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소벡터공간

by Ariel Daley

복소벡터공간의 특징

복소벡터공간은 실수 대신 복소수를 스칼라로 사용하는 벡터공간으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실벡터공간과 유사한 구조를 지니지만, 복소수의 켤레(conjugate) 연산이 개입하여 독특한 성질들이 추가된다. 특히 내적(Inner Product)의 정의가 실수 경우와 다르게 복소켤레를 포함하게 되며, 이로 인해 각도나 거리 개념도 달라진다. 또한 에르미트(Hermitian) 행렬이나 유니터리(Unitary) 변환 등 실수 세계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중요한 개념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정의 1. (복소벡터공간)

복소벡터공간이란, 복소수체 \(\mathbb{C}\)를 스칼라로 하여 정의된 벡터공간을 말한다.

여기서 가장 큰 차이는 스칼라가 실수가 아닌 복소수이며, 복소수 특유의 켤레 연산 \(\overline{z}\)이 여러 정의와 정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정의 2. (복소내적)

복소벡터공간 \(V\)에 대해, 복소내적(complex inner product)이란 임의의 \(\mathbf{u}, \mathbf{v} \in V\)에 대하여 복소수값을 부여하는 이항연산 \(\langle \cdot, \cdot \rangle\)로서, 다음 성질들을 만족한다.

  • 양의 정부호(Positive Definiteness): 임의의 \(\mathbf{v}\)에 대하여 \(\langle \mathbf{v}, \mathbf{v} \rangle \ge 0\)이다. 또한 \(\langle \mathbf{v}, \mathbf{v} \rangle = 0\)인 경우 \(\mathbf{v} = \mathbf{0}\)이다.
  • 반(半)선형성(Sesquilinearity): \(\langle \alpha \mathbf{u} + \beta \mathbf{w}, \mathbf{v} \rangle = \alpha \langle \mathbf{u}, \mathbf{v} \rangle + \beta \langle \mathbf{w}, \mathbf{v} \rangle .\)
  • 켤레 대칭성(Conjugate Symmetry): \(\langle \mathbf{u}, \mathbf{v} \rangle = \overline{\langle \mathbf{v}, \mathbf{u} \rangle}\).

이러한 복소내적은 실벡터공간의 내적과 달리, 복소켤레가 개입한다는 점이 핵심적인 차이이다.

반선현성과 켤레 대칭성을 결합하면 다음과 같은 등식을 얻는다. \[\langle \mathbf{u} ,\, \alpha \mathbf{v} + \beta \mathbf{w} \rangle = \overline{\alpha} \langle \mathbf{u} ,\, \mathbf{v} \rangle + \overline{ \beta} \langle \mathbf{u} ,\, \mathbf{w} \rangle .\]

복소내적이 정의된 복소벡터공간을 내적공간이라고 부르며, 특히 완비성 조건까지 갖추면(모든 코시 열이 수렴한다면) 힐베르트 공간(Hilbert Space)이 된다. 양자역학 등 물리학 이론에서 이 힐베르트 공간의 구조가 필수적으로 등장한다.

각, 거리, 정규직교 기저(orthonormal basis)

복소벡터공간에서 내적이 정의되면, \(\|\mathbf{v}\|\)를 \(\sqrt{\langle \mathbf{v}, \mathbf{v}\rangle}\)로 정의하여 노름(norm)을 얻고, \(\|\mathbf{u} - \mathbf{v}\|\)를 통해 거리를 정의하는 과정은 실벡터공간과 유사하다. 하지만 “두 벡터 사이의 각(angle)”을 정의하려고 할 때, 복소수의 위상(phase)이 개입하여 여러 방식이 가능해진다. 실수 벡터공간에서는 \(\cos\theta = \frac{\langle \mathbf{u},\mathbf{v}\rangle}{\|\mathbf{u}\|\|\mathbf{v}\|}\)와 같이 단순히 내적이 각도를 결정했지만, 복소벡터공간에서는 내적값이 일반적으로 복소수가 될 수 있으므로 \(\mathrm{Re}\)와 \(\mathrm{Im}\)이 모두 관련된다.

그 결과, 복소벡터공간에서 각 \(\theta\)를 정의할 때에는 크게 두 가지 접근이 사용된다.

  1. 실수부(Real part)에 의한 정의
    \[ \cos(\theta) = \frac{\mathrm{Re}\bigl(\langle \mathbf{u}, \mathbf{v}\rangle\bigr)} {\|\mathbf{u}\|\|\mathbf{v}\|}. \] 이는 두 벡터가 “얼마나 함께 같은 방향으로 투사(projection)되는지”를 실수부 기준으로 측정한다. 이 방식은 물리학이나 공학에서 “상(phase)”을 무시하고, 순수하게 실제 에너지를 계산하거나 구성 요소를 비교할 때 종종 쓰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전기회로에서 복소전압과 복소전류가 있을 때, 그 위상차 \(\phi\)만큼이 실제 유효전력(Real Power) 측정에 영향을 주는 것과 유사한 개념이다.
  2. 절댓값에 의한 정의
    \[ \cos(\theta) = \frac{\bigl|\langle \mathbf{u}, \mathbf{v}\rangle\bigr|} {\|\mathbf{u}\|\|\mathbf{v}\|}. \] 이 방법은 내적의 위상(phase)을 완전히 무시하고, 오직 내적 크기가 두 벡터가 얼마나 “가깝게” 정렬되어 있는지를 측정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복소 위상을 굳이 구분하지 않고, 실질적인 교차 정도를 측정”하고자 할 때 직관적이다.

어느 정의를 선택할지는 문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물리에서 “실제 에너지가 상쇄되거나 보강되는 정도”를 각도와 연결하고 싶다면 실수부를 취하는 정의가 더 직접적일 수 있다. 반면, “복소벡터의 위상을 신경 쓰지 않고, 순수히 기하학적(모듈) 관점만 보겠다”면 절댓값 기반의 정의가 적합하다. 중요한 점은 “복소 내적 \(\langle \mathbf{u}, \mathbf{v}\rangle\)”가 가질 수 있는 위상 때문에, 우리가 \(\theta\)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명시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복소벡터공간에서 \(\langle \mathbf{u}, \mathbf{v}\rangle = 0\)이면 두 벡터를 서로 직교(orthogonal)라고 한다. 이 정의는 두 정의 모두에서 일관되게 적용된다(내적이 0이면 실수부도 0, 크기도 0). 복소벡터공간에서 직교정규(orthonormal) 기저를 구성하는 과정은 그람-슈미트(Gram–Schmidt) 알고리즘이 복소수에 대해 확장된 형태로 진행된다. 이렇게 얻어진 직교정규 기저는 복소공간의 대각화(diagonalization)나 스펙트럼 해석 등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복소공간에서의 대각화와 에르미트 행렬

복소벡터공간에서는 임의의 정사각행렬에 대해 복소수 영역에서 고윳값 분해(고윳값과 고유벡터를 구하는 것)를 수행하면, 거의 모든 정상(normal) 행렬에 대해 유니터리(직교에 해당) 변환으로 대각화가 가능해진다. 특히, 에르미트(Hermitian) 행렬(= 자기수반(self-adjoint) 행렬)은 모든 고윳값이 실수이고, 유니터리 변환으로 대각화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성질이다. 즉, \[ A = U\,D\,U^\dagger \] (여기서 \(U\)는 유니터리, \(U^\dagger\)는 에르미트 수반)을 통해 대각행렬 \(D\)로 바뀐다.

실벡터공간에서는 대칭행렬이 직교변환으로 대각화되고, 고윳값이 모두 실수가 된다는 것과 직접 대응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성질로 인해, 복소벡터공간에서는 미분방정식, 양자역학, 그리고 공학·신호처리에서 사용하는 변환(푸리에 변환, 유니터리 행렬 활용 등)이 확장된 형태로 다뤄진다.

보기 1.

복소행렬 \[ A = \begin{pmatrix} 2 & i \\ -i & 3 \end{pmatrix} \] 는 에르미트 행렬(Hermitian)이다. 즉, \(A^\dagger = A\). 실제로, 이 행렬의 모든 고윳값이 실수이며, 적절한 유니터리 행렬 \(U\)에 의해 대각화가 가능하다.

정리하자면, 복소벡터공간은 스칼라가 복소수라는 점에서 실벡터공간과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내적의 정의와 기저 확장, 대각화 이론 등을 유사한 방식으로 전개할 수 있다. 다만, 켤레 연산과 에르미트, 유니터리, 정상(normal) 행렬 등 복소특유의 개념들이 추가되어, 보다 풍부한 구조를 갖게 된다.

유니터리(Unitary) 변환

복소벡터공간에서 유니터리 변환(Unitary Transformation)은 실벡터공간에서의 직교변환(Orthogonal Transformation)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노름(norm)을 보존하고 직교(orthogonality)를 유지하는 성질을 갖는다. 유니터리 변환을 행렬로 표현할 경우, 유니터리 행렬(Unitary Matrix)이라 하며, 이는 에르미트 수반(Hermitian Adjoint)을 이용해 다음을 만족한다.

정의 3. (유니터리 행렬)

유니터리 행렬 \(U\)란, 복소 정사각행렬로서 \(U^\dagger U = I\) (또는 \(U U^\dagger = I\))를 만족하는 행렬을 말한다. 여기서 \(U^\dagger\)는 \(U\)의 전치와 켤레를 함께 취한 에르미트 수반(Hermitian Adjoint)을 의미한다.

즉, 유니터리 행렬은 복소벡터공간 \(\mathbb{C}^n\)에서 벡터들 사이의 내적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며, 이는 “길이와 각도(혹은 내적)”를 보존하는 선형변환을 나타낸다. 한편, 실벡터공간에서 “직교행렬(orthogonal matrix)”이 \(Q^\top Q = I\)를 만족하는 것과 정확히 대응한다.

내적 보존과 켤레 대칭

유니터리 변환 \(U\)에 대하여, 임의의 두 벡터 \(\mathbf{u}, \mathbf{v}\)에 대해

\[ \langle U\mathbf{u},\, U\mathbf{v}\rangle = \langle \mathbf{u},\, \mathbf{v}\rangle \]

가 성립한다. 여기서 복소벡터공간의 내적은 \(\langle \mathbf{x}, \mathbf{y}\rangle = \mathbf{x}^\dagger \mathbf{y}\) (또는 다른 convention)로 정의되므로,

\[ \langle U\mathbf{u},\, U\mathbf{v}\rangle = (U\mathbf{u})^\dagger \,(U\mathbf{v}) = \mathbf{u}^\dagger\, U^\dagger U \,\mathbf{v} = \mathbf{u}^\dagger \mathbf{v} = \langle \mathbf{u}, \mathbf{v}\rangle. \]

따라서 \(U^\dagger U = I\) 조건이 곧 내적 보존의 핵심임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유니터리 변환은 복소공간에서의 회전·반사 등에 해당하는 기하학적 성질을 표현한다.

정리 1. (유니터리 변환의 특성)

유니터리 행렬 \(U\)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성질들을 갖는다.

  • 노름 보존: 임의의 \(\mathbf{x}\)에 대해, \(\|U\mathbf{x}\| = \|\mathbf{x}\|\)가 성립한다.
  • 고윳값은 모두 \(|\lambda| = 1\)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복소평면에서 단위원(단위 원) 위에 분포한다.)
  • 유니터리 대각화: 정규행렬(normal matrix), 즉 \(A^\dagger A = AA^\dagger\)를 만족시키는 행렬은 항상 유니터리 행렬에 의해 대각화 가능하다. 에르미트(Hermitian) 행렬, 대칭행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 열벡터(또는 행벡터)가 직교정규(orthonormal) 집합을 이룬다: \(U\)의 각 열은 서로 직교하고, 길이가 1인 벡터들로 구성된다.

이 성질들은 복소벡터공간에서 다양한 응용이 가능함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복소신호처리나 양자역학의 상태공간에서 유니터리 변환이 기본 연산으로 자주 등장하며, 에르미트 행렬(자기수반 연산자)에 대한 스펙트럼 해석에도 유니터리 연산이 필수적이다.

보기 2.

2×2 유니터리 행렬의 전형적인 예시로, \[ U = \frac{1}{\sqrt{2}} \begin{pmatrix} 1 & 1 \\ 1 & -1 \end{pmatrix} \] 이 있다. 이 행렬은 \(\displaystyle U^\dagger U = I\)를 만족하며, 각 열벡터가 서로 직교정규를 이룬다. 양자역학의 아다마르 게이트(Hadamard transform)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유니터리 변환은 복소벡터공간에서 길이와 각을 보존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하학적 연산이며, 물리·수학·공학 전반에서 중요한 대칭성(symmetric property)의 근간을 이룬다. 특히, 에르미트 행렬의 고유벡터를 유니터리 기저로 삼아 대각화하는 과정, 또는 푸리에 변환처럼 복소 영역에서 작동하는 변환들이 모두 “유니터리 변환”이라는 관점 하에서 동일하게 해석될 수 있다.

에르미트(Hermitian) 행렬

에르미트 행렬(Hermitian Matrix)은 복소벡터공간에서 대칭행렬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자기수반(self-adjoint) 행렬이라고도 한다. 에르미트 행렬이 가지는 고윳값이 모두 실수이며, 유니터리 행렬에 의해 대각화 가능하다는 점은 복소벡터공간에서 선형변환을 해석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정의 4. (에르미트 행렬)

\(n \times n\) 복소 정사각행렬 \(A\)가 다음 조건을 만족하면, 이를 에르미트 행렬(Hermitian)이라고 한다. \[ A^\dagger = A. \] 즉, \(A\)의 \((i,\, j)\) 성분이 \(\overline{A_{j, i}}\)와 동일한 관계를 가진다. (전치+켤레 = 자기 자신.)

실수 벡터공간에서의 대칭행렬과 달리, 복소 행렬에서는 전치 대신 켤레전치(conjugate transpose)를 취해야 동일한 행렬이 되어야만 에르미트 행렬이라 부른다. 이때 에르미트 행렬은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지닌다.

정리 2. (에르미트 행렬의 성질)

에르미트 행렬 \(A\)에 대하여, 다음 성질들이 성립한다.

  • 고윳값은 모두 실수이다.
    실벡터공간에서 대칭행렬이 실수 고윳값을 갖는 것과 동일한 이유로, 에르미트 행렬은 복소공간에서 모든 고윳값이 실수가 된다.
  • 유니터리 대각화:
    에르미트 행렬은 유니터리 변환 \(U\)에 의해 대각화 가능하다. 즉, \[ A = U\,D\,U^\dagger \] 이 성립하며, \(D\)는 \(A\)의 실수 고윳값을 대각성분으로 갖는 대각행렬이다.
  • 양의 정부호(Positive Semidefinite) 검사 단순화:
    에르미트 행렬이 양의 정부호(positive semidefinite)인지 여부는 모든 고윳값이 음이 아닌가로 판단할 수 있다. 실제로, 에르미트 행렬은 이를 통해 물리학, 공학의 안정성 판단 등에 활용된다.

이로써, 에르미트 행렬은 복소벡터공간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대칭”의 개념을 확장한 것이며, 실수 고윳값과 유니터리 대각화 가능성으로 인해, 다양한 분야에서 “정규행렬(normal matrix)”의 대표적인 예시가 된다.

보기 3.

다음과 같은 2×2 복소행렬을 생각해 보자. \[ A = \begin{pmatrix} 2 & 1 + i \\ 1 - i & 3 \end{pmatrix}. \] 이에 대한 켤레전치를 구하면, \[ A^\dagger = \begin{pmatrix} 2 & 1 + i \\ 1 - i & 3 \end{pmatrix} \] 로서, \(A^\dagger = A\)가 성립하므로 \(A\)는 에르미트 행렬이다. 실제로, 이 행렬의 고윳값을 계산하면 실수값이 도출되고, 적절한 유니터리 변환으로 대각화 가능함을 확인할 수 있다.

물리학(특히 양자역학)에서 관측가능량(observable)을 나타내는 연산자는 에르미트 행렬(오퍼레이터)로 표현된다. 이는 측정값(고윳값)이 실수여야 하고, 상태공간이 유니터리 변환에 의해 기저 변경이 가능하다는 양자역학의 원리와 정확히 부합한다. 예컨대, 에너지·위치·운동량 연산자는 에르미트로 취급되며, 고유함수와 고윳값 해석을 통해 물리적 예측이 가능해진다.

결과적으로, 에르미트 행렬은 복소벡터공간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자기수반” 연산자로 작용하며, 실수 고윳값과 유니터리 대각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물리학, 수학, 공학 전반에서 중요한 도구로 사용된다. 이는 실벡터공간에서의 대칭행렬이 가지는 성질을 복소영역으로 일반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