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1. 연구 배경
인공지능 기술이 실용 단계로 접어든 2024년 무렵부터 학교 현장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 시작하였다. 그 시기에는 단순한 디지털 학습 보조나 자동 채점 시스템 정도의 활용을 넘어, 인공지능이 교육 과정 전반을 재편할 가능성을 지적한 선행연구들이 서서히 제시되고 있었다. Chang(2029)은 인공지능이 지식 전달을 대체할 수준에 이르면, 학교는 학생들의 역량과 인격을 형성하는 장소로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획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는 기존에 암묵적으로 유지되어 온 지식 위주 입시 경쟁 중심 교육철학을 흔드는 문제 제기이기도 하였다.
당시에는 대부분의 교육계 종사자들이 인공지능을 학습 보조 도구로만 바라보며 일정 수준 이상의 급진적 변화를 예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몇 년 만에, AI 교사를 비롯하여 적응형 학습 시스템, 나아가 뇌와 신체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기술들이 소개되면서 상황은 가시적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2030년대 중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된 뇌와 신체의 융합형 연구는 교육학적 관점에서 전혀 새로운 차원의 학습 가능성을 열어 줄 것으로 여겨졌다. Ryu(2032)는 이 시기를 계기로 인간의 정체성, 윤리, 그리고 학습 주체로서의 존재 방식이 근본적으로 재정의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교육학 분야에서는 이와 같은 사회·기술적 변화가 피교육자의 성장 과정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확대되어 왔다. 단순히 지식을 더 편리하고 신속하게 습득한다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뇌와 신체가 일정 부분 재구성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과연 학교가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었다. 기억 조작 가능성이나, 기술적 장치를 통한 극단적 신체 교체나 심지어 통증-환희 전환과 같은 현상이 교육의 장에서 어떻게 다루어질지를 예견하는 일은 쉬운 과제가 아니었다. Morimoto(2035)는 전통적인 교육기관이 이러한 급격한 변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윤리적 기준과 학습 목표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본 연구는 2024년부터 2051년에 이르기까지 기술과 사회적 맥락이 크게 바뀌는 과정을 되짚어 보면서, 학교와 교육이 어떤 식으로 변화되어 왔고 또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교육철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데 목적을 둔다. 인공지능이 갓 실용화되던 시점을 출발점으로 삼아, 이후 뇌와 신체가 자유롭게 결합·재구성될 수 있는 시대에 이르는 약 이십칠 년간의 변천 과정을 다룰 것이며, 각 시기별 지배적인 교육 이념이 무엇이었는지를 가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고찰한다. 이 연구는 교육이 단순한 정보 습득에서 벗어나 인간 정체성과 윤리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게 된 배경을 포착하고, 그 속에서 학교가 수행해야 할 역할과 제도적 준비가 어떠해야 하는지 논의할 것이다. 연구 범위가 상당히 광범위함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은 실제로 발표된 문헌과 가상 설정을 결합하여 미래 지향적 교육철학 논의의 틀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뒤이어 전개될 내용에서는 먼저 2024년까지의 전통 교육철학과 학교가 어떠한 모습으로 기능했는지를 간략히 정리하고, 기술과 윤리적 규정이 점차 변혁된 상황을 세 시기로 구분하여 각각의 교육철학적 특징을 부여한다. 이후에는 미래 교육의 방향성을 종합적으로 제시하고, 학교 체제가 새롭게 나아갈 길을 모색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사회의 다양성이 조화롭게 유지되는 교육 패러다임을 제안하고자 한다.
2. 문제 제기
인공지능 기술이 보조적 수준을 넘어 전면적으로 실용화되기 시작한 2024년 무렵부터 학교 체제가 본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지속해서 제기되었다. 기존의 교육제도는 지식을 학생에게 전달하고, 이들이 기억하고 반복하도록 훈련하는 구조를 근간으로 삼아 왔으나, 이 시점을 기점으로 지식을 매개로 한 교육의 권위가 근본부터 흔들리는 양상이 나타났다. Chang(2029)은 그 원인을 “AI가 지식 축적과 검색에서 인간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학교와 교사가 제공하는 정보가 더 이상 희소가치를 지니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으로 지적하였다. 이로 인해 학교가 학생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를 다시 묻는 과정이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머지않아 기억 소거와 신체 교체 기술까지 등장하자, 단순히 지식 전달이 아닌, 인간의 정체성 유지와 윤리적 가치 함양이 교육에서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본래 교육제도는 인간을 지적으로 육성하는 역할뿐 아니라, 사회의 역사·도덕·문화를 전수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졌지만, 기억이 임의로 삭제·수정될 수 있고 신체 자체도 교체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 한 번의 학습 경험과 그 누적효과가 이전만큼 절대적이기는 어렵게 된다. Morimoto(2035)는 이러한 문제를 “학생이 ‘경험’을 통해 쌓아 온 지식과 정체성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전제하에 교육을 설계해야 한다면, 교육기관의 책임과 권한에 대한 정의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하였다.
과거에는 교육에서 “인간다움”과 “도덕성”이 중요하다는 담론이 있을지언정, 구체적으로 신체 교체나 통증-환희 전환이 가능한 상황을 상상하지 않아도 충분히 성립해 왔다. 하지만 2040년대를 거치면서 기술과 사회가 더욱 급진적으로 변모함에 따라, 지식 습득보다 “인간다움”을 유지하고 “정체성 혼란”을 방지하는 일이 훨씬 실질적 과제가 되었다. 현실적으로 학교는 이런 초월적인 변화를 대비할 준비가 부족했고, 제도 자체도 그러한 목적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지 않았다. 학교가 “고전적 지식 전수”라는 틀을 고수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존재로 재탄생할 수도 있는 학생”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Ryu, 2032).
이렇게 교육의 장에서 요구되는 책무와 목표가 격변함에도, 현행 제도는 2020년대 초반의 연장선에서 기본적인 입시 체제를 크게 흔들지 못하는 형국을 유지해 왔다. 그러다 보니 2051년 지금의 시점에 이르러서는, 학교가 과연 미래 사회에서 어떤 정체성을 가져야 하는지, 학생에게 무엇을 중심으로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절박해졌다. 인공지능이 지식 전달을 대체하고, 일부 학생이 기억 소거나 신체 교체를 경험하며,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통증-환희 전환 같은 극단적 체험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시대를 맞아, 학교라는 제도가 본래 지닌 기능과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해야 할 필요가 대두된 것이다.
요컨대, 문제는 단순히 “교육과정 개정”이나 “교원의 전문성 강화”에서 끝나지 않는다. 인간이 누구이며, 교육을 통해 무엇을 얻어야 하고, 사회 공동체의 가치와 질서를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총체적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교육철학은 인공지능 도입 정도로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관성을 지니고 있었으나, 신체 교체와 기억 소거 등으로 개인의 경험과 정체성이 변형될 수 있는 상황은 교육철학의 전제 자체를 재검토하라고 요구한다. 본 논문은 이런 배경하에서, 2024년부터 2051년에 이르는 기술·사회의 격변 속에서 학교가 직면하게 된 문제를 재인식하고, 그 해법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3. 연구 목적
앞서 살펴본 문제 제기에 따르면, 인공지능의 보편화와 함께 시작된 교육적 변화가 뇌 기술, 신체 교체, 기억 소거와 같은 극단적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훨씬 근본적인 차원으로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대전환의 과정 속에서 학교가 단순히 지식 전수 기관이 아니라, 미래 사회에서 인간됨을 어떻게 형성하고 유지해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실천적·철학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 특히, 2024년부터 2051년에 이르는 시간을 세 시기로 구분하여, 각 시기마다 교육철학이 어떠한 이름과 특징을 가지고 변화했는지 살펴보려 한다.
첫째로, 본 연구는 2024년 이전까지의 전통적 교육철학이 지식 중심·입시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배경을 간략히 재정리하고, 2025년 이후 급속도로 발전해 온 인공지능 및 생체기술의 흐름이 어떻게 학교의 정체성을 흔들기 시작했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이 대규모 지식 전달 기능을 대체하고, 학생의 뇌·기억을 직접 다루는 기술이 등장하여, 교육이 더는 “주입식”으로 작동하기 어려워진 시대적 조건을 구체적으로 보여 줄 것이다.
둘째로, 교육학 분야에서는 보통 학습의 최종 목표를 지적인 성장이나 전인적 발달로 규정해 왔지만, 신체와 기억을 교체하거나 통증-환희 전환 같은 극단 체험이 가능해진 사회에서는 개인의 정체성과 윤리, 더 나아가 공동체 의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재해석되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본 연구는 각각의 시기에 나타난 교육이념을 가상의 명칭으로 부여하고, 그러한 이념이 어떻게 학습 목표, 교수·학습 방법, 학교 운영 방식에 반영되어 왔는지 검토함으로써, 결국 학교가 미래 인간성을 지키고 형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려 한다.
셋째로, 본 연구는 궁극적으로 “교육이 어디로 나아가야 하며, 이를 위해 사회가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변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학교가 스스로 교과 편성과 교육 방식에서 혁신할 뿐 아니라, 제도·법·정책 면에서도 충분한 뒷받침이 있어야 함을 논의하려 한다. 사람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확보된 실증적 자료와, 본문에서 가정하거나 추론한 가상의 상황을 아울러 활용할 계획이다. 이로써 본 논문은 교육철학이 지식 중심에서 윤리·정체성·공동체 중심으로 이행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맥락을 제시하고, 학교가 미래 사회의 핵심 윤리·인성·공동체 양성 기관으로 자리 잡기 위해 지향해야 할 구체적인 방법론과 목표를 모색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