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터공간의 기저

by Ariel Daley

기저의 정의와 성질

벡터공간에서 기저(basis)는 “전체 공간을 생성(spanning)하면서 동시에 일차독립인” 벡터들의 집합이다. 이는 벡터공간을 효율적으로 이해하고 계산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핵심 개념으로, 기저가 있으면 벡터공간의 임의의 원소를 그 기저 벡터들의 일차결합으로 유일하게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성질은 곧 벡터공간의 ‘좌표화’를 가능케 하며, 이를 통해 차원(dimension)이나 좌표변환과 같은 개념을 정의할 수 있다.

정의 1. (기저)

벡터공간 \(V\)에서, 벡터들의 집합 \(B=\{\mathbf{v}_1, \mathbf{v}_2, \dots, \mathbf{v}_k\}\)가 다음 두 조건을 만족하면 이를 \(V\)의 기저(basis)라고 부른다.

  • 일차독립성: \(B\)의 임의의 유한부분집합은 일차독립이다.
  • 생성(Spanning): \(V\)의 임의의 벡터는 \(B\)의 유한 개의 원소의 일차결합으로 표현된다.

즉, 기저는 일차독립이면서 동시에 \(V\) 전체를 스팬하는(생성하는) 벡터들의 최소 집합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최소’라는 표현은, 벡터 하나라도 더 포함하면 일차독립성을 잃고, 반대로 하나라도 빼면 전체 공간을 생성하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기저의 원소의 개수는 유한일 수도 있고 무한일 수도 있다. 여기서는 주로 기저의 원소의 개수가 유한인 경우를 살펴보자.

정리 1. (기저 벡터를 통한 유일한 표현)

\(\{\mathbf{v}_1, \dots, \mathbf{v}_k\}\)가 \(V\)의 기저라면, \(V\)의 임의의 벡터 \(\mathbf{u}\in V\)는 기저 벡터들의 일차결합으로 유일하게 표현된다. 즉, \[\mathbf{u} = \alpha_1 \mathbf{v}_1 + \dots + \alpha_k \mathbf{v}_k = \beta_1 \mathbf{v}_1 + \dots + \beta_k \mathbf{v}_k\] 이면 모든 \(i\)에 대하여 \(\alpha_i = \beta_i\)이다.

증명 스케치 두 가지 방법으로 \(\mathbf{u}\)를 표현했다고 하자. \[\alpha_1 \mathbf{v}_1 + \dots + \alpha_k \mathbf{v}_k = \beta_1 \mathbf{v}_1 + \dots + \beta_k \mathbf{v}_k.\] 이를 한쪽으로 몰아쓰면 \[ (\alpha_1 - \beta_1)\mathbf{v}_1 + \dots + (\alpha_k - \beta_k)\mathbf{v}_k = \mathbf{0}. \] 기저의 일차독립성에 따라, 각 계수 \(\alpha_i - \beta_i\)는 0이어야 하므로 임의의 \(i\)에 대하여 \[ \alpha_i = \beta_i \] 이다. 따라서 표현이 유일함을 알 수 있다.

이 정리에 의해, 벡터공간 \(V\)에 기저가 존재한다면, 각 벡터 \(\mathbf{u} \in V\)는 오직 하나의 방법으로 기저 벡터들의 일차결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때 \((\alpha_1, \dots, \alpha_k)\)를 \(\mathbf{u}\)의 기저에 대한 좌표(coordinate)라고 부른다. 기저원소를 고정시키고 기저원소의 순서를 고정시키면, 각 벡터에 대하여 이 순서쌍은 유일하게 결정된다. 이러한 표현은 선형변환이나 행렬 표현을 논의할 때 매우 중요한 도구가 된다.

정리 2. (기저는 ‘최소의’ 생성 집합)

\(\{\mathbf{v}_1, \dots, \mathbf{v}_k\}\)가 \(V\)의 기저라고 하자. 만약 여기서 어떤 벡터 \(\mathbf{v}_j\)를 제거해도, 더 이상 \(V\) 전체를 생성하지 못한다. 즉, 기저는 ‘불필요한 벡터가 없는’ 최소한의 생성 집합이다.

증명 스케치 기저 벡터 중 하나인 \(\mathbf{v}_j\)를 제거했다고 하자. 새로운 집합 \(\{\mathbf{v}_1, \dots, \mathbf{v}_{j-1}, \mathbf{v}_{j+1}, \dots, \mathbf{v}_k\}\)가 여전히 \(V\)를 생성한다면, \(\mathbf{v}_j\)는 나머지 벡터들의 일차결합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일차독립성과 모순을 일으킨다(기저 벡터들은 서로 독립이므로, 그 중 하나를 다른 것들의 일차결합으로 나타낼 수 없음).

다음 섹션에서는 이런 기저의 개념이 실제로 다양한 벡터공간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그리고 표준기저(standard basis)나 특수 기저 등을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mathbb{R}^n\)을 비롯한 여러 공간에서 기저를 찾고, 그에 따른 차원을 어떻게 구하는지 구체적인 예시를 제공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벡터공간에서의 기저

기저 개념은 다양한 벡터공간에 적용할 수 있다. 가장 익숙한 예시로는 유클리드 공간 \(\mathbb{R}^n\)에서의 표준기저(standard basis)가 있다. 그 외에도 행렬공간이나 다항식공간 등에서 특수한 기저를 정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전체 공간의 벡터를 쉽고 체계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보기 1. (유클리드 공간 \(\mathbb{R}^n\)의 표준기저)

\(\mathbb{R}^n\)에서 표준기저는 다음과 같이 정의되는 \(n\)개의 벡터로 구성된다.

\[ \mathbf{e}_1 = (1, 0, 0, \dots, 0),\quad \mathbf{e}_2 = (0, 1, 0, \dots, 0),\quad \dots,\quad \mathbf{e}_n = (0, 0, 0, \dots, 1). \]

이들은 서로 일차독립이고, 임의의 벡터 \((x_1, x_2, \dots, x_n)\in \mathbb{R}^n\)를 \[ x_1 \mathbf{e}_1 + x_2 \mathbf{e}_2 + \dots + x_n \mathbf{e}_n \] 으로 유일하게 표현하므로, \(\mathbb{R}^n\)의 기저가 된다. 이를 ‘표준기저’(standard basis)라고 부른다.

보기 2. (2차원·3차원 표준기저)

  • \(\mathbb{R}^2\)에서 표준기저는 \(\{(1,0), (0,1)\}\). 평면 위의 임의의 점 \((x,y)\)는 \(x\cdot(1,0) + y\cdot(0,1)\)로 표현된다.
  • \(\mathbb{R}^3\)에서 표준기저는 \(\{(1,0,0), (0,1,0), (0,0,1)\}\). 임의의 점 \((x,y,z)\)는 \(x\cdot(1,0,0) + y\cdot(0,1,0) + z\cdot(0,0,1)\)로 나타낼 수 있다.

보기 3. (행렬공간에서의 기저)

모든 \(m\times n\) 행렬로 이루어진 벡터공간 \(M_{m\times n}(\mathbb{R})\)에서, 각 위치에 1이 있고 나머지가 전부 0인 행렬들을 기저로 잡을 수 있다. 예를 들어, 2×2 행렬의 경우 \[ E_{11}=\begin{pmatrix}1&0\\0&0\end{pmatrix},\quad E_{12}=\begin{pmatrix}0&1\\0&0\end{pmatrix},\quad E_{21}=\begin{pmatrix}0&0\\1&0\end{pmatrix},\quad E_{22}=\begin{pmatrix}0&0\\0&1\end{pmatrix} \] 이 네 행렬은 \(\mathbb{R}^4\)와 대응되는 \(2\times2\) 행렬공간의 기저가 된다. 임의의 2×2 행렬은 이 네 행렬의 일차결합으로 유일하게 표현될 수 있다.

보기 4. (다항식공간에서의 표준기저)

실수 계수를 갖는 최대 차수 \(n\) 이하의 다항식 공간 \(P_n(\mathbb{R})\)에서, 다음과 같은 다항식들이 표준기저를 이룬다.

\[ 1,\quad x,\quad x^2,\quad \dots,\quad x^n. \]

예를 들어, 2차 다항식 공간 \(P_2(\mathbb{R})\)의 임의의 원소 \(a_0 + a_1 x + a_2 x^2\)는 \[ a_0 \cdot 1 + a_1 \cdot x + a_2 \cdot x^2 \] 의 꼴로 유일하게 표현된다. 이 기저는 \(\{1, x, x^2\}\)로 구성된다.

이 밖에도 복소수 계수를 가지는 벡터공간, 혹은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행렬(예: 대각행렬, 대칭행렬 등)을 모아놓은 부분공간 등의 경우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기저를 구성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기저가 잡히면 벡터의 표현이 훨씬 간단해지고, 선형대수학의 다른 개념(차원, 좌표, 선형변환의 행렬 표현 등)을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파트에서는 기저가 유한 개로 이루어지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하고, 기저의 크기에 의해 결정되는 차원(dimension)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