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렬 공간과 다항식 공간

by Ariel Daley

행렬 공간의 기저

행렬 공간은 벡터공간의 한 예로서, 구체적이면서도 다양한 응용을 품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는 모든 \(m \times n\) 행렬을 모은 집합 \(M_{m \times n}(\mathbf{F})\)가 있다. 이 공간에서의 벡터연산(행렬 덧셈, 스칼라배)은 각 원소를 성분별로 처리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벡터공간 공리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이제 행렬 공간에 대한 기저를 찾아보자. 기저란, 전체 공간을 스팬하면서도 선형독립인 벡터들의 ‘최소’ 집합이다. 행렬 공간의 경우, 각 위치에서 1을 갖고 다른 위치는 0을 갖는 특별한 행렬들을 통해 기저를 쉽게 구성할 수 있다.

정의 1. (표준 행렬 기저)

\(\mathbf{F}\)가 실수나 복소수 등의 체(field)라고 하자. \(m \times n\) 행렬 공간 \(M_{m \times n}(\mathbf{F})\)에서 다음과 같은 행렬들을 생각하자. \[ E_{ij} \quad (1 \le i \le m,\, 1 \le j \le n) \] 여기서 \(E_{ij}\)는 \((i,\,j)\) 위치의 원소만 1이고, 나머지는 모두 0인 \(m \times n\) 행렬이다. 즉, \[ (E_{ij})_{pq} = \begin{cases} 1, &\text{if } p=i \text{ and } q=j, \\ 0, &\text{otherwise} \end{cases} \] 이다.

각각의 \(E_{ij}\)는 모든 원소가 0이지만 특정 위치의 원소만 1인 행렬이므로, 두 행렬 \(E_{ij}\)와 \(E_{kl}\)가 같은 행렬이 되려면 \((i,j)=(k,l)\)가 성립해야 한다. 이는 이들 행렬이 서로 선형독립임을 보여주는 첫 단서가 된다.

보기 1. (2×2 행렬 공간에서의 예시)

2×2 행렬 공간 \(M_{2 \times 2}(\mathbf{F})\)에서는 \[ E_{11}= \begin{pmatrix} 1 & 0 \\ 0 & 0 \end{pmatrix}, \quad E_{12}= \begin{pmatrix} 0 & 1 \\ 0 & 0 \end{pmatrix}, \quad E_{21}= \begin{pmatrix} 0 & 0 \\ 1 & 0 \end{pmatrix}, \quad E_{22}= \begin{pmatrix} 0 & 0 \\ 0 & 1 \end{pmatrix} \] 가 대표적인 표준 기저를 이룬다.

예를 들어, 임의의 행렬 \[ A = \begin{pmatrix} a & b \\ c & d \end{pmatrix} \] 는 아래와 같이 유일하게 표현된다. \[ A = a\,E_{11} + b\,E_{12} + c\,E_{21} + d\,E_{22}. \]

이와 같은 \(E_{ij}\) 행렬들은 일반적인 \(m \times n\) 행렬 공간에서도 동일한 역할을 한다. 총 \(mn\)개의 서로 다른 \(E_{ij}\)가 존재하고, 이들은 선형독립이면서 행렬 공간 전체를 스팬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정리 1. (행렬 공간 표준 기저와 차원)

\(M_{m \times n}(\mathbf{F})\)에서, 모든 \((i,j)\)에 대응하는 행렬 \(E_{ij}\) (단, \(1 \le i \le m,\; 1 \le j \le n\))로 구성된 집합은 기저를 이룬다. 따라서 \[ \dim \bigl(M_{m \times n}(\mathbf{F})\bigr) = m \times n. \]

증명 스케치

  • 생성(Spanning): 임의의 행렬 \(A = (a_{ij})\)를 생각하면, \[ A = \sum_{i=1}^m \sum_{j=1}^n a_{ij}\,E_{ij}. \] 이므로 모든 행렬이 \(\{E_{ij}\}\)의 일차결합으로 표현된다.
  • 선형독립(Linear Independence): \[ \sum_{i=1}^m \sum_{j=1}^n \alpha_{ij}\,E_{ij} = O \quad (O \text{는 영행렬}) \] 이라고 했을 때, 양변의 \((p,q)\)-원소를 비교하면 \(\alpha_{pq}=0\)을 얻는다. 이는 모든 \(\alpha_{ij}\)가 0임을 뜻하므로, \(\{E_{ij}\}\)는 선형독립이다.

결론적으로 \(\{E_{ij}\}\)는 \(mn\)개의 원소로 이루어진 기저이며, 차원은 \(mn\)이 된다.

이로써 행렬 공간 \(\mathrm{M}_{m\times n}(\mathbf{F})\)의 구조를 좀 더 명확하게 볼 수 있다. 사실상 이 공간은 \(\mathbf{F}^{mn}\)과 동형(isomorphic) 관계에 있기 때문에, “\(mn\)차원의 벡터공간”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기하학적으로 \(\mathbf{F}^{mn}\)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만큼, 행렬 한 개가 갖는 \(mn\)개의 성분이 각각 독립적인 좌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른 행렬공간의 부분공간(예: 대칭행렬, 대각행렬, 삼각행렬 등)에서도 이와 유사한 기저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각행렬만 모은 부분공간을 생각하면 각 대각원소 위치마다 하나씩만 \(E_{ii}\)가 필요하므로, 그 공간의 차원은 \(\min(m,n)\)과 연관되기도 한다(정확히 말해, \(m,n\) 중 작은 쪽이 대각행렬의 최대 개수). 이런 식으로 하위 공간의 기저를 분석하는 것 역시 선형대수학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다항식 공간의 기저

다항식 공간 역시 벡터공간의 전형적인 예시 중 하나로, 기초적인 선형대수학에서 많이 다룬다. 일반적으로 실수나 복소수 등 어떤 체 \(\mathbf{F}\) 위에서 정의되는 다항식의 집합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든 차수가 최대 \(n\) 이하인 다항식 공간 \(P_n(\mathbf{F})\), 혹은 차수에 제한이 없는 모든 다항식의 공간 \(P(\mathbf{F})\) 등을 들 수 있다.

벡터공간 구조는 다음과 같은 연산을 통해 확립된다.

  • 덧셈: \(p(x) + q(x)\)는 계수끼리 더해 만든 다항식
  • 스칼라배: \(\alpha \cdot p(x)\)는 모든 계수에 \(\alpha\)를 곱한 다항식

이 연산에 대해 다항식 집합은 벡터공간의 공리를 만족하게 된다.

정의 2. (유한 차수 다항식 공간)

\(P_n(\mathbf{F})\)는 차수가 최대 \(n\) 이하인 모든 다항식으로 이루어진 집합이다. 즉, \[ P_n(\mathbf{F}) = \Bigl\{\, a_0 + a_1 x + a_2 x^2 + \dots + a_n x^n \;\Big|\; a_i \in \mathbf{F} \Bigr\}. \] 이 공간에서 임의의 다항식은 \(\alpha_i\)라는 계수들의 일차결합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이는 벡터공간으로서의 성질을 만족한다.

보기 2. (다항식 공간의 표준기저)

\(P_n(\mathbf{F})\)의 표준기저(standard basis)는 다음과 같은 다항식들로 이루어진다. \[ 1,\quad x,\quad x^2,\quad \dots,\quad x^n. \] 임의의 다항식 \(p(x) = a_0 + a_1 x + \dots + a_n x^n\)는 \[ a_0 \cdot 1 + a_1 \cdot x + \dots + a_n \cdot x^n \] 으로 유일하게 나타낼 수 있다. 이 때문에 \(\{1, x, x^2, \dots, x^n\}\)는 생성과 선형독립 양쪽을 만족하므로 기저가 된다.

이 기저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듯, \(\dim(P_n(\mathbf{F})) = n+1\)이다.

만약 차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다항식을 허용하면, 그 공간을 \(P(\mathbf{F})\) 또는 \(P_{\infty}(\mathbf{F})\)라 부르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기저가 \(\{1, x, x^2, \dots\}\)처럼 무한개가 필요하며, 이 벡터공간은 무한 차원을 갖는다.

정리 2. (무한 차수 다항식 공간의 기저)

모든 차수의 다항식을 포함하는 공간 \(P(\mathbf{F})\)에서는 \[ \{1,\ x,\ x^2,\ x^3,\ \dots\} \] 가 한 예시가 되는 기저를 이룬다. 즉, 임의의 다항식 \[ p(x) = a_0 + a_1 x + a_2 x^2 + \dots + a_m x^m \] (\(m\)이 유한하지만 제한 없이 클 수 있음)는 위 기저 벡터들의 유한 일차결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이 벡터공간은 무한 차원이다.

다항식 공간에서는 이 밖에도, 르장드르(Legendre) 다항식, 체비쇼프(Chebyshev) 다항식 등 서로 다른 특수 다항식을 기저로 삼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특정한 내적공간 구조나 미분방정식에 적합하도록 정의된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선형독립이며 전체 공간을 생성한다”는 성질로 인해 기저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