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름공간

by Ariel Daley

노름의 정의

내적공간이나 더 일반적인 벡터공간에서, 벡터의 ‘길이’를 정의하기 위해 노름(norm)이라는 연산을 사용한다. 노름은 공간에 기하학적 구조(거리, 각도 등)를 부여하는 핵심적인 개념이다. 이 절에서는 노름의 공리적 정의와, 그로부터 유도되는 가장 중요한 성질인 삼각부등식을 살펴본다.

정의 1. (노름, Norm)

체 \(\mathbf{F}=\mathbb{R}\) (또는 \(\mathbb{C}\)) 위의 벡터공간 \(V\)에서 함수 \(\|\cdot\|: V \to \mathbb{R}\)가 다음 성질을 모두 만족한다면, 이 함수를 노름(norm)이라 부른다.

  • (양의 정부호성) Positive Definiteness
    모든 \(\mathbf{u} \in V\)에 대하여 \(\|\mathbf{u}\| \ge 0\), 그리고 \(\|\mathbf{u}\|=0\)인 경우는 \(\mathbf{u}=\mathbf{0}\)이다.
  • (절대적 동차성) Absolute Homogeneity
    임의의 실수(또는 복소수) \(\alpha\)와 \(\mathbf{u} \in V\)에 대하여 \(\|\alpha \mathbf{u}\| = |\alpha| \|\mathbf{u}\|\).
  • (삼각부등식) Triangle Inequality
    임의의 \(\mathbf{u}, \mathbf{v} \in V\)에 대하여 \(\|\mathbf{u} + \mathbf{v}\| \le \|\mathbf{u}\| + \|\mathbf{v}\|\).

이러한 노름 \(\|\cdot\|\)이 정의된 벡터공간을 노름공간(normed space)이라 부른다. 내적공간의 경우, \(\|\mathbf{u}\| = \sqrt{\langle \mathbf{u}, \mathbf{u}\rangle}\)로부터 자연스럽게 노름이 유도되는데, 이 경우 위 노름 공리를 만족함을 앞서 보았다.

보기 1.

유클리드 공간 \(\mathbb{R}^n\)에서 표준 내적 \(\langle \mathbf{x}, \mathbf{y}\rangle = \sum_{k=1}^n x_k y_k\)가 주어졌다면, 그로부터 \(\|\mathbf{x}\| = \sqrt{x_1^2 + x_2^2 + \cdots + x_n^2}\)를 정의한다. 이 함수는 노름 공리를 만족하며, 삼각부등식은 유클리드 공간에서 “두 변의 길이 합은 제3변의 길이 이상”이라는 기하학적 사실과 일치한다. 이 같은 노름을 표준 노름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노름은 공간 내의 벡터들에 길이 개념을 부여하고, 삼각부등식을 통해 거리와 각도를 정의할 수 있게 만든다. 내적공간에서의 노름은 특히 내적과 밀접히 연결되어, \(\|\mathbf{u}\|=\sqrt{\langle \mathbf{u},\mathbf{u}\rangle}\)라는 형태로 직접 주어진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다음 절에서는 이 노름을 기반으로 벡터 간 직교를 정의하고, 투영(projection) 연산에 대해서도 다루기로 한다.

노름의 성질

정리 1. (노름의 기본 성질)

노름공간 \(V\)에서 노름 \(\|\cdot\|\)는 기본 공리 외에 다음과 같은 성질들을 만족한다.

  • 역삼각부등식 (Reverse Triangle Inequality): 임의의 \(\mathbf{u}, \mathbf{v} \in V\)에 대해 \[ \bigl|\|\mathbf{u}\| - \|\mathbf{v}\|\bigr| \le \|\mathbf{u} - \mathbf{v}\|. \] 이 부등식은 삼각부등식을 응용하여 도출할 수 있다.
  • 연속성: 노름 \(\|\cdot\|\)는 \(V\)의 모든 벡터에 대해 연속이다. 즉, \(\mathbf{u}_n \to \mathbf{u}\)이면 \(\|\mathbf{u}_n\| \to \|\mathbf{u}\|\)가 성립한다.
  • 평행사변형 법칙 (Parallelogram Law): 만약 노름이 내적으로부터 유도되었다면, 임의의 \(\mathbf{u}, \mathbf{v} \in V\)에 대해 \[ \|\mathbf{u}+\mathbf{v}\|^2 + \|\mathbf{u}-\mathbf{v}\|^2 = 2\bigl(\|\mathbf{u}\|^2 + \|\mathbf{v}\|^2\bigr) \] 가 성립한다. 이 법칙은 내적으로부터 유도된 노름의 특수한 성질로, 내적공간임을 특징짓는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이다.

보기 2.

\(\mathbb{R}^2\)에서 표준 내적에 의해 유도된 노름 \[\|\mathbf{x}\| = \sqrt{x_1^2+x_2^2}\]를 고려하자. 임의의 두 벡터 \(\mathbf{u} = (3,4)\)와 \(\mathbf{v} = (1,2)\)에 대하여,

먼저 각각의 노름은 \(\|\mathbf{u}\| = 5\)와 \(\|\mathbf{v}\| = \sqrt{1^2+2^2} = \sqrt{5}\)이다. 두 벡터의 차는 \[ \mathbf{u} - \mathbf{v} = (3-1,\,4-2) = (2,2), \] 그러므로 \(\|\mathbf{u} - \mathbf{v}\| = \sqrt{2^2+2^2} = \sqrt{8} = 2\sqrt{2}\). 이제 역삼각부등식을 확인하면, \[ \bigl|5-\sqrt{5}\bigr| \le 2\sqrt{2}. \] 실제 수치로 보면, \(5-\sqrt{5} \approx 5-2.236 = 2.764\)이고, \(2\sqrt{2}\approx 2.828\). 따라서 \(2.764 \le 2.828\)가 되어 역삼각부등식이 만족됨을 알 수 있다.

보기 3.

내적으로부터 유도된 노름의 경우, 평행사변형 법칙을 확인해 보자. \(\mathbb{R}^2\)에서 임의의 두 벡터 \(\mathbf{u} = (1,2)\)와 \(\mathbf{v} = (3,4)\)를 고려하면, \[\mathbf{u}+\mathbf{v} = (4,6), \quad \mathbf{u}-\mathbf{v} = (-2,-2)\] 이다. 따라서, \[ \|\mathbf{u}+\mathbf{v}\|^2 = 4^2+6^2 = 16+36 = 52, \] \[ \|\mathbf{u}-\mathbf{v}\|^2 = (-2)^2+(-2)^2 = 4+4 = 8. \] 그러면 좌변의 합은 \(52+8 = 60\)이다.

한편, \[\begin{aligned} 2\bigl(\|\mathbf{u}\|^2+\|\mathbf{v}\|^2\bigr) &= 2\bigl((1^2+2^2)+(3^2+4^2)\bigr) \\[6pt] &= 2\bigl((1+4)+(9+16)\bigr) \\[6pt] &= 2\cdot(5+25)\\[6pt] &= 2\cdot30 \\[6pt] &= 60. \end{aligned}\] 따라서 평행사변형 법칙이 성립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노름의 추가 성질들은 노름벡터공간의 기하학적 해석과 분석에 필수적이며, 내적공간의 중요한 도구로서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된다.

벡터 간의 직교와 정사영

내적공간에서는 벡터 간의 관계를 내적을 통해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두 벡터가 서로 직교한다는 것은 그 내적이 0임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벡터 간의 관계를 기하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임의의 벡터에 대해 어느 부분공간에 가장 가깝게 접근하는 벡터를 정사영(orthogonal projection)이라고 하며, 이 개념은 최소 제곱 문제 등 다양한 응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의 2. (직교)

내적공간 \(V\)에서 임의의 두 벡터 \(\mathbf{u}, \mathbf{v} \in V\)가 서로 직교한다는 것은,

\[ \langle \mathbf{u}, \mathbf{v} \rangle = 0 \] 임을 의미한다. 이때 \(\mathbf{u}\)와 \(\mathbf{v}\)를 직교 벡터라고 한다.

정의 3. (정사영)

내적공간 \(V\)의 부분공간 \(W \subseteq V\)에 대하여, 임의의 벡터 \(\mathbf{x} \in V\)에 대한 \(W\)의 정사영(projection) \(\mathbf{p}\)는 \(W\)의 원소 중에서 다음 조건을 만족하는 유일한 벡터이다.

\[ \langle \mathbf{x} - \mathbf{p}, \mathbf{w} \rangle = 0 \quad \text{모든 } \mathbf{w} \in W. \]

즉, \(\mathbf{x} - \mathbf{p}\)가 \(W\)의 모든 원소와 직교하도록 하는 \(\mathbf{p}\)가 \(W\) 위의 정사영이다.

정리 2. (정사영의 유일성)

내적공간 \(V\)의 부분공간 \(W\)에 대해, 임의의 \(\mathbf{x} \in V\)에 대한 \(W\) 위의 정사영 \(\mathbf{p}\)는 유일하게 존재한다.

증명

\(\mathbf{p}_1, \mathbf{p}_2 \in W\)가 \(\mathbf{x}\)의 두 정사영이라고 하자. 그러면 \(\mathbf{x} - \mathbf{p}_1\)와 \(\mathbf{x} - \mathbf{p}_2\)는 모두 \(W\)의 모든 벡터와 직교한다. 특히, \(\mathbf{p}_1 - \mathbf{p}_2 \in W\)이므로, \[\langle \mathbf{p}_1 - \mathbf{p}_2, \mathbf{p}_1 - \mathbf{p}_2 \rangle = 0\] 이 성립한다. 내적의 양의 정부호성에 의해 \(\mathbf{p}_1 - \mathbf{p}_2 = \mathbf{0}\)이고, 따라서 \(\mathbf{p}_1 = \mathbf{p}_2\)이다. 증명이 완료된다.

보기 4.

\(\mathbb{R}^2\)에서, \(W\)를 \(x\)-축(즉, \(W = \{(x,0) \mid x \in \mathbb{R}\}\))으로 두자. 임의의 벡터 \(\mathbf{x} = (a,b) \in \mathbb{R}^2\)에 대해, \(W\) 위의 정사영 \(\mathbf{p}\)는 \((a,0)\)이다. 실제로 \(\mathbf{x} - \mathbf{p} = (0,b)\)이고, 이는 \(x\)-축의 모든 벡터와 직교함을 확인할 수 있다.

보기 5.

\(\mathbb{R}^3\)에서, \(W\)를 \(xy\)-평면(즉, \(W = \{(x,y,0) \mid x,y \in \mathbb{R}\}\))으로 두자. 임의의 벡터 \(\mathbf{x} = (x,y,z)\)에 대해, \(W\) 위의 정사영 \(\mathbf{p}\)는 \((x,y,0)\)이다. 이때 \(\mathbf{x} - \mathbf{p} = (0,0,z)\)는 \(xy\)-평면의 모든 벡터와 직교하므로, 정사영의 조건을 만족한다.

이와 같이, 내적을 통한 노름의 정의와 내적을 기반으로 한 직교성 및 정사영 개념은, 내적공간에서 벡터 사이의 기하학적 관계를 명확히 규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개념들은 이후 직교정규 기저, 그람–슈미트 과정 등으로 확장되어, 선형대수학 전반에 걸친 응용 및 해석의 기초를 형성한다.

최적근사정리 (Least Square Theorem)

내적공간에서는 임의의 벡터에 대해 특정 부분공간에 가장 가깝게 접근하는 벡터가 존재하며, 이 벡터를 정사영(projection)이라 한다. 특히, 유한차원 내적공간에서, 주어진 벡터의 부분공간에 대한 정사영은 그 벡터와 부분공간 내의 모든 벡터 사이의 거리를 최소화하는 유일한 벡터임을 보일 수 있다. 이 결과를 최적근사정리라 한다.

정리 3. (최적근사정리)

유한차원 내적공간 \(V\)의 임의의 부분공간 \(W\subseteq V\)에 대해, 임의의 벡터 \(\mathbf{x}\in V\)에 대하여 \(W\) 내에서 \(\|\mathbf{x}-\mathbf{p}\|\)가 최소가 되는 유일한 벡터 \(\mathbf{p}\in W\)가 존재한다. 이 벡터 \(\mathbf{p}\)는 \(W\) 위의 정사영으로서, 다음 조건을 만족한다.

\[ \langle \mathbf{x} - \mathbf{p},\, \mathbf{w} \rangle = 0 \quad \text{모든 } \mathbf{w} \in W. \]

즉, \(\mathbf{x}-\mathbf{p}\)가 \(W\)의 모든 원소와 직교하다는 것이다.

증명

\(W\)가 유한차원인 경우, \(W\)는 닫힌 집합이므로, 함수 \(f(\mathbf{y})=\|\mathbf{x}-\mathbf{y}\|\)는 \(W\) 위에서 최소값을 가진다. 최소값을 갖는 \(\mathbf{p}\in W\)에 대해, 임의의 \(\mathbf{w}\in W\)와 실수 \(t\)에 대하여 \(\mathbf{y}= \mathbf{p}+t\mathbf{w}\)를 고려하면,

\[ f(t)=\|\mathbf{x} - (\mathbf{p}+t\mathbf{w})\|^2=\langle \mathbf{x}-\mathbf{p}-t\mathbf{w},\, \mathbf{x}-\mathbf{p}-t\mathbf{w}\rangle. \]

최소값에서 미분하여 \(f'(0)=0\)를 얻으면,

\[ -2\langle \mathbf{x}-\mathbf{p},\, \mathbf{w}\rangle=0 \quad\Longrightarrow\quad \langle \mathbf{x}-\mathbf{p},\, \mathbf{w}\rangle=0. \]

이는 \(\mathbf{x}-\mathbf{p}\)가 \(W\)의 모든 벡터와 직교함을 의미하므로, 정사영의 조건을 만족한다.

보기 6.

\(\mathbb{R}^2\)에서 \(W=\{(x,0) \mid x\in\mathbb{R}\}\)를 \(x\)-축으로 두고, 임의의 벡터 \(\mathbf{x}=(3,4)\)를 생각하자. \(W\) 위에서 \(\mathbf{x}\)에 가장 가까운 벡터는 \(\mathbf{p}=(3,0)\)이다. 실제로 \(\mathbf{x}-\mathbf{p}=(0,4)\)는 \(x\)-축의 모든 벡터와 직교함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mathbf{p}=(3,0)\)이 \( (3,4) \)의 \(x\)-축에 대한 정사영이며, \( \|\mathbf{x}-\mathbf{p}\|=4 \)가 최소 거리가 된다.

보기 7.

\(\mathbb{R}^3\)에서 \(W\)를 \(xy\)-평면, 즉 \(W=\{(x,y,0) \mid x,y\in\mathbb{R}\}\)으로 두고, 임의의 벡터 \(\mathbf{x}=(1,2,3)\)를 생각하자. \(W\) 위에서 \(\mathbf{x}\)의 정사영은 \(\mathbf{p}=(1,2,0)\)이다. 이때 \(\mathbf{x}-\mathbf{p}=(0,0,3)\)은 \(xy\)-평면의 모든 벡터와 직교하므로, 정사영의 조건을 만족한다.

이와 같이, 최적근사정리(least square theorem)는 유한차원 내적공간에서 임의의 벡터에 대해 부분공간 위의 정사영이 유일하게 존재함을 보장하며, 이를 통해 최적의 근사(최소 제곱 해)를 구하는 데 응용된다. 이러한 성질은 선형회귀 분석, 신호처리, 통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도구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