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어 맛보기: 한국어 화자가 주목할 만한 특징

by Ariel Daley

몽골어와 한국어는 한때 알타이어족이라는 가설적 언어 그룹에 함께 속한다고 여겨질 만큼 여러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가설은 현재 학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두 언어는 문법적 유사성과 차이점을 공유하며, 이를 이해하는 것은 한국어 화자의 몽골어 학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1. 형태론적 유사점

SOV 어순

한국어와 몽골어는 기본적으로 SOV(주어-목적어-동사) 어순을 따른다. 이는 한국어 화자가 몽골어를 배울 때 문장 구조에 대한 친숙함을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한국어: 나는 책을 읽는다
몽골어: Би ном уншина (Bi nom unshina)

조사 체계

두 언어는 조사 체계를 통해 문법적 관계를 표현한다. 조사 사용 방식은 몽골어와 한국어에서 매우 유사하며, 이는 한국어 화자가 문법 요소를 이해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 속격:
    한국어: 책의
    몽골어: номын (nomyn)
  • 여격:
    한국어: 책에
    몽골어: номд (nomd)
교착어적 특성

한국어와 몽골어 모두 교착어의 특징을 가지며, 어근에 접사를 붙여 다양한 문법적 의미를 표현한다. 접사 체계는 단어의 뜻을 풍부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며, 한국어 화자가 몽골어의 구조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한국어: 가-고-싶-다
몽골어: яв-маар-байна (yav-maar-baina)

2. 주요 차이점

모음조화 규칙

몽골어는 한국어보다 더 체계적이고 엄격한 모음조화 규칙을 가지고 있다. 한국어에서는 일부 단어와 문법적 형태에서만 모음조화가 나타나는 반면, 몽골어는 단어 형성의 거의 모든 단계에 이를 적용한다. 이는 몽골어 학습자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요소다.

시제 체계

몽골어는 한국어와 달리 목격 과거와 비목격 과거를 구분한다. 이는 몽골어 시제 체계의 독특한 특징으로, 경험의 유무를 명확히 표현한다.

  • 목격 과거: -лаа/-лээ/-лоо/-лөө
    явлаа (yavlaa): “가더라”
  • 완료 과거: -сан/-сэн/-сон/-сөн
    явсан (yavsan): “갔다”
  • 간접 경험 과거: -жээ/-чээ
    явжээ (yavjee): “갔었더라”
존댓말 체계

한국어는 매우 복잡한 존댓말 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몽골어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체계를 사용한다. 몽골어에서는 주로 조동사나 어미 변화를 통해 존댓말을 표현하며, 이는 학습자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익힐 수 있는 부분이다.

명사의 성과 수

몽골어는 명사의 수와 성을 명확히 구분하는 특징이 있다. 생물의 성을 표시하거나 복수형 접미사를 추가해 수를 표현한다.

хүн (khün): “사람”
эмэгтэй хүн (emegtei khün): “여성”

3. 형태론적 비교

어근과 접사의 결합

한국어와 몽골어 모두 어근과 접사를 결합하여 문법적 의미를 형성하지만,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한국어의 접사는 비교적 독립적인 형태를 유지하며 어근과 명확히 구분된다. 반면 몽골어의 접사는 모음조화에 따라 형태가 변화하며, 어근과의 결합이 더욱 유기적이다.

한국어: 가-시-었-습니다
몽골어: яв-лаа/лээ/лоо/лөө (yav-laa/lee/loo/löö)

파생 접사 체계

몽골어는 한국어보다 다양한 파생 접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어는 명사화 접사(-음/-기)와 동사화 접사(-하다/-되다) 등이 주요하지만, 몽골어는 -л(-l), -лт(-lt), -ц(-ts)와 같은 접사를 통해 더 다양한 단어를 형성한다.

한국어: “읽다” → “읽기”, “공장” → “공장화”
몽골어: унших (unshih, 읽다) → уншлага (unshlaga, 낭독)
сур (sur, 학습) → сургалт (surgalt, 훈련)

품사 전환

품사 전환 방식에서도 두 언어는 유사성과 차이점을 보인다. 한국어에서는 접미사를 통해 동사, 명사, 형용사 등이 변환된다. 몽골어 역시 동사, 명사, 형용사 간의 전환이 이루어지지만, 접사와 어근의 결합이 더 유기적이다.

  • 한국어: 동사 → 명사: 살다 → 삶
  • 몽골어: 동사 → 명사: унших (unshih, 읽다) → уншлага (unshlaga, 낭독)
  • 한국어: 형용사 → 부사: 빠르다 → 빨리
  • 몽골어: 명사 → 동사: сүү (süü, 우유) → сүүлэх (süüleh, 우유를 먹다)

4. 통사론적 비교

관형절 구성

한국어와 몽골어 모두 관형절을 사용하지만, 구성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어는 관형형 어미(-ㄴ/-은, -는, -ㄹ)를 사용하여 명사를 수식한다. 반면, 몽골어는 형동사 어미(-сан/-сэн, -х)를 사용하여 관형절을 형성한다.

한국어: 읽은 책
몽골어: уншсан ном (unshsan nom, 읽은 책)

보조동사 구문

보조동사를 사용한 표현에서도 두 언어는 공통점과 차이가 있다. 한국어는 V-어/아 + 보조동사 형태를 사용하고, 몽골어는 V-ж/-ч + 보조동사 형태를 사용한다. 이는 동작의 결과나 목적을 표현하는 데 활용된다.

한국어: 읽어 보다, 먹어 버리다
몽골어: уншиж үзэх (unshij üzeh, 읽어 보다), идчихэх (idchiheh, 먹어 버리다)

부정문 구조

부정문을 표현하는 방법에도 차이가 있다. 한국어는 “안/못”을 동사 앞에 붙이거나 “-지 않다”를 사용한다. 몽골어는 동사 뒤에 -гүй(-güi)를 붙여 부정을 나타낸다.

한국어: 안 가다, 가지 않다
몽골어: явахгүй (yavahgüi, 가지 않는다)

화제화(Topic)와 초점화(Focus)

두 언어는 화제와 초점을 구분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한국어는 주제와 초점을 “은/는”과 “이/가”로 구분한다. 반면 몽골어는 어순 변화를 통해 이를 표현한다. 이 방식은 언어 구조에서 중요한 차이를 보여준다.

  • 한국어: 책은 읽었다 (책에 초점)
  • 몽골어: Ном уншсан (Nom unshsan): “책을 읽었다” (책에 초점)
  • 한국어: 읽은 것은 책이다 (읽은 것에 초점)
  • 몽골어: Уншсан нь ном (Unshsan ni nom): “읽은 것은 책이다” (읽은 것에 초점)

5. 학습 시 주목할 점

발음 체계

몽골어에는 한국어에는 없는 발음 ö [ø]와 ү [y]가 있다. 각각 프랑스어의 “peur”에서의 ‘eu’와 독일어의 “über”에서의 ‘ü’와 유사하다. 이러한 발음은 처음 접할 때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정확히 발음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몽골어는 장모음(аа, оо 등)을 철저히 구분하며, 이 구분이 단어의 의미를 바꾸기도 한다.

хар (har): “검은”
хаар (haar): “비”

문법 구조의 차이

몽골어는 한국어와 비교할 때 문법 구조에서 주목할 차이점이 있다. 한국어의 “은/는”과 같은 주제 표지가 몽골어에는 없으며, 관형절 구성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몽골어는 명사를 수식하는 구조에서 주어, 동사, 목적어의 관계를 명확히 드러내는 방식이 한국어와 다르다.

한국어: 내가 읽고 있는 책
몽골어: Миний уншиж байгаа ном (Minii unshij baigaa nom): “나의 읽고 있는 책”

어휘적 특징

몽골어는 한국어와 달리 한자어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으며, 러시아어로부터 차용된 어휘가 많다. 이는 몽골의 역사적 배경과 관련이 깊으며, 러시아와의 문화적, 정치적 교류에서 기인한다.

сургуулийн (surguuli): “학교” (러시아어 'школа'에서 차용)
завод (zavod): “공장” (러시아어 'завод'에서 차용)

문장 구성의 차이

몽골어 문장은 목적어와 동사 사이에 방향성을 나타내는 접미사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몽골어 문법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로, 한국어 화자가 처음 배울 때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한국어: 나는 학교에 가고 싶다
몽골어: Би сургууль руу явмаар байна (Bi surguuli ruu yavmaar baina)
직역: “나-학교-향해-가고 싶다-있다”