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어 맛보기: 한국어 화자가 주목해야 할 특징

by Ryu Yuna

1.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기

히브리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을 쓰는 대표적인 언어이다. 이는 한국어나 영어에 익숙한 학습자에게 상당히 낯선 방식이지만, 셈어족 언어(아랍어, 페르시아어 등)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표기 전통이다.

예를 들어, 다음 문장을 살펴보자:

שלום עולם!
(샬롬 올라ם: “세상아, 안녕!”)

여기서 שלום עולם! 부분만 dir="rtl"을 사용하여 히브리어 텍스트를 오른쪽→왼쪽 방향으로 표시한다. 한국어 문장은 평소대로 왼쪽→오른쪽으로 쓰이므로, 두 언어가 한 문단 안에 섞여 있어도 깨지지 않고 올바른 순서를 유지할 수 있다.

실제 문서나 책에서도 맨 오른쪽을 표지로 삼아 왼쪽 방향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형태를 취한다. 즉, 히브리어 서적은 한국어·영어 책과 반대로 “뒤에서 앞으로 넘겨야” 정상적인 순서로 글을 읽게 된다.

웹페이지나 워드프로세서에서도 마찬가지로, 문서 전체를 히브리어 중심으로 만들 경우 <html dir="rtl">처럼 페이지 전체 방향을 지정할 수 있다. 반면 한국어 문장 중간에 간단한 히브리어 단어만 삽입하는 경우라면, 해당 단어를 <span dir="rtl">로 감싸 깨지지 않고 올바른 순서로 표시되도록 한다.

히브리어를 배울 때는 오른쪽→왼쪽 글쓰기·읽기 방식을 먼저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문서 편집, 소프트웨어 입력, 책 읽기 등의 과정에서 한국어와는 정반대 방향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dir="rtl" 속성을 필요에 맞게 활용해 혼선을 줄이는 방법을 익혀 두어야 한다.

2. 모음 표기 부재와 단어 해석

현대 히브리어 텍스트는 일상적으로 모음 기호(니쿳, Niqqud)를 표기하지 않는다. 신문·인터넷 기사·일반 서적 등 거의 모든 실용 문서에서 자음만으로 구성된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기에, 초심자 입장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발음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생기기 쉽다.

예컨대 מלך(“왕”) 같은 단어는, 니쿳 없이 자음만 적혀 있을 경우 מלך이 [melech]로 읽힌다는 사실을 미리 학습해야 이해할 수 있다. 원어민의 경우, 반복 사용과 문맥을 통해 단어 형태가 익숙해지므로 모음 없이도 직관적으로 발음을 떠올릴 수 있다.

니쿳이 없는 텍스트에서 발음을 추론하는 주요 단서는 다음과 같다:

  • 자음 뿌리(삼자음 루트) : 뿌리를 알면 기본 의미군을 파악할 수 있다.
  • 문맥(Context) : 문장에서 해당 단어가 동사인지 명사인지, 어떤 시제·형태로 쓰였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
  • 고빈야님(Binyanim)·파생 규칙 : 예를 들어, 피엘·히필 빈야님 등 자주 쓰는 패턴이 정해져 있다.
  • 어휘 숙련도 : 자주 접하는 단어는 니쿳이 없어도 금방 인식할 수 있게 된다.

학습자가 처음 히브리어를 접할 때는, 니쿳 표시가 된 교재나 아동용 책, 또는 성서 원문(마소라 본문) 등을 참고해 자음-모음 결합 방식을 충분히 익히는 것이 좋다. 이후에는 실제 신문·기사·간판 같은 니쿳 없는 텍스트로 단계적으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단어 해석 능력을 키워야 한다.

“모음 표기가 없는” 상태는 초기 학습자에게 큰 장벽처럼 보이지만, 삼자음 뿌리 체계와 문맥 활용, 반복 노출로 인한 어휘 숙달 과정을 통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히브리어 원어민 역시 어린 시절에는 니쿳이 표시된 자료로 발음을 배우고, 점차 실용 텍스트로 익히는 방식을 거친다는 점을 기억하자.

3. 고대와 현대의 히브리어 어휘 차이

히브리어는 오랜 역사를 지닌 언어이므로, 고대(성서) 시대에 쓰인 형태와 현대 실용어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성경에 등장하는 어휘나 표현 중 일부는 현재 일상 생활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거나, 뜻이 변형·축소·확장된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성서 히브리어에서는 נַעַר(na‘ar)라는 단어가 “소년, 젊은이”를 뜻했지만, 현대 히브리어에서는 같은 단어가 맥락에 따라 다르게 쓰이거나 구어체로는 잘 쓰이지 않는 식이다. 반면 ילד(yeled, “아이/소년”) 같은 단어가 훨씬 보편적인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종교·사회 관습의 변화에 따라, 고대 히브리어의 용어가 현대어에서 전혀 다른 함의를 갖게 된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כוהן(kohen, “제사장”)은 성경 시대에는 사제 계층을 지칭하는 일반적인 용어였지만, 현재는 כהן(Cohen)이라는 성(姓)으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종교 행사에서 특정 가문을 상징하는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반대로, 현대에 생겨난 신조어들은 성서 히브리어 시절에는 존재할 리가 없었다. 컴퓨터, 전화기, 자동차 등 현대 문물과 관련된 단어는 19~20세기에 걸쳐 고대 어근이나 다른 언어 차용을 통해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מחשב(machshev, “컴퓨터”)라는 단어는 “생각하다”라는 뿌리 חשב(kh-sh-v)에 특정 빈야님 어형을 적용해 새로 만든 사례이다.

학습자가 성경 원문(구약)을 읽고자 할 때는 성서 히브리어 문법 및 어휘에 대해 추가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현대 히브리어만 익힌 상태로는, וַיֹּאמֶר (‘그가 말했다’ 등) 같은 고대 시제 표현이나 드물게 쓰이는 어휘가 혼란스러울 수 있다. 반면, 현대 히브리어 신문·방송·문학을 접하려면 각종 신조어와 간소화된 문법 체계를 익히는 편이 더욱 중요하다.

고대 히브리어현대 히브리어는 기본 자음 뿌리와 전통 문법 틀을 공유하지만, 시간 흐름에 따라 어휘·표현이 크게 달라진 언어라 할 수 있다. 고전을 읽고 싶은지, 일상 회화를 구사하고 싶은지에 따라 학습 초점을 달리 잡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4. 샬롬(שלום) 문화

히브리어 단어 중 “שלום(샬롬)”은 “평화(peace), 안녕(greeting)” 등을 뜻하는 대표적인 표현으로, 유대 문화권 전반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자 인사말로 자리 잡았다. 현대 이스라엘에서도, 사람을 만날 때나 헤어질 때 간단히 “שלום!”이라고 말하면 “안녕!” 혹은 “잘 지내!” 정도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종교·문화적으로 유대인 공동체는 “평화”를 상징적 가치로 여겨 왔고, 성경·기도문 등에서도 שלום이라는 표현이 반복 사용된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שלום” 한 마디에 단순한 “안녕” 이상의 화합, 평안, 무사 같은 뉘앙스가 담기기도 한다.

현대 이스라엘에서 예절 차원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다:

  • 인사말로서의 “샬롬”: 하루 중 어느 때나, 정중한 상황이든 편안한 상황이든 사용할 수 있다. 좀 더 격식을 차리고 싶으면 “שלום לך” (샬롬 레카/라흐, 너에게 평화를) 등의 표현을 쓸 수도 있다.
  • 샤바트(안식일) 인사: 금요일 해질녘부터 토요일 해질녘까지의 안식일(Shabbat)에 만났을 때, “שבת שלום(샤바트 샬롬)”이라고 하면 “평안한 안식일 보내세요”라는 뜻이 되어 반갑게 통한다.
  • 종교·문화적 존중: 유대 전통을 엄격히 지키는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는 샬롬 인사와 함께 종교적 관습(예: 남녀 간 악수 자제 등)을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한국어 화자 입장에서는, 단순한 “안녕하세요” 정도로 생각하기 쉬운 표현 “שלום”이 문화·종교적으로 얼마나 깊은 의미를 지니는지 알면 히브리어권 사람들과 교류할 때 보다 진정성 있는 인사를 건넬 수 있다. 이는 ‘평화와 화합’을 기원하는 인사라는 점에서 유대 문화와 이스라엘 사회를 이해하는 열쇠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