부정문 등에서 끝음이 살짝 상승·하강하거나, 문맥이나 감정 표현에 따라 음조가 큰 폭으로 변동하기도 한다.

  • Bună ziua [ˈbu.nə ˈzi.wa] “안녕하세요”
  • Mulțumesc [mul.ʦuˈmesk] “고맙습니다”
  • Scuzați [skuˈzaʦʲ] “실례합니다/죄송합니다”

위 예시를 통해 볼 수 있듯, ziua(“하루/낮”)는 2음절 단어지만, [ˈzi.wa]로 강세가 앞 음절에 온다. mulțumesc(“고맙습니다”)는 [mul.ʦuˈmesk]로 어중간한 위치(뒤에서 두 번째 음절)에 강세가 있다. Scuzați는 [skuˈzaʦʲ]로, 어말에 치찰음이 섞여 발음이 한국어 화자에게 약간 까다로울 수 있다.

또한 일부 단어는 강세 위치에 따라 품사나 의미가 달라지지는 않더라도, 어색한 억양으로 말하면 상대가 잘 알아듣지 못할 수 있다. 예컨대 salut(“안녕”)을 [ˈsa.lut]이 아닌 [saˈlut]로 발음하면 듣는 입장에서 순간적으로 헷갈릴 여지가 생긴다.

루마니아어는 강세가 어중간 혹은 말미에 오는 경우가 잦고, [ʦ], [ʃ], [ɨ] 등 특수 음가와 결합해 한국어 화자에게 독특한 청각적 인상을 준다. 일상 회화 표현(Mulțumesc, Bună ziua, Scuzați 등)을 녹음이나 원어민 발음과 대조해 보며, 억양 패턴과 각 음절의 강세 위치를 꾸준히 훈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