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클리드 벡터공간
유클리드 공간(Euclidean space)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벡터공간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2차원 평면 상의 점 \((x,\,y)\)이나 3차원 공간의 점 \((x,\,y,\,z)\)를 좌표로 나타내어 생각할 수 있다. 이때, 이러한 점(좌표)이 지닌 특정한 성질들을 모아 “벡터”라는 구조로 다루고, 그에 대한 여러 연산을 정의함으로써 수학적 이론을 전개한다.
정의 1. (유클리드 공간에서의 벡터)
자연수 \(n\)에 대하여, 유클리드 \(n\)차원 공간 \(\mathbb{R}^n\)은 다음과 같은 순서쌍(또는 \(n\)원소 튜플)로 구성된 집합에 벡터 합과 스칼라 곱이 주어진 공간이다.
\[ \mathbb{R}^n = \{ (x_1,\, x_2,\, \dots,\, x_n) \mid x_i \in \mathbb{R} \text{ for all } 1 \le i \le n \}. \]
\(\mathbb{R}^n\)의 임의의 원소 \((x_1,\, x_2,\, \dots,\, x_n)\)을 벡터라고 부른다. 예컨대, 2차원 공간 \(\mathbb{R}^2\)에서 벡터 \((x,\,y)\)는 평면 상의 점이나 화살표로 시각화할 수 있고, 3차원 공간 \(\mathbb{R}^3\)에서 벡터 \((x,\,y,\,z)\)는 공간 상의 점이나 화살표로 나타낼 수 있다.
벡터의 연산을 다룰 때, 벡터를 행렬로 표현하는 것이 편리할 때가 있다. 즉 벡터 \[\mathbf{v} = ( x_1 ,\, x_2 ,\, \dots ,\, x_n )\] 을 \[\mathbf{v} = \begin{pmatrix} x_1 \\ x_2 \\ \vdots \\ x_n \end{pmatrix}\] 과 같이 \(n\times 1\) 행렬로 나타내기도 한다.
유클리드 공간에서 벡터에 대해 가장 먼저 정의되는 연산 중 하나는 스칼라배(scalar multiplication)이다. 스칼라(scalar)란 일반적으로 실수를 의미하며, 벡터에 실수를 곱한다는 것은 각 좌표에 동일하게 실수를 곱하는 것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실수 \(\alpha \in \mathbb{R}\)와 벡터 \(\mathbf{v} = (x_1,\, x_2,\, \dots,\, x_n)\)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 \alpha \mathbf{v} = \alpha (x_1,\, x_2,\, \dots,\, x_n) = (\alpha x_1,\, \alpha x_2,\, \dots,\, \alpha x_n). \] 이를 벡터 \(\mathbf{v}\)에 대한 스칼라배 연산이라고 한다.
스칼라배 연산은 벡터의 각 좌표를 동일한 실수만큼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역할을 하며, 방향을 유지하거나 반전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예를 들어 \(\alpha > 0\)인 경우, 벡터의 길이는 \(\alpha\)배가 되고 방향은 바뀌지 않으며, \(\alpha < 0\)인 경우에는 길이는 \(|\alpha|\)배가 되지만 방향이 반대가 된다. 이러한 벡터와 스칼라배에 대한 정의는 이후 벡터공간의 일반화로 나아가는 토대를 마련한다.
유클리드 \(n\)차원 공간 \(\mathbb{R}^n\)에서 벡터 \(\mathbf{u} = (u_1,\, u_2,\, \dots,\, u_n)\)와 \(\mathbf{v} = (v_1,\, v_2,\, \dots,\, v_n)\)이 주어졌다고 하자. 두 벡터의 합 \(\mathbf{u} + \mathbf{v}\)은 각 좌표를 성분별로 더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즉,
\[ (u_1, u_2, \dots, u_n) + (v_1, v_2, \dots, v_n) = (\,u_1 + v_1,\; u_2 + v_2,\; \dots,\; u_n + v_n\,). \]
벡터의 차 \(\mathbf{u} - \mathbf{v}\) 또한 성분별로 빼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를 스칼라배를 이용해 \(\mathbf{u} - \mathbf{v} = \mathbf{u} + (-1)\mathbf{v}\)로 해석할 수도 있으며, 결국 좌표값을 성분별로 뺀 결과와 동일하다. 즉,
\[ (u_1, u_2, \dots, u_n) - (v_1, v_2, \dots, v_n) = (\,u_1 - v_1,\; u_2 - v_2,\; \dots,\; u_n - v_n\,). \]
이 연산들은 2차원 혹은 3차원에서 시각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차원 평면 상에서 벡터는 평면 위의 화살표로 나타낼 수 있는데, 두 벡터를 나란히 놓았을 때 머리끝과 꼬리를 연결해 만든 평행사변형의 대각선 벡터가 두 벡터의 합과 일치한다. 벡터의 차도 이를 유사하게 해석할 수 있으며, 특히 \(\mathbf{v}\)를 \(-\mathbf{v}\)로 바꾸는 것은 벡터의 방향을 반대로 돌리는 것에 해당한다.
보기 1.
2차원 공간 \(\mathbb{R}^2\)에서 벡터 \(\mathbf{u} = (2, 3)\)과 \(\mathbf{v} = (1, -1)\)이 주어졌다고 하자.
- 두 벡터의 합: \[ \mathbf{u} + \mathbf{v} = (2, 3) + (1, -1) = (2+1,\; 3+(-1)) = (3,\; 2). \]
- 두 벡터의 차: \[ \mathbf{u} - \mathbf{v} = (2, 3) - (1, -1) = (2-1,\; 3 - (-1)) = (1,\; 4). \]
이를 평면 상의 화살표로 나타내면, \(\mathbf{u}\)와 \(\mathbf{v}\)를 머리끝-꼬리방식으로 이어 붙였을 때 두 화살표가 이루는 평행사변형의 대각선이 각각 \(\mathbf{u} + \mathbf{v}\)에 해당함을 확인할 수 있다.
벡터의 내적과 외적
유클리드 공간에서 벡터 간의 연산은 단순한 덧셈이나 스칼라배에 국한되지 않는다. 벡터 두 개가 주어졌을 때, 이들의 “길이”와 “방향”에 대한 정보를 결합해 직관적인 기하학적 의미를 부여하는 내적(dot product)과 외적(cross product)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정의 2. (벡터의 내적)
유클리드 \(n\)차원 공간 \(\mathbb{R}^n\)에서 벡터 \(\mathbf{u} = (u_1, u_2, \dots, u_n)\)와 \(\mathbf{v} = (v_1, v_2, \dots, v_n)\)의 내적(dot product)은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 \mathbf{u} \cdot \mathbf{v} = u_1 v_1 + u_2 v_2 + \dots + u_n v_n = \sum_{i=1}^n u_i v_i. \]
이때, \(\mathbf{u}\)와 \(\mathbf{v}\)의 길이를 각각 \(\|\mathbf{u}\|\), \(\|\mathbf{v}\|\)라 하고, 두 벡터 사이의 각도를 \(\theta\)라 하면 \[ \mathbf{u} \cdot \mathbf{v} = \|\mathbf{u}\| \|\mathbf{v}\| \cos \theta \] 로도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내적은 두 벡터의 “방향성”과 “크기”를 함께 고려하는 연산이다.
내적을 이용하면 서로 다른 벡터 사이의 직교성(orthogonality)을 판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차원 평면에서 \(\mathbf{u}\)와 \(\mathbf{v}\)가 이루는 각도가 \(90^\circ\)라면 \(\cos 90^\circ = 0\)이므로, \(\mathbf{u} \cdot \mathbf{v} = 0\)이 성립한다. 즉, 두 벡터의 내적이 0이면 이들은 서로 직교한다.
정의 3. (벡터의 외적)
3차원 공간 \(\mathbb{R}^3\)에서 벡터 \(\mathbf{u} = (u_1, u_2, u_3)\)와 \(\mathbf{v} = (v_1, v_2, v_3)\)의 외적(cross product)은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 \mathbf{u} \times \mathbf{v} = \begin{pmatrix} u_2 v_3 - u_3 v_2 \\ u_3 v_1 - u_1 v_3 \\ u_1 v_2 - u_2 v_1 \end{pmatrix}. \]
\(\mathbf{u} \times \mathbf{v}\)는 \(\mathbf{u}\)와 \(\mathbf{v}\) 모두에 직교하는 벡터이며, 그 길이는 \(\|\mathbf{u}\|\|\mathbf{v}\|\sin \theta\)가 된다. 여기서 \(\theta\)는 \(\mathbf{u}\)와 \(\mathbf{v}\)가 이루는 각도이다. 또한 오른손 법칙(right-hand rule)에 따라 \(\mathbf{u}\)와 \(\mathbf{v}\)의 방향에서 \(\mathbf{u} \times \mathbf{v}\)의 방향이 결정된다.
외적은 2차원에서는 정의되지 않으며, 오직 3차원(또는 7차원 등 특수한 경우)에 한하여 정의되는 연산이다. \(\mathbf{u}\)와 \(\mathbf{v}\)가 이루는 평면에 수직인 새로운 벡터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기하학적·물리적 해석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물리학에서의 토크(torque)나 회전(rotational) 운동량, 전자기학에서의 자기장 관련 공식 등에서 벡터의 외적이 자주 등장한다.
보기 2.
3차원 공간 \(\mathbb{R}^3\)에서 벡터 \(\mathbf{u} = (1, 2, 3)\), \(\mathbf{v} = (2, 1, -1)\)에 대해 내적과 외적을 계산해 보자.
- 내적: \[ \mathbf{u} \cdot \mathbf{v} = (1)(2) + (2)(1) + (3)(-1) = 2 + 2 - 3 = 1. \]
- 외적: \[ \mathbf{u} \times \mathbf{v} = \begin{pmatrix} (2)(-1) - (3)(1) \\ (3)(2) - (1)(-1) \\ (1)(1) - (2)(2) \end{pmatrix} = \begin{pmatrix} -2 - 3 \\ 6 + 1 \\ 1 - 4 \end{pmatrix} = \begin{pmatrix} -5 \\ 7 \\ -3 \end{pmatrix}. \]
이때, \(\mathbf{u} \cdot \mathbf{v} = 1\)이므로 두 벡터는 서로 직교하지 않는다. 외적 \(\mathbf{u} \times \mathbf{v} = (-5, 7, -3)\)은 \(\mathbf{u}\)와 \(\mathbf{v}\)에 모두 직교하며, 오른손 법칙에 따라 벡터가 향하는 방향이 정해진다.
내적과 외적은 벡터의 길이와 방향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여, 기하학·물리학·공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응용된다. 특히 내적은 “각도”와 “투영(projection)” 개념을 다루는 데 유용하며, 외적은 “회전”과 “직교 성분”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이다. 이러한 연산들은 뒤이어 다룰 일반적인 벡터공간 이론에서도 중요한 모티브가 되며, 3차원에 국한되지 않고 보다 추상적인 내적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다.
벡터의 기하학적 해석
유클리드 \(n\)차원 공간에서의 벡터는 좌표로 표현될 수 있지만, 이를 단순히 수들의 모음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벡터의 참된 의미를 놓치게 된다. 벡터는 크기(길이)와 방향이라는 기하학적 정보를 함께 포함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하학적 해석이 가능하다.
예컨대, 2차원 평면 \(\mathbb{R}^2\)에서 벡터 \((x,y)\)는 평면 상의 한 점에 대응시키거나, 원점에서 해당 점까지 이어지는 화살표(방향화살표)로 시각화할 수 있다. 이때 벡터의 길이는 \[ \| (x, y) \| = \sqrt{x^2 + y^2} \] 로 정의되며, 이는 평면 상에서 원점에서 점 \((x,y)\)까지의 거리와 일치한다. 벡터의 방향은 원점과 해당 점을 이은 선분이 이루는 각도(편의에 따라 \(x\)축 대비 각도를 고려하기도 한다)로 표현할 수 있다.
3차원 공간 \(\mathbb{R}^3\)에서 벡터 \((x,y,z)\) 또한 원점에서 점 \((x,y,z)\)까지를 연결하는 화살표로 나타낼 수 있다. 이때 벡터의 길이는 \[ \|(x,y,z)\| = \sqrt{x^2 + y^2 + z^2} \] 로 주어지고, 방향은 3차원 좌표계 내에서의 각도를 통해 해석된다. 특히 내적(dot product)을 사용하면 벡터 사이의 각도를 직접 구할 수 있으며, 외적(cross product)을 통해서는 벡터들이 정의하는 평면에 수직인 벡터를 도출할 수 있다.
벡터의 기하학적 해석에서 중요한 또 다른 관점은 평행사변형(parallelogram) 법칙이다. 두 벡터 \(\mathbf{u}, \mathbf{v}\)가 있을 때, 이들을 머리끝-꼬리방식으로 연결하면 평행사변형이 만들어진다. 평행사변형의 대각선 벡터는 곧 \(\mathbf{u} + \mathbf{v}\)에 해당한다. 이는 2차원이나 3차원에서 벡터의 합과 차를 이해하는 데 직관적인 시각자료를 제공한다.
보기 3.
2차원 평면에서 벡터 \(\mathbf{u}\)와 \(\mathbf{v}\)를 머리끝-꼬리방식으로 이어 붙였다고 하자. 이때 두 벡터가 만드는 평행사변형을 그려보면, 평행사변형의 한 대각선은 \(\mathbf{u} + \mathbf{v}\), 다른 대각선은 \(\mathbf{u} - \mathbf{v}\)에 대응한다. 특히 벡터 \(\mathbf{v}\)를 반대 방향으로 뒤집은 벡터가 \(-\mathbf{v}\)이므로, \(\mathbf{u}\)와 \(-\mathbf{v}\)를 이어 만든 대각선이 \(\mathbf{u} - \mathbf{v}\)가 된다.
또한 \(\mathbf{u}\)와 \(\mathbf{v}\)가 이루는 각도를 \(\theta\)라 하면, 평행사변형의 넓이는 \[ \|\mathbf{u}\|\,\|\mathbf{v}\|\sin\theta \] 와 같음을 기하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3차원에서는 외적을 통해 이 값을 구할 수 있다).
벡터의 이러한 기하학적 해석은 좌표계에 의존하지 않는 직관적 도구로서 작용한다. 예컨대, 유클리드 공간에서 벡터의 길이와 방향만을 고려한다면, 좌표계의 위치를 어떻게 설정하든지(원점을 어디에 두든지) 벡터가 나타내는 이동(translation)과 회전(rotation)이라는 본질적 성질은 변하지 않는다. 이처럼 벡터는 공간 위의 점이나 운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다루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뒤이어 확장될 추상 벡터공간 이론에서도 중요한 토대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