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y
(2022, Dan Trachtenberg)
“1700년대 초반, 프레데터를 쫓는 코만치 부족의 여전사.” OTT의 추천 목록에서 마주한 이 무심한 한 줄 소개는, 영화 『프레이』를 향한 그 어떤 기대도 품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우리가 영화를 마주하는 순간은 때로 이렇게 예측불가능하다.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 클리셰의 나열로 다가올 때가 있는가 하면, 무심코 선택한 작품이 깊은 울림을 주기도 한다. 『프레이』는 후자였다. 무심한 선택이 빛나는 발견으로 이어진 순간이었다.
전작들의 화려한 액션과 SF 설정으로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프레데터’ 시리즈가 이번에는 18세기 초반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택했다. 언뜻 보기에는 무모해 보이는 이러한 시도가, 오히려 프레데터 프랜차이즈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는다. 댄 트락텐버그 감독은 장르적 클리셰를 벗어나 자연과 인간, 그리고 성장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향해 카메라를 돌린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영화의 미학적 완성도다.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블록버스터와는 달리, 『프레이』는 자연의 색감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며 차분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화면을 담는다. 최근 개봉한 『가여운 것들』(Poor Things, 2023)이 인위적인 채도와 색감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면, 『프레이』는 자연스러운 톤과 절제된 카메라 워크로 진정성을 획득했다. 음향 설계 역시 마찬가지다. 과도한 배경음악이나 효과음 대신, 바람 소리와 발자국 소리가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현장감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표면적으로 이 영화는 코만치 부족과 프레데터의 대결을 그린다. 그러나 이는 서사적 장치에 불과하다. 영화는 프레데터가 지구를 방문한 목적이나 그들의 첨단 기술을 과시하는 데 관심이 없다. 프레데터는 오히려 주인공 나루의 성장을 위한 거울이자 시험대로 기능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프레데터는 얼마든지 다른 형태의 위협으로 대체될 수 있다.
영화의 진정한 중심은 전사가 되고자 하는 젊은 여성인 ‘나루’의 여정이다. 부족 내에서의 편견과 한계에 직면하면서도, 나루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냥과 전투 기술을 발전시켜 나간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러한 성장이 단순한 기술의 습득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나루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한다. 이는 모든 이의 성장 과정에 대한 보편적인 은유이며, 세상을 향하여 발돋움하는 이들에게 깊은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로 다가간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만한 이 영화의 매력은 절제된 메시지 전달에 있다. 여성 차별이나 성장통과 같은 주제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으면서도, 어느 것 하나 과도하게 강조되지 않는다. 이는 『길복순』(2023)이 보여준 과도한 메시지 전달과는 대조적이다. 『프레이』는 관객의 지적 참여를 유도하면서도, 결코 교훈적인 메시지를 강제로 주입하려 하거나 설교조가 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프레이』는 장르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액션과 스펙터클이라는 장르적 쾌감을 유지하면서도, 인간의 성장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이다.
멋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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