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 기술 통합기(2031~2040) - ‘AI-신체 융합기’
1. 고도화된 AI와 신체 기술의 확산
2031년 전후로 인공지능이 한층 고도화되면서, 학교를 비롯한 사회 모든 분야에서 단순 정보 처리가 아니라 깊은 수준의 의사결정까지 AI가 관여하기 시작하였다. 학교 현장에서도 AI는 학생의 학습 프로세스를 면밀히 추적하고 실시간으로 분석한 뒤, 적절한 학습 목표와 자료를 제공하는 역할로 빠르게 자리를 잡아 갔다. 이 시점에는 기존 교사가 수행하던 개별 학습 진단이나 피드백이 거의 전면적으로 AI에 의해 자동화될 정도였고, 교사는 학생의 정서적 안정이나 윤리적 가치 형성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논의가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동시에 신체 기술이 급진적으로 발전하여, 신체 교체나 기억 소거 같은 극단적 수준의 뇌-신체 연관 기술을 사용하는 사례가 서서히 보고되었다. 초기에는 의료 목적, 특히 중증 질환 치료나 신체 일부를 복구하는 제한된 형태로 적용되었으나, 연구 범위가 넓어지면서 신체 교체를 교육이나 심리치료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Chang(2035)은 이러한 시도를 “인체와 인공지능이 결합하는 새로운 통합 시대”라고 불렀는데, 당시 학교의 입장에서는 아직 예외적인 사안이라 여겨 크게 주목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럼에도 일부 과학 기술 선진국에서는 신체 기술이 군사 훈련이나 극한 환경 훈련에 도입되어, 인간이 상상하지 못했던 역량을 발휘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이처럼 인공지능과 신체 교체 기술이 서로 보완하며 확산되는 흐름을 Ryu(2036)는 “AI-신체 융합기”라 명명하였다. 기존에 AI는 주로 뇌 활동이나 학습 과정을 지원하는 도구로 인식되었지만, 여기에 신체 교체나 기억 소거 기술이 결합되면, 인간의 존재 방식 자체를 재설정할 수 있는 잠재력이 생긴다는 뜻이다. 이 흐름은 교육 현장에 파급되어, 학교가 단순 학습을 넘어 “인간이 무엇인지” “인간의 정체성과 윤리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를 숙고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안기게 되었다. 그럼에도 대부분 학교 제도는 여전히 입시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고, 고등학교에서 흔한 대입 준비 구조를 크게 바꾸지 못했다. AI 교사가 지식을 제공하는 데 능숙해졌어도, 입시 제도가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으니, 실제로 학교가 신체 교체나 기억 소거 같은 기술을 깊이 다루는 일이 매우 제한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기술 융합의 흐름은 무시하기 어렵게 확산되었다. 일부 대학과 연구기관은 신체 교체 기술을 활용하여 학습자 스스로가 극한 환경에서 심리 훈련이나 통증-환희 전환 체험을 할 수 있는 실험을 진행하기 시작했고, 이는 “학생이 전혀 다른 감각적 경험을 통해 더욱 창의적이거나 유연한 사고를 함양한다”라는 주장과 함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 논쟁의 핵심은 교육이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느냐, 아니면 인간을 기술적으로 확장시켜 극한 역량을 이끌어내는 도구로 변할 수 있느냐”에 대한 근본 철학의 갈등이었다.
학교 입장에서는 “AI가 학습 대부분을 담당하고, 신체 교체 등을 거치면 기존 교과 교육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자문할 수밖에 없었다. Morimoto(2038)는 이 사태를 두고 “교육 체제가 지식을 가르치는 차원을 넘어서서, 인간 자체를 보호하고, 기술 남용에 빠지지 않도록 윤리적 경계선을 확립해야 하는 책임을 요구받게 되었다”라고 진단하였다. 이러한 요구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있었지만, 정책 지원이 불충분했고, 학교들 사이에서도 의견 합치가 쉽지 않았다. 교사 대다수는 아직 시험 위주 수업을 고수했으며, 신체 교체와 같은 기술은 교육과는 별개로 생각하는 경향이 컸다.
결국 이 시기에 학교는 인공지능과 신체 기술이 결합되는 거대한 흐름을 완전히 수용하지 못한 채, 부분적으로만 기술을 도입하며 “학습 효율”을 높이려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이를 “기술 통합기”라 부르는 이유는, 단순 AI 보조를 넘어, 이제 인간이 자신의 신체와 뇌를 상당 부분 재설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언급되었고, 교육계도 그 가능성을 전혀 외면할 수 없게 된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입시 체제가 잔존한다 해도, 학생들이 미래에 접하게 될 사회가 “인공지능-신체 융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시대라는 사실이 점차 자명해졌으므로, 학교와 교육철학도 그 방향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2. 융합 교육과정의 등장
기술 통합기가 본격화되면서, 학교는 인공지능과 신체 기술이 서로 긴밀히 연관된 시대에 걸맞은 교육과정을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이전까지는 전통적으로 교과목을 국어‧수학‧과학‧사회 등으로 분류하고, 각각을 분절적으로 지도하며 시험을 치렀지만, 이 방식만으로는 학생들이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거나 자신만의 정체성을 다각도로 탐구하기 어려워졌다. AI를 단순한 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신체 교체나 기억 소거 등으로 개인의 경험과 능력이 확장·변형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교과 간 경계를 허무는 통합형 교육이 요청되었다. Ryu(2037)는 이 흐름을 “각 학문분야를 한데 묶어 ‘인간-기술-사회’라는 큰 틀 속에서 교육하는 융합 교육과정”이라고 명명하였다.
융합 교육과정에서는 전통 교과를 따로 가르치는 대신, 예컨대 “인공지능과 뇌 과학”을 중심 축으로 두고, 윤리·사회·심리를 결합한 통합 교실을 꾸미는 식으로 운영되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AI 알고리즘 작동 원리를 기초과학으로 배우면서도, 신체 교체 기술이 어떤 윤리적·법적 문제를 낳을 수 있는지를 함께 토론하였다. 한편, 과제를 수행할 때는 AI가 실시간으로 각 학생의 사고 과정을 분석해, 협력 상호작용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지점을 짚어 주기도 하였는데, 이를 통해 과제 해결뿐 아니라 학생들이 서로의 역할분담과 의사소통 전략을 학습하도록 도왔다. Chang(2038)은 이런 방식을 “전통적 교과목이 한 공간에서 뒤섞여 서로의 맥락을 보완하는 시도”라고 평가하면서, 학생들이 인공지능을 맹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고, 자신의 신체와 정신적 자율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만든다고 설명하였다.
융합 교육과정은 또 다른 측면에서 “프로젝트 중심 학습”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과거에는 실험실습과 프로젝트형 과제가 일부 수업에서만 보조적으로 이뤄졌지만, 기술 통합기에 들어서면서 일부 선도학교는 프로젝트를 중핵에 둔 교과 편성을 시도하였다. AI가 지식 전달과 반복 학습을 대체하니,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다양한 지식 기술 윤리 규범을 결합해 가며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이끄는 데 전념하였다. 그 과정에서 신체 교체 시나리오를 가상으로 적용해 보기도 하고, 기억 소거가 언제 어떻게 윤리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와 같은 논의를 협업 프로젝트의 주제로 삼았다. 수업 중엔 AI가 학생의 언어‧이해‧감정 상태를 실시간 분석해, 필요한 자료나 토론 멘트를 제공함으로써, 과제 수행이 끊임없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교과 간 경계를 허무는 융합 교육과정이 사회 전반에 안착하는 데는 제약이 있었다. 입시 체제가 여전히 지식 문제풀이 중심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융합 교육과정으로 전환한 학교나 학급은 학생·학부모가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Morimoto(2039)는 관련 사례 연구에서, 융합 교육과정을 실험적으로 운영하던 한 고등학교가 학부모의 강한 반발로 인해 다시 전통 교과 수업으로 회귀한 사례를 보고하였다. 그럼에도 기술 통합기의 의의는, 적어도 일부 학교와 연구자들이 “지식을 분절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과 신체 기술 시대에는 교과 통합이 필연적”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실험에 착수했다는 데 있다. 비록 제도적 뒷받침이 충분하지 않았지만, 향후 인간 재정의기가 도래했을 때 이 융합 교육과정이 더욱 급진적으로 도입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결국, 융합 교육과정은 교실에서 AI와 신체 기술을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설계된 종합학습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 학생들은 개별 교과를 나눠 배우는 대신, 프로젝트나 시뮬레이션 속에서 과학‧인문‧예술‧윤리를 넘나들며 통합적으로 사고하게 되었다. 동시에, 이러한 통합적 접근은 “인공지능과 인간, 신체 교체와 윤리, 공동체 의식”을 한꺼번에 다루도록 유도함으로써 미래 사회에서 교육이 맡아야 할 역할을 시사해 주었다. 다만, 이 시기는 아직 국가 차원의 입시 평가와 크게 충돌하는 측면이 커서, 한계와 시행착오가 뒤따랐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2031~2040년의 기술 통합기는 기존 분절적 교육체제를 넘어서는 첫걸음이라는 의미가 크며, 이후 인간 재정의기에 들어서면 융합 교육과정이 훨씬 강조될 여지가 생기게 된다.
3. 교사‧학생 관계 재정립
기술 통합기에 들어서면서 인공지능이 교실에서 주도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교사와 학생의 관계도 새롭게 설정될 필요가 있었다. 기존의 학교 체제에서 교사는 지식을 전수하고 학생은 이를 받는 수동적 입장이었지만, AI가 지식 전달과 개별 맞춤형 학습 지도를 어느 정도 대체하게 되면서, 교사의 역할이 지식 제공자라기보다는 학습 촉진자이자 윤리‧정체성 안내자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한층 구체적으로 대두되었다. Ryu(2038)는 이 변화를 “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로서 기능하는 전환점”이라고 표현하면서, 교실은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 전략을 구상하도록 지지하는 공간이어야 하며, 교사는 그 과정에서 정서‧윤리‧공동체 의식을 이끌어 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재정립 과정에서 교사들은 종종 자기 전문성이 흔들리는 불안과 마주하기도 했다. 지식 수준의 강의나 문제 풀이를 AI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해 줄 수 있다면, 교사가 굳이 같은 내용을 반복 설명할 필요가 없어진다. 대신 교사에게 요구되는 것은 학생이 왜 그 문제를 푸는지, 어떤 의의를 찾는지, 그리고 학습과정에서 발생하는 협력‧갈등‧윤리적 판단을 어떻게 조율해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와 지원이었다. Chang(2036)은 이 변화를 “교사가 지식통의 역할에서 해방되어, 인간 관계와 학습동기 설계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교사 역량 재교육과 행정적‧시간적 지원이 미비하여, 많은 교사가 혼란을 느꼈다는 보고도 동시에 있었다.
학생 입장에서도 달라진 점이 있었다. 과거에는 교사가 주는 정보를 받아 암기하거나 문제를 푸는 식으로 학습했다면, 이 시기에는 AI가 실시간으로 문제 풀이 방향이나 콘텐츠를 제안해 주고, 심지어 학생의 표정이나 두뇌 반응까지 모니터링해 준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일부 학생은 그런 학습 환경을 “불편한 감시”로 인식하기도 했고, 또 다른 학생들은 “간단한 궁금증이나 막힘을 언제든 AI가 해결해 준다”는 편의성에 매료되기도 했다. 그러므로 교사는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학습 데이터를 활용하되, 학생이 학습 과정에서 스스로 의문을 품고 해결책을 찾는 즐거움을 잃지 않도록 조율해야 하는 새로운 책임을 지게 되었다. Ryu(2039)는 이 과정을 “인공지능의 지나친 개입이 학생의 자발성과 주체성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으므로, 교사가 그 균형점을 세심히 잡아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신체 교체나 기억 소거 같은 고도의 생체 기술이 확산될 수 있음을 사회가 인식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는 지식 전달을 넘어 “인간이란 무엇이며, 학교는 왜 필요한가”라는 궁극적 물음을 함께 탐색하는 동반자적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교사는 학생에게 단순히 성적을 평가하는 위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과 뇌기술이 결합하는 미래 사회에서 학생이 자기 정체성과 윤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을 안내해 주는 조력자여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나갔다. Morimoto(2039)는 이를 두고, “교사는 학생에게 존재적‧인간적 가치에 대한 길잡이 노릇을 해야 하고, 학생 역시 교사의 도움을 통해 자기만의 의미 체계를 확립할 수 있다”고 정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재정립이 실제 학교 현장에서 보편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았음도 놓칠 수 없다. 대다수 일반 학교에서는 입시 체제가 남아 있는 한, 교사와 학생의 관계 역시 기존 틀 안에 머물기 쉬웠고, AI가 어떤 방식으로 학습 환경을 돕든 최종적으로는 시험 결과가 중요하다는 논리가 여전히 우세했다. 그 결과 혁신적으로 교사‧학생 관계를 다시 짜는 시도는 제한적인 수의 학교나 실험 학급에서만 진행되는 한계를 보였다. 그렇지만 기술 통합기가 진행되는 동안, “교사는 지식 정보 제공자가 아니라 학생의 인간적 성장을 돕는 존재”라는 사고방식이 점차 많은 교사와 학부모에게 설득력을 얻어 갔고, 이 인식 변화가 이후 인간 재정의기로 접어들 때 폭발적 변화를 맞이하는 토대를 닦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