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터공간의 차원

by Ariel Daley

유한 차원과 무한 차원

벡터공간에 기저가 존재한다면, 그 기저의 원소가 유한 개인지 혹은 무한 개인지에 따라 해당 벡터공간을 유한 차원(finite-dimensional) 혹은 무한 차원(infinite-dimensional)이라고 한다. 예컨대 \(\mathbb{R}^n\)은 \(n\)개의 표준기저로 충분히 전체 공간을 생성하기 때문에 유한 차원의 대표적인 예시이며, 다항식공간처럼 기저가 무한하게 필요한 경우(또는 무한 차수를 허용하는 함수공간 등)는 무한 차원 벡터공간의 예가 된다.

정의 1. (유한 차원과 무한 차원)

벡터공간 \(V\)가 기저를 가질 때, 그 기저의 원소가 유한 개이면 \(V\)를 유한 차원 벡터공간이라 하고, 기저의 원소가 무한 개이면 무한 차원 벡터공간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구분을 위해서는 먼저 ‘어떤 벡터공간의 모든 기저는 원소 개수가 서로 같다(동일한 카디널리티를 갖는다)’는 사실이 필요하다. 그래야 “기저의 개수”라는 말이 모호하지 않게 정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든 기저가 원소 개수를 달리 가진다면, “차원”을 기저의 원소 수로 정의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정리 1. (기저의 크기는 모든 기저에서 동일하다)

벡터공간 \(V\)가 기저를 하나 이상 갖는다고 하자. 그렇다면 \(V\)의 임의의 두 기저는 원소 개수가 같거나, 더 일반적으로 기저가 무한 개의 원소를 갖는 경우에도 카디널리티가 동일하다. 이를 통해 기저를 이루는 벡터의 개수를 벡터공간의 차원이라 정의할 수 있다.

증명 개요 유한 차원의 경우, 다음과 같이 증명한다.

  • 한 기저가 \(\mathbf{v}_1, \dots, \mathbf{v}_k\) (총 \(k\)개 벡터)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자.
  • 다른 기저가 \(\mathbf{w}_1, \dots, \mathbf{w}_m\) (총 \(m\)개 벡터)라고 하자.
  • \(\{\mathbf{v}_1, \dots, \mathbf{v}_k\}\)가 기저이므로, \(\mathbf{w}_1\) 중 하나를 스팬해야 하며, 기저가 선형독립임을 고려하면 \(\mathbf{w}_1\)을 \(\mathbf{v}_1, \dots, \mathbf{v}_k\) 중 특정한 조합으로 표현하게 된다. 이 과정을 모든 \(\mathbf{w}_i\)에 대해 반복하면, \(m \le k\)임을 유도할 수 있다.
  • 반대로, \(\{\mathbf{w}_1, \dots, \mathbf{w}_m\}\)가 기저이므로, \(\mathbf{v}_1\)들 역시 같은 논리를 통해 \(k \le m\)이 성립한다.
  • 결론적으로 \(m = k\)가 되어, 두 기저의 원소 개수가 같음을 알 수 있다.

무한 차원의 경우에도 유사한 논리(“Zorn의 보조정리” 또는 기저 확장 과정 등)를 통해, 서로 다른 기저는 같은 무한 카디널리티를 지님을 증명한다.

정의 2. (차원)

기저가 유한 개의 원소를 갖는 벡터공간 \(V\)에 대해, 그 기저의 원소 개수를 \(\dim(V)\)이라 부른다. 이를 \(V\)의 차원(dimension)이라고 한다. 만약 어떤 벡터공간 \(V\)가 무한 개의 원소로 이루어진 기저만 갖는다면, \(\dim(V)\)를 무한대로 간주하며 “무한 차원(infinite-dimensional)”이라 한다.

예를 들어, \(\mathbb{R}^n\)에서 표준기저(standard basis)는 \(n\)개의 벡터로 구성되므로 \(\dim(\mathbb{R}^n)=n\)이고, 모든 \(m\times n\) 행렬로 이루어진 공간 \(M_{m\times n}(\mathbb{R})\)는 \(mn\)개의 행렬을 기저로 삼을 수 있으므로 그 차원은 \(mn\)이다. 반면, 모든 다항식을 무한 차수까지 허용하는 공간(예: \(P(\mathbb{R})\), 즉 모든 차수의 다항식)은 기저가 무한개 필요한 무한 차원 벡터공간이다.

따라서 벡터공간은 “유한 차원”과 “무한 차원”으로 크게 구분되며, 유한 차원의 경우는 선형대수학에서 주로 다루는 대상이다. 무한 차원 벡터공간도 함수해석학 등의 분야에서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지만, 기본적인 선형대수 개념을 배우는 단계에서는 주로 유한 차원 상황에 집중하게 된다.

차원 정리

유한 차원 벡터공간에서는 차원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강력한 도구가 된다. 차원을 통해 선형연립방정식의 해 공간을 분석하거나, 선형사상(또는 행렬)의 랭크(rank)와 널리티(nullity)를 해석할 수 있으며, 서로 다른 부분공간들 간의 관계 역시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여기서는 대표적인 차원 관련 정리와 그 응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정리 2. (부분공간의 차원 부등식)

유한 차원 벡터공간 \(V\)의 부분공간 \(U \subseteq V\)에 대해, 항상 \[ \dim(U) \le \dim(V) \] 가 성립한다. 특히, 만약 \(\dim(U) = \dim(V)\)이면 \(U = V\)가 된다.

증명 스케치 \(U\)의 기저를 \(\mathbf{u}_1, \dots, \mathbf{u}_k\)라 하고, \(V\)의 기저를 \(\mathbf{v}_1, \dots, \mathbf{v}_n\)라고 하자. \(U\)의 기저 벡터들은 모두 \(V\)에서도 선형독립이며, \(V\)의 기저로 생성되는 전체 공간에 포함된다. 따라서 보통 \(k \le n\)임을 보이며, \(k = n\)인 경우에는 \(U\)의 모든 기저 벡터가 \(V\)의 기저를 대체할 수 있으므로 결국 \(U\)와 \(V\)가 같다.

이 정리는 “작은 공간(부분공간)이 큰 공간(전체공간)보다 차원이 클 수 없다”는 직관을 정확히 수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를 통해, 부분공간들의 차원을 비교하거나, 벡터공간 전체와 부분공간이 동일함을 확인하는 데도 활용한다.

정리 3. (합공간의 차원 공식)

유한 차원 벡터공간 \(V\)의 부분공간 \(U, W \subseteq V\)에 대하여, \[ \dim(U + W) = \dim(U) + \dim(W) - \dim(U \cap W). \] 단, \(U+W\)는 두 부분공간에서 각각 벡터 하나씩을 골라 더한 모든 벡터의 집합이다.

증명 스케치 우선 \(U \cap W\)의 기저를 확정한 뒤, 이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U\)의 기저와 \(W\)의 기저를 각각 확장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중복되는 벡터들이 정확히 \(\dim(U \cap W)\)만큼 존재함을 감안하면, \(U+W\)의 기저 벡터 총 개수가 \(\dim(U) + \dim(W) - \dim(U \cap W)\)로 결정된다.

이 공식은 두 부분공간 \(U\)와 \(W\)를 합쳐서 얻는 새로운 부분공간 \(U+W\)의 차원을 구할 때 매우 유용하다. 기하학적으로는 교집합 부분만큼 중복된 차원을 빼줘야 함을 의미한다.

정리 4. (랭크-널리티 정리, Rank-Nullity Theorem)

유한 차원 벡터공간 \(V\)에서 \(W\)로 가는 선형사상(또는 선형변환) \(T: V \to W\)가 주어졌다고 하자. 이때, \[ \dim(V) = \mathrm{rank}(T) + \mathrm{nullity}(T). \] 여기서 \(\mathrm{rank}(T)\)는 \(T\)의 상(Image) 공간의 차원, \(\mathrm{nullity}(T)\)는 \(T\)의 핵(Kernel) 공간의 차원이다.

증명 스케치 \(\mathrm{Ker}(T)\)의 기저를 \(\{\mathbf{u}_1, \dots, \mathbf{u}_r\}\)라 하고, 이를 \(V\)의 기저로 확장하여 \(\{\mathbf{u}_1, \dots, \mathbf{u}_r, \mathbf{v}_1, \dots, \mathbf{v}_s\}\)를 \(V\) 전체의 기저로 만든다. 그러면 \(T(\mathbf{v}_1), \dots, T(\mathbf{v}_s )\)는 상(Image)의 기저를 이룸을 보일 수 있으므로, \(\mathrm{rank}(T) = s\), \(\mathrm{nullity}(T) = r\), 따라서 \(\dim(V) = r + s\)가 성립한다.

이 정리는 행렬의 “행/열 계수(ranking)와 자유변수의 개수, 그리고 전체 열의 수”를 연관지어 선형연립방정식의 해 구조를 해석하는 데도 자주 쓰인다. 예를 들어, 행렬 \(A\)가 \(n\)개의 열(미지수)로 구성되었다면, \(\mathrm{rank}(A) + \mathrm{nullity}(A) = n\)이 되어, 미지수 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변수의 개수(nullity)’를 쉽게 산출할 수 있다.

차원 관련 정리는 벡터공간 및 선형변환을 다룰 때 핵심적 도구가 된다. 부분공간의 관계, 벡터공간의 합과 교집합의 차원, 선형사상의 상과 핵에 대한 분석 등이 모두 차원 정리를 통해 간단명료하게 처리될 수 있으며, 이러한 개념들은 나중에 고윳값, 고유벡터, 행렬 분해 등 보다 심화된 주제에서도 계속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