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터공간의 정의와 예

by Ariel Daley

일반적인 벡터공간

앞서 유클리드 공간 \(\mathbb{R}^n\)을 예시로 들어 벡터와 그 연산을 살펴보았지만, 벡터의 개념은 실제로 훨씬 더 일반적이다. 스칼라를 실수뿐만 아니라 복소수로도 확장해 생각할 수 있으며, 이러한 보다 넓은 맥락에서 벡터의 집합에 덧셈과 스칼라배를 정의하고, 이들이 만족해야 할 공리(axioms)를 정한다. 이렇게 정의된 구조를 벡터공간(vector space)이라고 부른다.

정의 1. (벡터공간)

체(field) \(\mathbf{F}\) 위의 벡터공간이란, 집합 \(V\)에 대해 다음을 만족하는 구조 \((V, +, \cdot)\)를 말한다.

  • \((V, +)\)는 아벨 군(abelian group)을 이룬다. 즉,
    • 덧셈에 대한 닫힘성: 임의의 \(\mathbf{u}, \mathbf{v} \in V\)에 대해 \(\mathbf{u} + \mathbf{v} \in V\).
    • 덧셈의 교환법칙: \(\mathbf{u} + \mathbf{v} = \mathbf{v} + \mathbf{u}\).
    • 덧셈의 결합법칙: \((\mathbf{u} + \mathbf{v}) + \mathbf{w} = \mathbf{u} + (\mathbf{v} + \mathbf{w})\).
    • 덧셈의 항등원 존재: \(\mathbf{0}\)이라 불리는 원소가 존재하여 \(\mathbf{u} + \mathbf{0} = \mathbf{u}\).
    • 덧셈의 역원 존재: 임의의 \(\mathbf{u} \in V\)에 대해 \(-\mathbf{u}\)가 존재하여 \(\mathbf{u} + (-\mathbf{u}) = \mathbf{0}\).
  • 스칼라배에 대한 닫힘성과 결합법칙 등이 성립한다. 즉, \(\alpha, \beta \in \mathbf{F}\), \(\mathbf{u} \in V\)에 대하여
    • \(\alpha \mathbf{u} \in V\),
    • \(\alpha(\beta \mathbf{u}) = (\alpha\beta) \mathbf{u}\),
    • \((\alpha + \beta)\mathbf{u} = \alpha \mathbf{u} + \beta \mathbf{u}\),
    • \(\alpha(\mathbf{u} + \mathbf{v}) = \alpha \mathbf{u} + \alpha \mathbf{v}\),
    • 체의 곱셈에 대한 항등원 \(1\)에 대하여, \(1 \mathbf{u} = \mathbf{u}\).

이러한 공리들을 만족하는 \((V, +, \cdot)\)를 \(\mathbf{F}\)-벡터공간이라 부른다. 특히 \(\mathbf{F} = \mathbb{R}\)이면 실벡터공간, \(\mathbf{F} = \mathbb{C}\)이면 복소벡터공간이라고 부른다.

기본적인 예로, 유클리드 공간 \(\mathbb{R}^n\)은 \(\mathbf{F} = \mathbb{R}\) 위에서 정의된 전형적인 벡터공간이다. 이때 벡터는 \((x_1, x_2, \dots, x_n)\) 형태를 띠고, 벡터끼리의 덧셈과 실수배 연산은 좌표별로 이루어진다. 더욱 일반적으로, 복소수 \(n\)차원 공간 \(\mathbb{C}^n\)도 \(\mathbf{F} = \mathbb{C}\) 위에서 정의된 벡터공간이 되는데, 이 경우 벡터의 좌표는 복소수이고, 스칼라도 복소수로 취급할 수 있다.

보기 1.

실수 벡터공간: \(\mathbb{R}^3\)에서 \((2,1,0)\)과 \((4,-3,1)\)은 모두 벡터이며, 이들 간의 덧셈이나 실수배를 좌표별로 정의한다. 예를 들어, \(\alpha = 2\)라 할 때 \[ 2 \cdot (2,1,0) = (4,2,0). \] 이 연산은 실수집합 \(\mathbb{R}\)을 스칼라로 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복소수 벡터공간: \(\mathbb{C}^2\)에서 \((1+i, 2)\)와 \((3,\, -1+i)\)는 복소수 좌표를 갖는 벡터이다. \(\alpha = i \in \mathbb{C}\)와 같이 복소수를 스칼라로 사용하여 \[ i \cdot (1+i, 2) = (i(1+i),\, i \cdot 2) = (i + i^2,\, 2i) = (i - 1,\, 2i). \] 와 같이 계산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실수나 복소수 위의 벡터공간은 좌표나 연산을 정의하는 방식이 매우 유사하며, 그 근본 개념은 집합 위에 정의된 덧셈과 스칼라배가 공리들을 만족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다음 섹션에서는 벡터공간의 다양한 예시를 확장하여, 행렬 공간이나 다항식 공간과 같은 흥미로운 사례들을 살펴볼 것이다.

벡터공간의 예

벡터공간이라는 개념은 유클리드 공간이나 복소수 공간에 한정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모든 \(m \times n\) 행렬의 집합이나 일차식·이차식 등을 포함한 다항식들의 집합 역시 적절한 연산 정의에 따라 벡터공간 구조를 갖는다. 이러한 예시들을 살펴보면, 벡터공간이 얼마나 폭넓은 대상을 포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행렬 공간

\(\mathbf{F}\)가 실수 또는 복소수 등의 체(field)라고 하자. 모든 \(m \times n\) 행렬로 이루어진 집합을 \[ M_{m \times n}(\mathbf{F}) \] 라고 표기한다. 이 집합에 대해 행렬들의 덧셈과 스칼라배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 행렬의 덧셈: 행렬 \(A\)와 \(B\)가 같은 크기(\(m \times n\))라 할 때, \[ (A + B)_{ij} = A_{ij} + B_{ij}. \] 즉, 각 원소를 성분별로 더한다.
  • 스칼라배: \(\alpha \in \mathbf{F}\)에 대하여, \[ (\alpha A)_{ij} = \alpha \cdot (A_{ij}). \] 즉, 모든 행렬 원소에 동일하게 \(\alpha\)를 곱한다.

이와 같이 정의하면, \(M_{m \times n}(\mathbf{F})\)는 \(\mathbf{F}\)-벡터공간이 된다. 특히 두 행렬을 직접 더하거나, 행렬 전체에 스칼라배를 적용할 때에는 각 원소를 독립적으로 처리한다.

행렬 공간 \(M_{m \times n}(\mathbf{F})\)의 차원은 \(m \times n\)이며, 그 기저를 구성하는 방법은 아주 직관적이다. 예를 들어, \(E_{ij}\)를 “\(i\)행 \(j\)열의 원소만 1이고 나머지는 모두 0인 행렬”이라고 정의하면, 모든 \(m \times n\) 행렬은 이들 \(E_{ij}\) 행렬들의 일차결합으로 표현될 수 있다.

보기 2.

2×2 행렬 공간 \(M_{2 \times 2}(\mathbb{R})\)에서, 다음 행렬들은 기저가 될 수 있다.

\[ E_{11} = \begin{pmatrix} 1 & 0 \\ 0 & 0 \end{pmatrix}, \quad E_{12} = \begin{pmatrix} 0 & 1 \\ 0 & 0 \end{pmatrix}, \quad E_{21} = \begin{pmatrix} 0 & 0 \\ 1 & 0 \end{pmatrix}, \quad E_{22} = \begin{pmatrix} 0 & 0 \\ 0 & 1 \end{pmatrix}. \]

임의의 행렬 \[ A = \begin{pmatrix} a & b \\ c & d \end{pmatrix} \] 는 \[ A = a\,E_{11} + b\,E_{12} + c\,E_{21} + d\,E_{22} \] 의 형태로 나타낼 수 있으므로, \(\{ E_{11},\, E_{12},\, E_{21},\, E_{22} \}\)가 기저를 이룬다.

다음으로 다항식으로 이루어진 벡터공간을 살펴보자.

다항식 공간

\(\mathbf{F}\)가 실수 또는 복소수 등의 체이고, 다항식(polynomial)이라 함은 \[ p(x) = a_0 + a_1 x + a_2 x^2 + \dots + a_n x^n, \quad (a_i \in \mathbf{F}) \] 의 형태로 쓸 수 있는 식을 이른다. 차수가 최대 \(n\) 이하인 모든 다항식의 집합을 \[ P_n(\mathbf{F}) \] 라고 할 때, 이 집합에서 다음과 같은 연산을 정의한다.

  • 다항식의 덧셈: \[ (p + q)(x) = p(x) + q(x). \] 즉, 같은 차수의 항끼리 계수를 더한다.
  • 스칼라배: \(\alpha \in \mathbf{F}\)에 대하여, \[ (\alpha p)(x) = \alpha \cdot p(x). \] 즉, 모든 항의 계수에 \(\alpha\)를 곱한다.

이러한 연산에 대해 \(P_n(\mathbf{F})\)는 \(\mathbf{F}\)-벡터공간이 된다. 특히 \[ 1,\quad x,\quad x^2,\quad \dots,\quad x^n \] 은 이 벡터공간의 표준적인 기저를 이룬다.

실제로 함수의 덧셈과 스칼라배가 적용되는 이 구조는, 다항식을 “계수의 순서쌍(또는 튜플)”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행렬 공간 등과 유사하다. 예를 들어, \(P_2(\mathbb{R})\)에서 다항식 \(p(x) = 3 + 2x + x^2\)는 \((3, 2, 1)\)이라는 계수 벡터로 이해할 수 있으며, 덧셈이나 스칼라배 연산도 각 계수에 대해 성분별로 이루어진다.

보기 3.

실수 계수를 갖는 2차 다항식들의 공간 \(P_2(\mathbb{R})\)에서, 다항식 \[ p(x) = 1 + x^2, \quad q(x) = 2x + x^2 \] 를 생각해 보자. 이들의 합과 스칼라배(예: \(\alpha = 2\))는 다음과 같이 주어진다. \[\begin{gathered} (p + q)(x) = [1 + x^2] + [2x + x^2] = 1 + 2x + 2x^2. \\[6pt] (2p)(x) = 2 \cdot [1 + x^2] = 2 + 2x^2. \end{gathered}\] 이러한 연산을 통해 \(P_2(\mathbb{R})\)는 3차원 실수 벡터공간과 유사한 구조로 이해할 수 있으며, 기저는 보통 \(\{1, x, x^2\}\)로 잡는다.

행렬 공간과 다항식 공간처럼, 일견 서로 전혀 달라 보이는 대상들도 “덧셈”과 “스칼라배”라는 연산만 정확히 정의하고 공리들을 만족한다면, 모두 벡터공간으로 볼 수 있다. 이후에는 이와 같은 벡터공간들 사이에서 부분공간, 기저, 차원 등 중요한 개념들을 공통적으로 적용하여 다룰 수 있게 된다.

벡터 연산의 성질

벡터공간에서 정의된 덧셈과 스칼라배는 여러 가지 기본적인 성질을 만족시킨다. 예를 들어, 하나의 벡터공간에는 오직 하나의 영벡터만 존재하며, 스칼라 0을 어떤 벡터에 곱하면 항상 영벡터가 된다. 이러한 성질들은 벡터공간 공리에서 직접 도출할 수 있으며, 추상벡터공간을 구체적으로 다루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정리 1. (벡터 연산의 기본 성질)

\(\mathbf{F}\)-벡터공간 \((V, +, \cdot)\)에서, 임의의 \(\mathbf{u}, \mathbf{v} \in V\)와 \(\alpha \in \mathbf{F}\)에 대해 다음이 성립한다.

  1. 영벡터의 유일성: 덧셈에 대한 항등원(영벡터) \(\mathbf{0}\)은 오직 하나만 존재한다.
  2. 역원의 유일성: 각 \(\mathbf{u} \in V\)에 대해 덧셈의 역원 \(-\mathbf{u}\)는 유일하게 정해진다.
  3. 스칼라 \(0\)의 곱: \(0 \mathbf{u} = \mathbf{0}\). 즉, 스칼라 \(0\)을 벡터 \(\mathbf{u}\)에 곱하면 항상 영벡터가 된다.
  4. 스칼라 \(-1\)의 곱: \((-1)\mathbf{u} = -\mathbf{u}\). 즉, 스칼라 \(-1\)을 벡터 \(\mathbf{u}\)에 곱하면 \(\mathbf{u}\)의 덧셈 역원이 된다.
  5. 영벡터에 대한 스칼라배: \(\alpha \mathbf{0} = \mathbf{0}\). 어떤 스칼라 \(\alpha\)를 영벡터에 곱해도 결과는 영벡터이다.

증명 스케치 (1) 영벡터의 유일성은 “덧셈 항등원”이 서로 다르다고 가정했을 때 모순이 일어남을 이용해 보일 수 있다. 예컨대 영벡터가 두 개 있다고 가정하고, 각각 \(\mathbf{0}_1\), \(\mathbf{0}_2\)라고 하자. 그러면 벡터공간의 공리에 따라 \(\mathbf{0}_1 = \mathbf{0}_1 + \mathbf{0}_2 = \mathbf{0}_2\)이므로 결국 같아야 한다.

(2) 역원의 유일성도 비슷한 방식으로, 두 개의 역원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항등원과의 덧셈” 속성에 의해 서로 같음을 유도할 수 있다.

(3) 스칼라 \(0\)의 곱이 영벡터임을 보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계산하면 된다. \[ 0 \mathbf{u} = (0 + 0)\mathbf{u} = 0\mathbf{u} + 0\mathbf{u}. \] 한편, 벡터공간의 공리에 따르면 양변에서 \(0\mathbf{u}\)를 빼주면 \(\mathbf{0} = 0\mathbf{u}\)가 되므로, 스칼라가 0이면 결과는 영벡터다.

(4) \((-1)\mathbf{u} = -\mathbf{u}\) 역시 비슷하게, \[ \mathbf{u} + \bigl((-1)\mathbf{u}\bigr) = (1 + (-1))\mathbf{u} = 0\mathbf{u} = \mathbf{0}, \] 이므로 \((-1)\mathbf{u}\)는 \(\mathbf{u}\)의 덧셈 역원, 즉 \(-\mathbf{u}\)이다.

(5) 영벡터에 대한 스칼라배 \(\alpha \mathbf{0} = \mathbf{0}\)는, (3)번 성질과 유사하게 영벡터를 덧셈의 항등원으로 놓고 전개해 보면 간단히 증명된다.

이러한 성질들은 벡터공간 공리를 응용하여 직접 유도할 수 있으며, 고차원 벡터공간이든 행렬공간이든 다항식공간이든 동일하게 적용된다. 즉, 어디서든 “영벡터는 오직 하나다”, “스칼라 0을 곱하면 무조건 영벡터가 된다” 같은 일반적인 규칙이 성립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다양한 벡터공간들을 통일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며, 구체적 예시나 계산에서도 자주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