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속의 유령』 감상 후기

by Ariel Daley

기계 속의 유령

(원종우, 내일을여는책, 2024)

이 책을 읽은 느낌을 한 마디로 쓸 수 있다. “세심하다.”

지금까지 인공지능과 관련된 이슈를 다루는 책을 읽다 보면 대체로 “너는 이걸 알아야 해” 혹은 “너는 내 의견에 동의해야 해”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 책은 잘 걷지 못하는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속도에 맞춰 여유 있는 걸음으로, 정원의 곳곳을 빠짐없이 보여주는 주는 느낌이다.

이 같은 느낌은 “-입니다”, “-죠”로 끝나는 문장 때문만은 아니다. 책을 읽다 보면, 독자가 어렵게 느낄 만한 부분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쉽게 풀어 쓸지, 독자가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더라도 거부감 없게 읽도록 하려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저자가 깊게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많은 책에서 AGI를 ‘인공일반지능’이라고 번역하는 것과는 달리 이 책에서는 ‘범용인공지능’이라고 표현한 것을 봐도 저자의 고민과 세심함이 느껴진다.

224쪽의 지면에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옛날이야기부터 미래를 향한 고민(해야 할 주제)까지 알차게 담겨 있다. 부족하지 않다는 말은 ‘모든 내용을 담았다’는 뜻이 아니다;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부족하지 않다는 뜻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인공지능과 관련된 정보를 산발적으로 접해왔고, 그 이미지가 안개처럼 내 머릿속에 뿌옇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있던 이미지가 보드라운 무지개 솜사탕으로 변하는 느낌을 받았다. 나름 인공지능의 발전과 관련하여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고민할 거리가 더 생겼다. 나는 이런 고민거리를 좋아한다.

값진 이야기를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년 3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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