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환영처럼 머릿속에 남아 있다. 바람이 얕게 불어오고, 황금빛 풀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풀이 몸을 낮추며 흔들리고, 그 위를 달리는 작은 생명체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간다. 하늘이 끝없이 이어지고, 빛은 너무 선명해서 눈을 감아야만 그 강렬함을 견딜 수 있다. 그러나 빛 속에는 여전히 무언가가 있다. 그 빛 속에서, 걸음을 멈춘다. 바람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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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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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이 바뀌는 순간, 모든 것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멈춰 있던 것처럼 보였던 것들이 사실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횡단보도의 흰 선이 시간의 결을 따라 나 있는 길처럼 보인다. 첫 발을 내딛는다. 선을 밟을 때마다, 얇고 단단한 무언가가 발바닥을 따라 흔들린다. 단순한 바닥이 아니다. 선과 선 사이에 무언가 숨쉬고 있다. 나를 부르지도, 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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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펼쳐지는 햇살. 투명한 커튼이 무겁게 흔들리며 바람과 얽힌다. 축축한 바람. 쉽게 식지 않는다. 온기를 삼키며 가만히 눕는다. 작은 소리가 들려온다. 먼지 떨어지는 소리, 바닥의 미세한 울림, 모든 것이 한데 섞여 스친다. 땀방울이 이마를 따라 흐른다. 귓불 가까이 머물렀던 한 방울이 작은 섬처럼 목에 닿는다. 땀이 그리는 선은 강줄기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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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차갑게 방 안에 스며든다. 작은 방이지만 달빛이 바닥과 벽을 가른다, 마음대로. 어둠과 빛이 서로 끌어안고, 나는 그 경계에 앉는다. 누가 알까, 초콜릿 한 조각, 그 조그만 조각이 내 마음속에서 얼마나 거대한 무게를 가지는지. 냉장고 문이 열리는 소리. 그 소리를 상상한다. 문이 열릴 때 냉기와 작은 전등, 희미한 빛.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