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소 고윳값을 갖는 행렬
지금까지는 실수 범위에서 고윳값(eigenvalue)이 잘 나오거나, 복소수를 언급하더라도 그 해석이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을 주로 살펴보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실수 행렬이 복소수 범위로 확장했을 때만 고윳값을 전부 갖는 경우가 많으며, 그 고윳값들이 실수가 아니더라도 Jordan 표준형을 정의할 수 있다. 이 섹션에서는 “복소 고윳값을 갖는 실수 행렬”을 예로 들어, Jordan 표준형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하는지 간단히 살펴본다.
허수 고윳값을 갖는 실수 행렬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2×2 행렬을 생각해 보자.
\[ A = \begin{pmatrix} 0 & -1 \\ 1 & 0 \end{pmatrix}. \]
- 특성다항식은 \(\det \begin{pmatrix} -\lambda & -1 \\ 1 & -\lambda \end{pmatrix} = \lambda^2 + 1.\)
- \(\lambda^2 + 1 = 0\)에서 \(\lambda^2=-1\), \(\lambda = \pm i\). 따라서 \(\lambda=i\)와 \(\lambda=-i\)라는 두 개의 복소 고윳값(서로 다른 값)을 얻는다.
만약 \(\mathbb{R}\) 범위에서만 생각했다면, 이 행렬은 “고윳값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mathbb{C}\)로 확장하면 \(\lambda = i, -i\)가 명백한 고윳값이 된다. 이때 Jordan 표준형을 논의하려면 “\(\mathbf{v}\in \mathbb{C}^2\)” (복소 벡터)도 허용해야 한다.
복소 고윳값에 대한 Jordan 표준형
\(A\)가 \(n\times n\) 실수 행렬이라 해도, \(\mathbb{C}\)-벡터공간으로 보면 \(A\)가 복소 고윳값을 갖는다. 그리고 Jordan 표준형은 \(\mathbb{C}\)-기저에서 \[ P^{-1} A P = J \] (여기서 \(P\) 역시 복소 행렬이 될 수 있음)을 만족하는 형태로 정의할 수 있다. 그 결과, \(\lambda\)가 실수가 아닐 수도 있으며, 중복도가 어떻든 간에 Jordan 블록들이 \(\mathrm{diag}(\lambda, \lambda, \dots)\)와 1의 상삼각 구조로 표현된다.
- 예를 들어, \(\lambda = a + bi\)가 대수적 중복도 \(m\)이라면, 해당 \(\lambda\) 블록 \(J_m(\lambda)\)가 Jordan 표준형에 포함될 수 있다.
- 기하적 중복도가 1 미만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지만, “대수적 중복도와 기하적 중복도 간의 불일치”는 실수 고윳값 때와 마찬가지로 Jordan 블록 크기를 결정한다.
보기 1. (허수 고윳값을 갖는 실행렬의 Jordan 표준형)
앞에서 언급한 2×2 행렬 \[ A = \begin{pmatrix} 0 & -1 \\ 1 & 0 \end{pmatrix} \] 에 대해, \(\mathbb{C}\)에서의 Jordan 표준형을 구해 보자. 고윳값 \(\lambda=i\)와 \(\lambda=-i\)가 각각 중복도 1씩이므로, 이미 독립 고유벡터 2개(서로 다른 고윳값)이 얻어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각화가 가능해짐을 의미한다(복소 공간에서).
- \(\lambda=i\)에 대한 고유벡터 \[ (A - iI)\mathbf{v} = 0 \quad\Longrightarrow\quad \begin{pmatrix} -i & -1 \\ 1 & -i \end{pmatrix} \begin{pmatrix}x\\y\end{pmatrix} = 0. \] 예: \(\mathbf{v}_1 = \begin{pmatrix}1\\ i\end{pmatrix}\)로 잡을 수 있다. (직접 대입 확인 가능)
- \(\lambda=-i\)에 대한 고유벡터 \[ (A + iI)\mathbf{w} = 0 \quad\Longrightarrow\quad \begin{pmatrix} i & -1 \\ 1 & i \end{pmatrix} \begin{pmatrix}x\\y\end{pmatrix} = 0. \] 유사하게 \(\mathbf{w}_2 = \begin{pmatrix}1\\ -i\end{pmatrix}\)등을 구할 수 있다.
\(\mathbf{v}_1, \mathbf{w}_2\)는 서로 독립한 복소 벡터들이므로, \(\mathbb{C}^2\)를 생성한다. 그 결과, \[ P = \begin{pmatrix} | & |\\ \mathbf{v}_1 & \mathbf{w}_2\\ | & | \end{pmatrix} \quad\text{(복소 행렬)} \] 에 대해 \(P^{-1} A P\)는 \[ \begin{pmatrix} i & 0\\ 0 & -i\end{pmatrix} \] 라는 대각행렬(복소 대각화)을 얻는다. (2×2이므로 Jordan 블록도 전부 1×1짜리로, 즉 대각화.)
이 예시가 시사하는 점은 다음과 같다.
- 실수 행렬이지만 고윳값이 전부 실수라고는 제한할 수 없다. 대수학의 기본정리에 의해 복소수 범위로 확장하면, 모든 행렬은 충분히 많은(혹은 중복 포함) 고윳값을 갖게 된다.
- Jordan 표준형은 반드시 복소수 범위에서 정의된다. 실수 행렬이라도, \(\lambda\in\mathbb{C}\) (허수 포함)일 수 있고, 그에 따른 블록 \(J_m(\lambda)\)로 상삼각 형태를 구성할 수 있다.
- 대각화 가능성이 복소수 범위에서 달라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begin{pmatrix}0&-1\\1&0\end{pmatrix}\]는 실수 범위에서 대각화가 불가능하지만, 복소수 범위에서는 대각화가 가능하다. (물론, 실공간 관점에서는 그냥 회전행렬로 “고윳값 없음”이라고 하지만, 복소 공간에선 \(\pm i\)가 생긴다.)
복소 고윳값을 갖는 행렬도 Jordan 표준형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그때의 Jordan 블록은 실수와 별반 다르지 않게 구성된다. 차이점이 있다면, \(\lambda=a+bi\) 형식의 복소수를 대각에 쓰고, 그에 따른 (가능한) 일반화 고유벡터 사슬도 \(\mathbb{C}^n\)에서 구해야 한다는 정도다. 결국 Jordan 표준형은 복소 공간에서 모든 행렬에 대해 완전한 분류를 제공하는 가장 일반적인 “표준 양식”이 된다.
Jordan 표준형의 일반적 활용
Jordan 표준형(Jordan normal form)은 단순히 “행렬을 상삼각 블록 형태로 표현했다”라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대각화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행렬을 최대한 단순화하는 표준 양식이기 때문에, 다양한 응용에서 유리한 계산·분석 도구로 쓰인다. 여기서는 Jordan 표준형이 어떤 실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 주요 활용 사례를 간단히 짚어보자.
행렬의 거듭제곱, 지수 행렬 계산
가장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는 “행렬의 거듭제곱(An)” 또는 “행렬 지수(etA)”를 구할 때이다. 대각화가 가능한 경우에는 \[\begin{gathered} A = P\,D\,P^{-1} \quad\Longrightarrow\quad A^n = P\,D^n\,P^{-1}, \\[6pt] e^{tA} = P\,e^{tD}\,P^{-1} \end{gathered}\] 등이 쉽게 계산된다. 하지만 대각화가 불가능하면? 그때 Jordan 표준형이 유사한 역할을 해낸다. 예컨대, \[ A = P\,J\,P^{-1}, \] 에서 \(J\)는 Jordan 표준형이다. 그러면 \[ A^n = P \, J^n \, P^{-1}, \quad e^{tA} = P\, e^{tJ} \, P^{-1}. \] 여기서 \(J\)가 여러 Jordan 블록으로 구성되어 있으면, \(J^n\)이나 \(e^{tJ}\)는 각 Jordan 블록에 대해 부분적으로 대각행렬의 일반화 버전을 적용하면 되므로, 계산이 대각화만큼 간단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표준화된 형태로 처리할 수 있다.
- 예: Jordan 블록 \(J_m(\lambda)\)에 대한 거듭제곱/지수: \(J_m(\lambda)\)는 대각선에 \(\lambda\), 상위 대각선에 1이 있고 나머지는 0이므로, \[ J_m(\lambda)^n \quad\text{및}\quad e^{t\, J_m(\lambda)} \] 의 형태가 정식으로 알려져 있다. 각 항이 다항식·지수의 형태로 단순 전개된다.
- 선형 미분방정식 풀이: \(\dot{\mathbf{x}} = A\mathbf{x}\) 같은 연립방정식에서도, 해 \(\mathbf{x}(t)=e^{tA}\mathbf{x}(0)\)를 구하는 데 Jordan 표준형이 쓰인다. (대각화가 불가능할 때.)
일반화 고유공간 분해와 구조 해석
Jordan 표준형은 행렬이 공간을 어떻게 “압축·변환”하는지 기하학적으로 보여준다. 대각화가 되면 고유공간들로만 충분히 분해가 되지만, 기하적 중복도가 부족한 경우엔 일반화 고유벡터 사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Jordan 블록”으로 명확히 표현한다. 이를 통해 다음과 같은 구조적 분석이 가능하다.
- 부분공간 분해: \(\mathbb{C}^n\)을 블록별로 쪼개어, 각 고윳값 \(\lambda\)에 해당하는 Jordan 사슬 공간들이 상호 직합(direct sum) 관계를 이루는 모습이 드러난다.
- 결함(defect) 판단: 고윳값의 대수적 중복도와 기하적 중복도의 차가 어느 정도인지를 블록 크기에서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선형사상(행렬)이 기하적으로 “한 방향은 완벽히 독립 고유축이지만, 다른 방향은 부분적으로만 고유축을 유지하고 나머지는 계단식 체인으로 이어진다”는 식의 이해가 수월해진다. 이를 활용해 변환 후 n차원 공간의 구조적 분할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용
Jordan 표준형은 여러 고차원적·고급 응용에도 등장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변환의 분류(Invariants): 행렬 유사변환(동치) 분류에서, Jordan 형태가 바로 완전한 분류자(Invariant)가 된다. 즉, 두 행렬이 유사하면 Jordan 표준형이 동일하다는 특징을 이용해, “행렬의 구조”를 전부 파악할 수 있다.
- 미분연산자 해석: \(\frac{d}{dx}\) 같은 미분 연산자를 적절한 기저에서 Jordan 형태로 간주해, 미분방정식을 다루거나, 미분연산자의 분해를 수행하는 기법도 있다. 고차 미분방정식을 상삼각 블록으로 분해해서 해를 구하기 편해지는 경우 등.
- 고차원 동역학: \(\dot{\mathbf{x}}=A\mathbf{x}\)에서 \(A\)가 대각화 불가능하더라도, Jordan 표준형으로 \(\mathbf{x}(t)\)를 전개함으로써 동역학의 해석이 용이해진다. 예: 공진 현상, 특정 모드에서 준(準)공진이 생길 수 있는지 등.
정리하자면, Jordan 표준형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 계산 편의: 멱승(예: A^n), 지수 행렬(e^{tA}), 연립선형 미분방정식 등의 해석.
- 구조 분석: “완전히 대각화되지 않는” 행렬도 사슬 형태의 일반화 고유벡터를 통해 가장 단순한 상삼각 블록으로 표현, 기저변환에 관한 분류 이론에서 ‘유일한 표준형’을 제공.
- 응용 전개: 고차원 기계진동, 네트워크 해석, 연산자 이론 등에서, \(\mathbb{C}\)-공간을 전제로 하면 Jordan 블록들이 변환의 핵심 인자를 간결히 노출한다.
Jordan 표준형은 “어떤 행렬도 (복소)고윳값·일반화 고유벡터로 최대한 단순화하여 표현한다”는 궁극적인 일반화 대각화 방법이고, 이는 대수적·기하학적뿐 아니라 공학·과학 전반에 걸쳐 중요한 계산·분석 수단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