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터공간의 쌍대공간

by Ariel Daley

쌍대공간

벡터공간에서 쌍대공간(dual space)이란, 주어진 벡터공간을 스칼라값으로 대응시키는 선형범함수(linear functional)들의 집합을 또 하나의 벡터공간으로 보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V\)가 체 \(\mathbb{F}\) (보통 \(\mathbb{R}\) 또는 \(\mathbb{C}\)) 위의 \(n\)-차원 벡터공간이라고 할 때, 모든 선형범함수 \(\varphi: V \to \mathbb{F}\)로 이루어진 집합 \(V^*\)를 그 쌍대공간이라 부른다.

쌍대공간의 뜻

벡터공간 \(V\)에 대해, 선형범함수란 다음 성질을 만족하는 함수 \(\varphi: V \to \mathbb{F}\)를 말한다.

  • \(\varphi(\mathbf{u} + \mathbf{v}) = \varphi(\mathbf{u}) + \varphi(\mathbf{v})\)
  • \(\varphi(\alpha\,\mathbf{u}) = \alpha\,\varphi(\mathbf{u})\)

모든 선형범함수의 집합은 덧셈과 스칼라배에 대해 닫혀 있으므로, 그 자체로도 벡터공간의 구조를 갖는다. 이 집합을 \(V^*\)라 하고, 이를 쌍대공간이라고 한다. 즉,

\[ V^* \;=\; \{\;\varphi: V \to \mathbb{F} \,\mid\, \varphi\text{ is linear}\}. \]

이 정의는 실벡터공간, 복소벡터공간 모두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쌍대공간 \(V^*\)의 원소를 쌍대벡터 혹은 선형범함수라고 부르며, \(\varphi(\mathbf{v})\)는 \(\mathbf{v}\)에 대응되는 스칼라값이 된다.

쌍대기저와 쌍대공간의 차원

만약 \(V\)가 유한차원 벡터공간이고, \(\{\mathbf{e}_1, \mathbf{e}_2, \dots, \mathbf{e}_n\}\)이 \(V\)의 기저라 하자. 그렇다면 \(V^*\)에도 기저(쌍대기저)라고 불리는 \(\{\varphi^1, \varphi^2, \dots, \varphi^n\}\)을 정의할 수 있는데, 이 기저원소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 \varphi^i(\mathbf{e}_j) \;=\; \begin{cases} 1,\quad i=j,\\ 0,\quad i\neq j. \end{cases} \] 이는 쌍대기저(dual basis) 또는 결합기저(biorthogonal basis)라고 부르며, 각 \(\varphi^i\)는 “\(\mathbf{e}_j\)를 측정해 1과 0으로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이 사실로부터 \(\dim(V^*) = \dim(V)\)임을 알 수 있다. 즉, 유한차원 벡터공간 \(V\)가 \(n\)-차원이라면, \(V^*\) 역시 \(n\)-차원의 공간이 된다.

쌍대기저가 존재한다는 것은, 임의의 \(\varphi \in V^*\)를 기저 \(\{\varphi^1, \dots, \varphi^n\}\)의 선형결합으로 유일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구체적으로, \(\varphi\)가 주어졌을 때, 계수 \(\alpha_i = \varphi(\mathbf{e}_i)\)로 잡으면 \[ \varphi = \alpha_1\varphi^1 + \alpha_2\varphi^2 + \cdots + \alpha_n\varphi^n. \] 이로부터 쌍대공간의 구조와 차원이 \(V\)와 동일함을 재확인할 수 있다.

요컨대, 쌍대공간 \(V^*\)는 “벡터 \(\mathbf{v}\)를 스칼라로 대응시키는 선형사상”들의 집합이며, 유한차원에서 원공간 \(V\)와 동일한 차원을 갖는다. 쌍대기저를 이용해 선형범함수를 기저로 분해하거나, 나아가 \(V\)와 \(V^*\)를 일종의 쌍(dual pair)로 분석하는 기법은, 내적공간이나 고차원 대수 구조를 다룰 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2쌍대공간

쌍대공간 자체도 하나의 벡터공간이므로, 그 공간에 대해서 다시 쌍대공간(선형범함수의 집합)을 취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한 번 더 거쳐 얻은 공간을 제2쌍대공간(double dual space)이라 하며, 일반적으로 \(\displaystyle V^{**}\) 또는 \((V^*)^*\)와 같이 표기한다. 즉, \(\displaystyle V^{**}\)는 \(V^*\) 위의 선형범함수들의 집합이다.

제2쌍대공간의 뜻

제2쌍대공간 \(\displaystyle V^{**}\)에 속하는 원소는 “선형범함수에 대한 선형범함수”이다. 즉, 임의의 \(\Phi \in V^{**}\)는 다음 형태로 생각할 수 있다. \[ \Phi: V^* \to \mathbb{F},\quad \Phi \text{ is linear functional.} \] 이는 \(\mathbf{v}\)를 스칼라로 대응시키는 선형범함수(= \(\varphi \in V^*\))를 다시 스칼라로 매핑한다는 개념이다. 표면적으로는 “매우 추상적”으로 보이지만, 유한차원 공간에서는 \(\displaystyle V^{**}\)가 원래의 공간 \(V\)와 자연스럽게 동형(isomorphic)임이 알려져 있다. 이 사실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려면 다음의 표준임베딩(canonical embedding)을 살펴볼 수 있다.

표준임베딩(Canonical Embedding)

유한차원 벡터공간 \(V\)에서, 각 \(\mathbf{v} \in V\)를 \(\Phi_{\mathbf{v}}\in V^{**}\)로 대응시키는 자연스러운 방법이 있다. 즉, \(\mathbf{v}\)가 주어지면, \(\Phi_{\mathbf{v}}\)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 \Phi_{\mathbf{v}}: V^* \to \mathbb{F},\quad \Phi_{\mathbf{v}}(\varphi) = \varphi(\mathbf{v}). \]

이 매핑 \(\mathbf{v} \mapsto \Phi_{\mathbf{v}}\)는 선형이고, 또한 일대일대응이며, \(V\)와 \(V^{**}\) 사이의 동형사상이 된다. 특히 \(\dim(V) = \dim(V^{**})\)이기 때문에, 유한차원에서 이 삽입이 일대일대응을 알 수 있다. (사상 자체가 \(\mathbf{v} \neq \mathbf{w}\)를 다르게 보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유한차원에서는 다음이 성립한다. \[ V^{**} \simeq V. \]

이를 “제2쌍대공간은 원공간과 자연스럽게 동일시될 수 있다”고도 표현한다. 이 사실로부터, 외관상 매우 추상적으로 보이던 \(\displaystyle V^{**}\)의 원소들이 사실상 \(V\)와 동일한 구조를 지닌다는 점이 드러난다.

제2쌍대공간의 자연기저

만약 \(V\)의 기저가 \(\{\mathbf{e}_1, \dots, \mathbf{e}_n\}\)이고, 그에 대응하는 쌍대기저(dual basis)가 \(\{\varphi^1, \dots, \varphi^n\}\subset V^*\)라 하자. 이때, 제2쌍대공간 \(\displaystyle V^{**}\)의 원소는 \(V^*\)에 대한 범함수이므로, 자연히 \[ \{\Psi_1, \dots, \Psi_n\} \subset V^{**} \] 라는 기저를 정의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각 \(\Psi_i\)는 \[ \Psi_i(\varphi^j) = \delta_{ij} \quad(\delta_{ij} \text{ is the Kronecker delta.}) \] 와 같이 정의할 수 있다. 한편, 위의 표준임베딩을 통해, \(\mathbf{e}_i\)가 \(\Phi_{\mathbf{e}_i}\)로 대응되며, 이 \(\Phi_{\mathbf{e}_i}\)들이 \(\Psi_i\)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유한차원에서는 “\(\mathbf{e}_i \leftrightarrow \Phi_{\mathbf{e}_i}\)”가 자연기저를 구성하는 대응이 된다.

정리하면, 제2쌍대공간 \(V^{**}\)는 “\(\mathbf{v}\mapsto \varphi(\mathbf{v})\)”로서 함숫값(evaluation)을 취하는 범함수들의 집합이지만, 유한차원의 경우에는 원래 공간 \(V\)와 동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선형대수학에서 기저 선택과 쌍대성(duality)을 다룰 때, 이론적으로나 응용적으로 중요한 결론이다.

쌍대공간을 활용하는 예

쌍대공간의 개념은 선형대수학에서 비롯되어, 여러 분야에서 “벡터 \(\to\) 스칼라”에 해당하는 연산을 조직적으로 이해하고 응용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미분형식, 물리학의 (코)베이스, 공학에서의 변분법 등 다양한 맥락에서 쌍대공간의 관점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미분형식과 외미분(Differential Forms)

미분기하학에서 미분형식(differential form)은, 각 점에서 벡터를 입력받아 실수(또는 복소수)를 반환하는 선형범함수로 정의된다. 예를 들어, 1차 미분형식 \(\omega\)는 접공간에서 벡터를 입력으로 받아 스칼라를 출력하므로, “접공간 \(\to \mathbb{R}\)”라는 구조를 가진다. 이는 정확히 \(\mathbf{T}^*_p\)-공간(접공간의 쌍대공간)에 해당한다. 차원이 높은 미분형식은 외곱(wedge product) 등으로 확장되지만, 기본 아이디어는 벡터를 스칼라로 보내는 선형범함수의 총합으로서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1-형식은 쌍대벡터(코벡터)의 장(field)이 된다고 볼 수 있고, 위상수학과 미분기하학 전반에서 “벡터공간의 쌍대성”을 전 세계(다양체(manifold))에 걸쳐 적용하는 핵심 도구가 바로 미분형식이다. 예를 들어, \(\mathrm{d}f\)는 스칼라함수 \(f\)의 미분형식으로, 접벡터 \(\mathbf{v}\)에 대해 “\(\mathrm{d}f(\mathbf{v}) = \mathbf{v}[f]\)”와 같이 작용한다.

물리학에서의 코벡터와 코베이스

물리학, 특히 상대성이론이나 장 이론에서 “(코)변수”의 구분이 중요하다. 4차원 시공간을 다룰 때, 좌표기저 \(\{\partial/\partial x^\mu\}\)가 접벡터의 방향이라면, 그 쌍대공간에 해당하는 1-형식 기저 \(\{\mathrm{d}x^\mu\}\)가 코벡터 방향이다. 이렇게 “벡터 \(\leftrightarrow\) 코벡터”를 구별하면, 물리학의 텐서(Tensor) 표기에서 상첨자, 하첨자를 통해 지수를 올리거나 내리는 과정(raising/lowering indices)에 선형대수학적 배경이 깔려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계량텐서(metric tensor) \(g_{\mu\nu}\)가 주어지면, 벡터와 코벡터 사이의 상호 변환이 가능해지고, 이때 “벡터와 1-형식”의 쌍대적 대응이 계량에 의해 구현된다. 이는 쌍대공간이 실제 물리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예시라 할 수 있다.

공학에서의 변분법과 최소에너지해

공학에서 최소 에너지를 만족하는 해(예: 탄성체 변형 문제)는 대개 “오차(잔류)함수의 적분값을 0으로 만든다”는 식으로 표현된다. 이때, 계 \(\mathbf{u}\)를 조정하여 스칼라 함수를 최소화하는 과정이 선형범함수를 어떻게 0으로 만드는지로 해석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탄성문제에서 내부 에너지를 스칼라양(energy functional)으로 정의하고, 그 함수를 \(\mathbf{u}\)에 대한 범함수(또는 변분연산)를 통해 편미분(=선형화)한 것이 0이 되는 해를 구한다.

이러한 “함수공간 \(\to\) 스칼라” 변환의 선형화 과정에, 코벡터(또는 범함수) 개념이 뒷받침된다. 공학의 유한요소법(FEM) 역시 해공간의 쌍대개념(“테스트함수”를 적용해 스칼라를 얻음)을 이용하여, 적분형 방정식을 선형 시스템으로 전환한다.

기타 응용: 최적화, 머신러닝 등

최적화나 머신러닝 분야에서도, 매개변수 공간을 대상으로 한 “목적함수(스칼라함수)”의 기울기(gradient)를 정의하는 순간, 해당 기울기는 “매개변수 벡터 \(\to\) 실수”를 연결하는 범함수의 집합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파라미터 공간 \(\Theta\)와 그 쌍대공간(gradient가 사는 공간)을 구분해 보면, 함수값(목적함수)을 최소화하는 방향 검색이나 변화량 해석이 쌍대적 구조 안에서 이뤄진다.

쌍대공간은 “벡터 \(\to\) 스칼라”라는 선형범함수 관점이 필요할 때 자연스럽게 등장하며, 미분형식, 물리학의 코베이스(co-basis), 공학적 변분법 등 다방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단순한 추상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 계산과 이론적 해석에 직결되어, 선형대수학과 미분기하학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